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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37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76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0/23 16:28:40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379 모바일
    [BGM] 예의를 지킬 때가 되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noCxZ9IAjds






    1.jpg

    최재경무지 심심한 날

     

     

     

    비 오는 날이고요

    똑딱 벌레 한 마리가

    방바닥을 기어가지요

    뒤집어 놓으면

    똑하고 튕겨 오르고

    딱하고 떨어지지요

    재미나서 자꾸 하지만

    똑딱이는 환장하지요

    무지 심심한 날

    이 비

    그칠 비는 아니고요







    2.jpg

    최영철흐르는 물

     

     

     

    한여름 개울이 내는 시원한 물 소리

    모난 돌 스치고 가느라 긁힌

    물의 상처들이 내는 아우성이었네

    아프다 아프다 내지르고 가는 물 소리

    내 미지근한 속이 다 서늘해졌네

    한차례 비 뿌린 뒤

    더 맑고 시원해진 노래

    그 가슴팍에 발 담궜네

     

    확성기 달고 골목 누비는

    행상 아주머니 외침

    칼잠 깨 듣고 있자니

    굽이굽이 막다른 골목

    세파의 굴곡을 타고 흐르다 여기까지 와서

    순하고 구성진 한 자락 노래가 되었네

     

    너무 평탄해서 흐를 수 없는

    나 썩은 물

    당기고 밀어주는

    울퉁불퉁한 굴곡을 만나러 가네







    3.jpg

    배한봉푸른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바람 불고 잎들이

    뒤척거린다

    그 아래 잎들의 신음이 쌓여

    그림자가 얼룩지고 있다

    산책 나온 아침눈이 동그래진다

     

    나뭇잎에 허공 길이 뚫리고

    거기 헛발 디딘 햇빛

    금싸라기를 쏟아 세상이 다 환해진다

    아 나뭇잎 허공

    벌레먹은 이 자리가

    우화(羽化)를 기다리는 은유의 길이라니

    허공에 빠진 내 생각 뜯어먹으며

    또 살찐 벌레 한 마리 지나간다







    4.jpg

    권정일검정 구두

     

     

     

    이제 너에 대한 예의를 지킬 때가 되었다

    너는 나를 끌고

    내 행선지를 줄줄 외우고 다녔다

    수상한 데를 둘러볼 때나

    깡통을 걷어찰 때나

    음악을 맞춰 까닥까닥 흥겨울 때도

    노련하게 내 표정에 밑줄을 그어주었다

    까치발을 세우고 남자를 훔쳐 볼 때도

    가지런히 뒤꿈치 모으고 내숭을 떨 때도

    반짝반짝 나를 빛나게 해 주었다

    철없는 발자국에도 눈이 있다고

    너는 나보다 먼저 젖었고 먼저 똥을 밟았고

    먼저 달려가 악수를 했고 먼저 집에 데려다 주었다

    너는 나보다 나중에 밥을 먹었고 나중에 잠을 잤고

    뜬 눈으로 밤을 새기도 했다

    너는 표정 없는 나를 터벅터벅 읽어내기로 했고

    그래살다보면 높은 벽도깊은 수렁도 만나는 거야

    그렇다고 기죽지 말라고

    내 과거를 편집해 아침마다 페이지를 넘겨주었다

    나를 깁듯 너를 기워 노쇠한 너를 따라 다녔다

    이제 나는 너에게 예의를 갖추려고 한다

    무거웠던 나의 아픔을 털어내고

    나를 내려놓으라고 이른 아침

    평생 한 번 빛()나는 화장을 해 주었다

     

    수거함 앞에 정중히 내다 놓았다







    5.jpg


    천상병갈대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8/10/23 20:03:15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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