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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75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82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1/03 13:17:14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759 모바일
    [BGM] 와르르 쏟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bsLRwZtUNo






    1.jpg

    이진엽벽의 바깥

     

     

     

    한 중년 사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마을 앞 산책로에서 오줌을 누고 있었다

    남의 시선은 아랑곳 않은 채

    그 길섶에서 방뇨를 즐기고 있을 때

    주인의 퉁퉁한 엉덩이를

    덩치 큰 세퍼드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개가 없을 때는

    그저 스쳐갈 일상의 장면이었지만

    개로 인하여 인간의 조건이 씁쓸해진

    그 순간에 사르트르가 생각났다

    오줌에 젖은 사내에 겹쳐져

    내 감춰진 본능도 거울에 비친 듯 드러날 때

    자꾸만 구토증이 나는 것일까

    사람은 깊고 높은 것

    그러나 포장을 찢고 벽의 바깥으로 나오면

    저렇게 실존하는 한 인간을 만난다

    지금그리고 여기서

    온몸을 꿈틀대는 나를 만난다







    2.jpg

    구석본낙화

     

     

     

    꽃이 떨어진다

    꽃이 파닥거리며 지워진다

    꽃이 지워지며 그려내는 투명한 허공

    그 속에서는

    3월의 설렘과 기다림이

    한때의 쓸쓸함과 눈물도 바람일 뿐이다

    허공이 근육을 모아 뱉어내는 바람

    순간

    무르익은 허무가

    와르르 쏟아지고 있다

     

    지상의 봄은

    한 시절 내내

    허무를 피워 올렸던 것이다







    3.jpg

    이재훈잿빛이 나를 위로하네

     

     

     

    늦은 여름 바닷가에 갔었네

    텅 빈 모래밭

    빗줄기 몇 가닥 바다에 금을 긋고

    햇볕은 숨어드네

    모든 소리가 잿빛에 파묻히는

    해거름 바다

    잿빛이 풍경을 비우게 하고

    나는 숨죽여 울어보네

    통곡은 이제 지루한 것

    혀의 불행을 따르지 말아야 하는데

    거센 파도 소리에 좀먹는 물의 통곡

    잿빛이 내 등을 두드려 주네

    바다도 잿빛

    하늘도 잿빛

    구름도 잿빛

    유리병 안에 갇힌 내 자존심

    누군가 구경하고 지켜보는 처절한 내 몸

    비웃음이 도처에 널려 있네

    쉬쉬쉬쉬 파도는 숨죽이네

    낮의 비애에 젖지 않으며

    검은 바다 깊숙이 잠겨 묵언할 것

    그것으로 내가 세상에 제출한 주문은 살아 있는 것

    터널 안 얼룩진 불빛처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을 하고 싶네

    잿빛의 풍경 속에 홀로 어슬렁이는

    해거름 바람이 되고 싶네

    당신께 이 고요를 드리고 싶네







    4.jpg

    정윤천해를 바라본 자를 위하여

     

     

     

    해는 바라보는 게 아니리

    춥거나 따가움만큼으로

    느끼는 것이리

    만약에너를 바라본다는 일

    하나만으로

    눈이 멀기로 작심한 이가 있다면

    그는 해를 향하여 직진으로 걸어간

    붉은 가슴의 사람이었으리

    너로 인하여 절명(絶明)을 기도한

    붉은 얼굴의 가슴이었으리







    5.jpg

    염창권부유(浮游)

     

     

     

    바다가 제 스스로 깊어지면서

    지난여름의 부유와 갈망을

    잠재우는 동안

    겨울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쓸쓸하다

     

    부유를 견디면서

    내면을 향해 물길을 돌리면

    외로움조차 맑게 빚어질까

     

    도요새가 밀물을 따라 걸어 나온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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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03 19:12:08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01/05 02:13:29  125.179.***.144  국구구구국  142015
    [3] 2019/01/20 01:28:05  182.229.***.53  겨울의벚꽃  30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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