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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440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03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1/02 17:40:14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440 모바일
    [BGM] 빛깔만 남는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U-xBAFQq_iI






    1.jpg

    천양희불멸의 명작

     

     

     

    누가

    바다에 대해 말하라면

    나는 바닥부터 말하겠네

    바닥 치고 올라간 물길 수직으로 치솟을 때

    모래밭에 모로 누워

    하늘에 밑줄 친 수평선을 보겠네

    수평선을 보다

    재미도 의미도 없이 산 사람 하나

    소리쳐 부르겠네

    부르다 지치면 나는

    물결처럼 기우뚱하겠네

     

    누가 또

    바다에 대해 다시 말하려면

    나는 대책없이

    파도는 내 전율이라고 쓰고 말겠네

    누구도 받아쓸 수 없는 대하소설 같은 것

    정말로 나는

    저 활짝 펼친 눈부신 책에

    견줄 만한 걸작을 본 적 없노라고 쓰고야 말겠네

    왔다갔다 하는 게 인생이라고

    물살은 거품 물고 철썩이겠지만

    철석같이 믿을 수 있는 건 바다뿐이라고

    해안선은 슬며시 일러주겠지만

    마침내 나는

    밀려오는 감동에 빠지고 말겠네







    2.jpg

    전동균

     

     

     

    절을 올린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기 위해

    흰 벽을 마주 보고

    땀 젖은 몸을 굽혔다 세우다 하다 보면

    나는 나에게 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믿지 못하고

    이 세상을 믿지 못하고

    내 영과 혼은 자꾸 나를 떠나려고 하니

    내 속의 어떤 절을 향해 무릎 꿇고

    공양을 올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서럽고

    세상에서 내가 가장 두렵고

    이미 죽은 자의 영혼이 그립고 그리워서

    무릎이 굽혀지지 않는데

    찬 마룻바닥에 댄 이마가

    잘 떼어지지 않는데

    누구일까어느새 내 곁에서

    손과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나보다 더 공손하게 절을 올리는

    저 사람은







    3.jpg

    천상병약속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토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얼 기다리고 있다







    4.jpg

    문인수드라이플라워

     

     

     

    마음 옮긴 애인은 빛깔만 남는다

    말린 장미안개꽃 한 바구니가 전화기 옆에

    놓여 있다오래

    기별 없다너는 이제 내게 젖지 않아서

    손 뻗어 건드리면 바스러지는 허물먼지 같은 시간들

    가고 없는 향기가 자욱하게 눈앞을 가릴 때

    찔린다이 뾰족한 가시는

    딱딱하게 굳은 독한 상처이거나 먼 길 소실점

    그 끝이어서 문득문득 찔린다

    이것이 너 떠난 발자국 소리이다







    5.jpg

    김상미()의 미학

     

     

     

    녹은 쓸쓸함의 색깔

    염분 섞인 바람처럼 모든 것을 갉아먹는다

     

    세상을 또박또박 걷던 내 발자국 소리가

    어느 날 삐거덕 기우뚱해진 것도 녹 때문이다

     

    내 몸과 마음에 슨 쓸쓸함이

    자꾸만 커지는 그 쓸쓸함이

    나를 조금씩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건물에 스며드는 비처럼

    아무리 굳센 내면으로도 감출수가 없는 나이처럼

    녹은 쓸쓸함의 색깔

    흐르는 시간의 사랑 제때 받지 못해

    창백하게 굳어버린 공기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8/11/02 18:48:2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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