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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996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517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2/14 11:58:5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996 모바일
    [BGM] 너무 화창한 날이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yMtk6i1EeB4






    1.jpg

    유홍준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는

    둥글다네

     

    나는 그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를 좋아한다네

     

    사람이 사람을 앉히고 발톱을 깎아준다면

    정이 안 들 수가 없지

    옳지 옳아 어느 나라에선

    발톱을 내밀면 결혼을 허락하는 거라더군

    그 사람이 죽으면 주머니 속에 발톱을 넣어 간직한다더군

     

    평생 누구에게 발톱을

    내밀어보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

     

    단 한번도 발톱을 깎아주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

     

    발톱을 예쁘게 깎아주는 사람은

    목덜미가 가늘고

    이마가 예쁘고 속눈썹이 길다더군 비가 오는 날이면

    팔베개도 해주고 지짐도 부쳐주고 칼국수도 밀어준다더군

    그러니 결혼을 안할 수가 있겠어

    그러니 싸움을 할 수가 있겠어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는

    고양이에 가깝고

    공에 가깝고

    뭉쳐놓은 것에 가깝다네 그는 가장 작고 온순하다네

     

    나는 그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를 좋아한다네







    2.jpg

    이윤학그날의 민들레꽃

     

     

     

    영안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웃음이 멎기만을 기다렸다

    화단으로 돌아서서 담배를 피웠다

     

    민들레민들레민들레

    노란 꽃판을 바라보았다

     

    쩌개진 빨래방망이를 들고 쫓아오는 마누라를 피해

    들입다 뛰는 노름꾼을 보았다

    그를 따르는 살이 찐 어미 발바리를 보았다

    마누라 뒤를 따르는 새끼 발바리들을 보았다

     

    밥 먹다 말고 마당가에 나와

    손뼉을 치는 새끼들을 보았다

     

    저녁연기

    물오른 밤나무동산을 감고 있는 걸 보았다

    얇은 판자때기 선반을 두르고 있는 걸 보았다

     

    풀숲에 퍼질러 앉아

    가랑이 사이에 고개를 숙인 사람

    담뱃불을 이어 붙이던 사람

     

    민들레민들레민들레뿌리를 씻어

    오지게 씹어 먹던 간암말기환자를 보았다







    3.jpg

    최정아바겐세일

     

     

     

    반값이란다

     

    신발도 핸드백도 반값이라고

    외치는 판매원이

    서둘러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처럼 보인다

     

    신어보고메어보고

    이미 전단지로 뿌려진 반 생

    누군가의 손에 들린

    구두코가 서럽다

     

    반값이 되기 전에 서두르라고

    세상은 다그치지만

    꼭 입을 다문 핸드백속에는

    네 발을 가진 짐승의 일생이 요약되어 있을 것이다

     

    저 가죽의 무게는

    서둘러 떠나간 목숨의 값

    뜨거운 울음이 담긴 핸드백 속 깊이를

    가늠하기엔

    너무 화창한 날이다







    4.jpg

    이재무평상

     

     

     

    땀내 나는 가장을 벗고

    헐렁한 건달로 갈아입는다

     

    누워 부르던 노래들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

    앉아 듣던 슬픔들은

    기꺼이 생의 거름 되어주었고

    엎드려 읽고 쓰던 말들은

    나무와 꽃이 되었다

     

    안방에서 엄하시던 아버지도

    더러 농을 거셨고

    부엌에서 근심 잦던 엄니도

    활짝 웃곤 하였다

     

    졸음 고인 눈두덩 굴러

    머리맡에 낙과처럼 떨어지던

    저녁 종소리 우련하다







    5.jpg

    권현형최초의 방

     

     

     

    식물들이 나를 버릴 수 없어

    썩은 뿌리로라도 살아 있었다

    단 한 줄기의 강낭콩처럼 살아 있던 방

    불면이 싹을 틔우고 잎을 기르고 무성하게 벽을 덮던 방

    나를 기르는 식물들이 나 대신 깊고 푸른 잠을 잤다

     

    책상이 밥상이고

    밥상이 책상이고 습기에 젖은

    책 냄새가 살 냄새 대신 방안 가득 떠다니던 그곳에서

     

    베개를 껴안고 가난한 몸이 달아오르던 방

    내 몸이 내게 가장 뜨거웠던 성채

    그림자가 일어나 느릿느릿 세수를 했다

     

    바닥에서 길어 올린 쌀로 한 끼 밥을 짓던

    그림자까지 살아 있던

    뼛속까지 나였던바로 거기로 언젠가 돌아가리라

     

    자존심 드높은 긍휼로나의 자취방으로최초의 방으로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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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14 19:06:08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02/16 20:38:57  183.96.***.148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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