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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7530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69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5/02 08:29:2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7530 모바일
    [BGM] 어머님이 주신 단잠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정윤천풍경

     

     

     

    자운영 꽃밭 속에 염소 두 마리가 서 있다

    열창노래방 저녁 속으로 도우미 아가씨 둘

    다급하게 사라진다

    풍경이 나를 싣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저녁 뉴스는 하루치의 풍경 몇 개를 편집하여

    세상 속으로 다시 내팽개쳐준다

    운 없이 다리를 다친 풍경 몇 개는

    한동안 애쓰며 절룩거려야 한다

    풍경은 가끔 쇳내를 뒤집어쓰고

    혼자서 녹이 슬기도 하겠지만

    면 데풍경이라는 이름의 찻집 유리창 안으로

    먼지 둘러쓴 시골 버스가 온다

    온다는 것은 내 안의 풍경일 뿐







    2.jpg

    김완하눈사람

     

     

     

    당신의 발자국 남은 거리에 눈이 날린다

    발자국 지워진 그 위로 별빛 쌓인다

    살다보면 쓸쓸한 마음 사이로는 새 길이 나서

    그 길 따라 당신과 하나 되어 걷는다

    당신 벌써 내 안에 달빛으로 스민다







    3.jpg

    최상호어머님이 주신 단잠

     

     

     

    나는 내가 우리 집 비를 막아 주는

    큰 나무가 못 되는 것이 늘 마음이 아팠다

     

    그늘이 넉넉한 후박나무이거나

    쨍쨍 햇살에도펑펑 내리는 눈에도

    제 몫의 땅을 지키는

    낙락장송이 못 되어서 언제나 미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내 옹이만 무성한 가지와

    자잘한 이파리를 쓰다듬으시며

     

    얘야

    큰 나무는 큰 뿌리 탓에 집 안엔 심을 수

    없단다

    우리 집 마당에는 네가 딱 알맞구나 하시며

    내 작은 그늘에다

    돗자리 하나를 깔고 누우셨다

     

    난생 처음으로

    온몸이 가뿐해지는 단잠이었다







    4.jpg

    신경림돌 하나꽃 한송이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

    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

    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

    버려진 광산촌에서 중로의 주모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5.jpg

    이재무봄밤

     

     

     

    시인 박아무개가

    지독한 가난에 두들겨 맞고

    알코올성 치매에 영양실조에 폐암으로

    중환자실 들어가 생사 넘나들던 밤

    면회에서 돌아와 아내 몰래 수음을 했다

    더러운 쾌락에 치를 떨며 결코 울지 않았다

    여러 해의 봄 한꺼번에 흘러간 그 밤

     

    청승 신파 뒤 술상 뒤엎던 울분과

    소리높여 부르던 단심가

    전화선을 타고 건너오던 물 젖은 소리

    이제 너와 함께 과거에 묻는다

    70년대 상경파의 불운한 생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꼬리 긴 주소를 지운다

    세상에는 어제처럼

    눈비 오고 바람 불고 구름 흐르고

    해와 달은 떴다가 지며 묵은 달력 넘기겠지만

    가던 걸음 문득 세워놓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그런 날 더러 있을 것이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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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02 09:56:26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05/04 02:49:30  125.179.***.144  국구구구국  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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