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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884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59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1/25 14:25:37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884 모바일
    [BGM] 서리가 내렸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NxRndXRFNMI






    1.jpg

    이건청저무는 날이 다가와

     

     

     

    말이 한 마리 쓰러지고 있다

    뒷무릎이 꺾이고 서서히

    앞다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긴 목을 흔들고 있었다

    재갈이 물려 있었다

    갈기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다급하게 울고 있었다

    하반신이 무너지고 있었다

    서서히 뒷무릎이 꺾이고

    잠시 후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핏빛 노을이 걸리고적막한

    들판이 하나 엎드려 있었다

    저물녘이었다말이 한 마리

    쓰러지고 있었다뒷무릎이 꺾이고

    서서히

    앞다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2.jpg

    이재무측근이라는 말

     

     

     

    측근이라는 말 참 정겨워

    측근측근하다 보면 무슨 큰 백이나

    지닌 듯 턱없이 배짱 두둑해지고

    까닭 없이 측은지심 생겨나기도 한다

    내 측근에는 누가누가 있나

    나는 누구누구의 측근인가

    사는 동안 측근만큼 든든한 게 어디 있으랴

    그러나 다정(多情)도 병이 되는 양

    측근이 화 부르고 독 낳기도 하니

    사람아사람아

    꽃과 나비 나무와 새 비와 바람과 눈

    그리고 하늘과 구름과 음악과 시()

    평생의 측근으로 두어 살면 어떻겠는가







    3.jpg

    기혁인상파

     

     

     

    세상의 빛을 모두 섞으면

    환해진다

    빨강은 파랑에게 파랑은 초록에게

    서로를 양보하고

    원점으로 되돌아가기 때문

     

    무수한 빛깔들

    이를테면 아이를 잃은 여인의 눈물은

    보랏빛을 더욱 연하게 만들고

    배신당한 악공의 기타는

    초록을 연둣빛으로 바꿔놓는다

     

    보이는 것보다

    들려온 빛깔들이 점점 많아지면

    자신에게서 가장 먼 것들의 이름부터

    차례로

    속을 내비칠 수 있었을 텐데

    맹인의 검은 동자가

    미래를 예언하던 시절에도

    우리의 구원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선 매번

    어두운 주변이 필요하고

    손전등을 비추다 맞닥뜨린 진실은

    노상강도를 닮아가는 법

     

    모든 것을 빼앗긴 끝에

    목숨만을 부지하는 순간까지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만

    희미해진다

     

    주황이 남색을 양보하듯이

    남색이 노랑을 양보하듯이

    색약의 윤리는 모조리

    캔버스 위 사인 속에 감춰 두고서







    4.jpg

    박라연들키다

     

     

     

    철새 도래지에서

    살얼음 걷듯 걸어갔는데

    그저 눈빛 한번 보고 싶었을 뿐인데

    거처를

    밥을 버리고 사라져버린다

    행복한 공양 시간을

    폭격한 저격수가 된 것이다

    천지가 빽빽한 이별이 진공이 되어

    온몸을 휘감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백성처럼 많은 새들 중(한 마리에게

    꽁꽁 언 인연 하나 모이처럼 던져주면

    새의 따뜻한 입속에서 녹아내리기를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 아픈 인연 하나 모이처럼 던져주면

    그 인연 품고 날아오르기를

    주문처럼 외고 또 외는데

    평생을 떠돌다

    ()을 마감하는 철새들에게

    인연은 너무 큰 부채라는 듯

    난감한 듯

    날아가 오지 않는다







    5.jpg

    전동균서리가 내렸다

     

     

     

    때 이른 한파 몰아쳐

    마가목 나무 밑에 찍힌 새 발자국

    하얗게 얼어붙은 아침

     

    살과 뼈를 태우고

    핏속의 암종도 태우고

    반 평 흙집에 홀로 계신 아버지

    얼마나 추우시랴그곳은

    진로소주도 없을테니

     

    황태국에 밥 말아 먹다가

    무언가에 떠밀리듯 숟가락 떨어뜨리고

    아버지 계신 쪽으로

    슬쩍더운 국밥 그릇을

    옮겨놓는 아침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01/25 19:21:0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01/31 00:52:56  183.96.***.148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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