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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755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90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5/07 08:04:5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7558 모바일
    [BGM] 이별도 때로는 사랑을 완성한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이장희봄은 고양이로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2.jpg

    임영조안면도 사랑

     

     

     

    이별은 때로 사랑을 완성하는가

    황해 먼 바다로 고기잡이 갔다가

    풍랑에 배 뒤집혀 익사했다던

    그 젊은 어부가 살아왔는가

    두고 온 사람 하나 너무 그리워

    억겁을 헤엄쳐 오다오다 지쳐서 그만

    태안 발치에 머리 두고 잠들었는가

    우화등선 꿈꾸는 봄누에처럼

    참았던 속엣말을 모두 풀어서

    갸름하게 고치 틀고 기다리는 섬

    파도소리 자장자장 다독거려도

    잠 깊이 못 들고 뒤척이는 섬

    영목 선창에 고깃배들 찰찰찰

    날마다 헤딩하며 밀어올려도 이젠

    뭍으로 가지 않는 안면도

    이별도 때로는 사랑을 완성한다







    3.jpg

    안도현마당밥

     

     

     

    일찍 나온 초저녁별이

    지붕 끝에서 울기에

     

    평상에 내려와서

    밥 먹고 울어라했더니

     

    그날 식구들 밥그릇 솟에는

    별도 참 많이 뜨더라

     

    찬 없이 보리밥 물 말아 먹는 저녁

    옆에아버지 계시지 않더라







    4.jpg

    김은령꽃들의 팔뚝

     

     

     

    연뿌리 두어 개를 사왔다

    뽀얗게 다듬어 얄팍얄팍 썰어 놓으면

    꽃 모양 반찬이 되는 그것 이전의

    팔뚝같이 생긴 연꽃의 뿌리

    흙 털고 껍질 벗기는 중에 스치는 생각

    뿌리가 뿌리 이전의

    한 알의 씨앗이었을 때의 설렘이

    꽃을 피우는 일은

    깜깜한 진흙 속에 파고들어

    통뼈인양 시치미를 떼고 버티는 노고

    숭숭숭숭 바람 든 이력을

    -잔 하고 꽃 모양으로 변해주는 눈물겨운 결단

    깨끗이 다듬어져 도마 위에 나란히 뉘인

    백골 같은 그 뿌리 겨냥해 칼 갖다 대다가

    해 본 생각

    진흙 구렁텅이인 이 땅덩어리에 피어 있는

    꽃들의 팔뚝







    5.jpg

    이동순돌아온 그날

     

     

     

    숨죽여 남몰래 흐느끼며

    꿈에서도 가위눌리던 쓰린 밤마다

    내밀던 풀싹들 아예 밑동조차 잘려지더니

    다시 되찾은 그 날의

    꽃피고 새도 우는 벅찬 아침

    고운 병풍 둘러놓고 공중의 혼들 모셔와서

    한잔 막걸리나 받들어 올리오니

    아픈 뼈 아직도 총알자국 쑤셔오는

    다시금 돌아온 그날이여

    끝끝내 오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선 자리에 한번쯤 두 손 모으고 눈감으면

    한껏 부푼 꽃방울들 온 천지에 터져오는데

    눈에 왈칵 더운 것은 몰려오고

    정녕 우리들의 하늘은 우리 것인가

    또 한 번 남을 줘선 안될 그날

    메마른 응달구석에서 씨뿌려 다독거리며

    문득 하늘보고 와하하 소리치는 날

    오래 못 본 사람들 파리한 얼굴로 돌아오고

    그를 보러 온갖 신발 한데 얼려 붐비는 방 앞에서

    손잡고 말없이 눈웃음 주고받는 날

    어떤 겨울 땅에서도 얼어붙지 않았다는

    흰 뿌리의 야무진 깊이를 보여준 그 날

    한껏 되찾아야 할 사랑이여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05/07 10:53:46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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