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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95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44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2/07 22:30:5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955 모바일
    [BGM]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했지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고광헌어머니가 쓴 시

     

     

     

    어머니

    머리에 보자기 두르고

    학교 오시던 날

     

    누런 보리밭 옆 운동장으로

    5월 하늘 새까맣게

    무너지던 오후

     

    더 이상 나는

    집으로 돌려보내지지 않았다

     

    쪽 풀린 어머니의 검은 머리칼

    서울 와서

    가발공장 여성노동자

    데모에서 보았다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수업료

     

    그때

    어머니 전 생애를 잘라

    조용히 머리에 두른 것이다







    2.jpg

    김사인아카시아

     

     

     

    먼 별에서 향기는 오나

    그 별에서 두 마리 순한 짐승으로

    우리 뒹굴던 날이 있기는 했나

    나는 기억 안 나네

    아카시아

    허기진 이마여

    정맥이 파르랗던 손등

    두고 온 고향의 막내누이여







    3.jpg

    이재무간절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다 먹어치웠나

     

    '간절'이 빠져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4.jpg

    나희덕식물적인 죽음

     

     

     

    창으로 빛이 들면

    눈동자는 굴광성 식물처럼 감응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빛이 희미해져 갈 때마다

    숨소리는 견딜 수 없이 가빠졌다

    삶의 수면 위로 뻐끔거리는 입

    병실에는 그녀가 광합성으로 토해놓은 산소들이

    투명한 공기방울이 되어 떠다녔다

    식물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공기방울에서는 수레국화 비슷한 냄새가 났다

    천천히 시들어가던 그녀가

    침대 시트의 문양처럼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

    빛을 향해 열렸던 눈과 귀가 닫힌 문처럼 고요해졌을 때

    이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사람도 사물도 아닌그 누구도 아닌오로지

    한 떨기 죽음으로 완성된 그녀

    죽음이 투명해질 때까지

    죽음을 길들이느라 남은 힘을 다 써버린 사람

    모든 발걸음을 멈추고

    멀리서 수레국화 한 송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5.jpg

    이윤학푸른 자전거

     

     

     

    어둠이 내릴 때 나는

    저 커브 길을 펼수도

    구부릴 수도 있었지

    저 커브 길 끝에

    당신을 담을 수도 있었지

    커브 길을 들어 올릴 수도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수도 있었지

    당신이 내게 오는 길이

    저 커브 길밖에 없었을 때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했지

    커브 길 밖에서는 언제나

    푸른 자전거 벨이 울렸지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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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07 23:39:47  118.47.***.180  김꿀꿀이  703258
    [2] 2019/02/08 11:34:18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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