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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61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29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2/06 12:50:19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619 모바일
    [BGM] 열쇠들이 소리를 질렀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임윤식그 섬

     

     

     

    어느덧 항구에 닿았구나

    닻을 내려야겠다

    숨가빴던 뱃길

     

    바다 위 안개 자욱하다

    구름 위로 떠다니는 그림자

    꿈이었던가

     

    다가올 듯 다가오지 않고

    말없이 고개 끄덕이며

    손 흔들어 보이기만 하는

     

    물결에 밀려 점점 멀어져 가는

    작은 쪽배 하나







    2.jpg

    이근화우리는 같은 이름으로

     

     

     

    나는 자전거를 타는데

    발을 굴리면서

    왜 트럭은 먼지를 일으키고

    승용차는 저리도 검은가 생각하는데

    바퀴들이 눈 같고 입 같다

    나는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당신에게 조금 더 많은 말을 하고

    가끔은 어깨나 팔꿈치를 툭툭 쳐보기로 할까

    말을 하면서도 마음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마음을

    선물처럼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더 자주 더 열심히 생각한다는 것이

    당신에게 위로가 될까

    위로의 끝에 새로운 이름이 고개를 들까

     

    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취하고

    가로등이 두 개로 세 개로 무너지고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신발이 숨을 쉰다

    우리는 같은 이름으로 자전거를 타자

    바퀴를 굴리면 쏟아지는 달콤한 풍경들이

    우리를 지울 때까지

    우리의 이름이 될 때까지







    3.jpg

    이대흠젓갈

     

     

     

    어머니가 주신 반찬에는 어머니의

    몸 아닌 것이 없다

     

    입맛 없을 때 먹으라고 주신 젓갈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먹으려다 보니

    이런

     

    어머니의 속을 절인 것 아닌가







    4.jpg

    이창수열쇠 꾸러미

     

     

     

    서랍을 정리하다가 열쇠 꾸러미를 보았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하나둘 모아둔 것들이

    한 꾸러미나 되었다

    녹이 슨 열쇠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빈방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옛 시절이 그리운 것도 아니어서

    열쇠 꾸러미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철렁

    열쇠들이 소리를 질렀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열쇠들이

    나를 큰 소리로 불렀다

    나를 여기까지 대려다주고 돌아가는

    순한 짐승들이

    나를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것만 같았다

     

    철렁

    죄를 지은 것처럼 가슴이 저려왔다







    5.jpg

    고영민극치

     

     

     

    개미가 흙을 물어와

    하루종일 둑방을 쌓는 것

    금낭화 핀 마당가에 비스듬히 서보는 것

    소가 제 자리의 띠풀을 모두 먹어

    길게 몇번을 우는 것

    작은 다락방에 쥐가 끓는 것

    늙은 소나무 밑에

    마른 솔잎이 층층 녹슨 머리핀처럼

    노랗게 쌓여 있는 것

    마당에 한 무리 잠자리떼가 몰려와

    어디에 앉지도 않고 빙빙 바지랑대 주위를 도는 것

    저녁 논물에 산이 들어와 앉는 것

    늙은 어머니가 묵정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것

    어스름 녘

    고갯마루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우체부가 밭둑을 질러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것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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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06 18:48:33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8/12/07 23:58:48  125.179.***.144  국구구구국  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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