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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36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89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0/19 23:25:2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365 모바일
    [BGM] 아무도 없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최동호단추

     

     

     

    눈길을 피하기 위해

    고개 숙여

    단추를 만져 본다

     

    정말 단추보다

    더 작아지고 싶은 얼굴

    따가운 순간이 있다

     

    단추 속으로 숨고 싶어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던 단추가

     

    금빛 얼굴은 감출 수 없다고

    실밥 풀린

    얼굴로 멋쩍게 웃는다







    2.jpg

    신달자아무도 없다

     

     

     

    흐린 낙서 몇 줄도 완전 지우고

    새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는

    텅 빈

    한 장의 종이

     

    방에서 마루에서 거리에서 극장에서 카페에서

    기차역에서 공항에서 바다밥집에서

    나 혼자 있다

     

    혼자라는 말도 지우고

     

    나도 지운다

     

    깔끔하고

    개운하다







    3.jpg

    배한봉각인

     

     

     

    이름부터 아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

    장수풍뎅이각시붕어닭의장풀꽃

    사는 법 알면 사랑하게 되는 줄 알았다

    아이는 한 송이 풀꽃을 보고

    갈길 잊고 앉아 예쁘네 너무 예뻐연발한다

    이름 몰라도 가슴은 사랑으로 가득 차

    어루만지지도 못하고 눈빛만 빛내고 있다

    사랑은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임을

    내게 가르쳐 주고 있다

    헛것만 가득한 내게 봄을 열어주고 있다

    깨닫느니느낌도 없이 이름부터 외우는 것은

    아니다사랑 아니다

    생각보다 먼저 마음이 가 닿는 사랑

    놀람과 신비와 경이가 나를 막막하게 하는 사랑

    아름다움에 빠져 온몸이 아프고

    너를 향해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그때

    사랑은 웅숭 깊어지는 것이다

    이름도 사랑 속에 또렷이 새겨지는 것이다







    4.jpg

    김종철고백성사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 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5.jpg

    정두리먼지의 자리

     

     

     

    먼지는 어디에건

    주저앉으려고 든다

    살금살금

    가볍게

    무엇보다 사람들의

    무관심 위에 앉기를 좋아한다

    아무도 몰래

    숨어 만든 자리

    그 자리 엄청 넓어서

    나중엔 먼지가 먼저 놀라

    풀석 일어난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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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0/20 01:37:07  49.173.***.126  늙고푸른질서  448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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