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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67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96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2/18 14:27:54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675 모바일
    [BGM] 속살까지 환하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류시화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2.jpg

    정호승밥 먹는 법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3.jpg

    복효근홍시

     

     

     

    누구의 시냐

    그 문장 붉다

     

    봄 햇살이 씌워준 왕관

    다 팽개치고

     

    천둥과 칠흙 어둠에 맞서

    들이대던 종주먹

    그 떫은 피

     

    제가 삼킨 눈물로 발효시켜

    속살까지 환하다







    4.jpg

    함민복달과 설중매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꽃피라고

    마음 흔들어 주었으니

    당신인가요

     

    흔들리는

    마음마져 보여주었으니

    사랑인가요

     

    보세요

    제 향기도 당신 닮아

    둥그렇게 휘었습니다







    5.jpg

    맹문재한 그루의 나무를 위하여

     

     

     

    나의 시가

    한 그루의 나무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네

    플라스틱 스티로폼 시멘트말고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처럼 창창하게

    살았으면 좋겠네

    나의 시가 발표되기 위해서는

    수십은 살았을 한 그루의 나무가

    베어질 것이네

    그 나무만큼 나의 시가

    사람들의 가슴에 들어찼으면 좋겠네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이끌어주는 안경이 되고

    신발이 되고

    부억칼이 되었으면 좋겠네

    나의 시가

    한 그루의 나무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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