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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714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20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3/11 08:42:2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7145 모바일
    [BGM] 설화를 보면 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김광균향수(鄕愁)

     

     

     

    저물어 오는 육교 위에

    한 줄기 황망한 기적을 뿌리고

    초록색 램프를 달은 화물차가 지나간다

     

    어두운 밀물 우에 갈매기 떼 우짖는

    바다 가까이

     

    정거장도 주막집도 헐어진 나무다리도

    -겨울 눈 속에 파묻혀 잠드는 고향.

    산도 마을도 포플라나무도 고개 숙인 채

     

    호젓한 낮과 밤을 맞이하고

    그 곳에

    언제 꺼질지 모르는

    조그만 생활의 촛불을 에워싸고

    해마다 가난해 가는 고향 사람들

     

    낡은 비오롱처럼

    바람이 부는 날은 서러운 고향

    고향 사람들의 한 줌 희망도

    진달래빛 노을과 함께

    한번 가고는 다시 못 오지

     

    저무는 도시의 옥상에 기대어 서서

    내 생각하고 눈물지움도

    한 떨기 들국화처럼 차고 서글프다







    2.jpg

    김종길외등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는

    외등 불빛의 노오란 동그라미

    호젓하다 못해 외롭게까지 보인다

     

    그러나 어둠 속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그 불빛이 얼마나 따스해 보일 것인가

    두려움을 내몰고 아늑함을 안겨주는 것이니

     

    ()도 외등 불빛 같은 것이나 아닐런지

    그 자체는 외롭고 슬프고 쓸쓸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다사롭게 감싸주니







    3.jpg

    오세영설화

     

     

     

    꽃나무만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에 핀 설화를 보면 안다

    누구나 한 생애를 건너

    뜨거운 피를 맑게 승화시키면

    마침내 꽃이 되는 법

    욕심과

    미움과

    애련을 버려

    한 발 재겨 디딜 수 없는

    혹독한 겨울의 추위그 절정에

    홀로 한 그루 메마른 나목으로 서면

    내 청춘의 비린 살은 꽃잎이 되고

    굳은 뼈는 꽃술이 되고

    탁한 피는 향기가 되어

    새파란 하늘을 호올로 안느니

    꽃나무만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에 핀 설화를 보면 안다







    4.jpg

    손진은중년

     

     

     

    열쇠를 돌리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문득 등을 끄지 않은 채 차에서 내린 간밤의 기억이

    몰려온다 낭패눈꺼풀도 내리지 않고

    정신없이 꿈속을 헤매는 사이 핏기를 잃어버린 내 눈알

    어떤 것에 뒤집혀 긴 밤 긴 생을

    후들거리는 다리와 텅 비어가는 머리도 모른 채

    내 헤드라이트는 발광했을 것이다

    무언가에 홀려 뚫어지게 바라보는 동안

    계절은 가고 주름살은 깊어졌고 흰 머리는

    늘어났다 어디로 가는가 철철 넘치던 팔뚝의 푸른 힘줄은

    전류처럼 터져 나오던 생기머릿속을 흐르던 생각은

    어느 허공으로 날아가버리고

    까칠하고 초췌해진 몸뚱이로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는가

    어저께까지도 명품이라고 믿었는데

    눈 한번 들었다 내려놓는 사이

    어떤 것에 취해 이렇게 떠밀려온

    두드려도 가없는 무슨 소리만 내보내고 있는

    중년을 일으키려 저기정비기사가 달려온다

    또 하나의 몸이 부끄러운 듯 마중하러 간다







    5.jpg

    김복연어떤 화해

     

     

     

    나는 바다를 숭배하진 않지만

    위에 계신 그 분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 자주 한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것과

    그 오랜 세월 묵묵부답이 매번 응답인 것도

    흡사하다 뒷골목 같은 내 사랑은

    시도 때도 없이 파랑치는데

    사랑 따윈 철 지난 이데올르기쯤으로 취급하는 것도

    틈이라곤 없어 보이는 것도 닮았다

    그러고 보니 내 불평과 서운함이 오래된 만큼

    저 바다도 참 많이 늙었다

    기름 냄새 흉흉한 송도 부두 지날 때

    듬성듬성한 외진 솔밭 길 지날 때

    조금은 눈치챘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니

    허둥허둥 벌써 또 멀다 아득하다

    전에는 늘 내가 먼저 등 돌렸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저 노구의 등을 본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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