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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32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85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0/12 15:29:36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327 모바일
    [BGM] 손을 베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mW6u5-MKwzo






    1.jpg

    신달자열애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 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 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 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 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 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2.jpg

    최재영대추리

     

     

     

    몇 년 전부터 동네엔 꽃이 피지 않는다

    더는 뿌리내릴 수 없음을 눈치챘는지

    마을은 흉흉한 인심만 가득 피워내고

    새들도 더 이상 둥지를 틀지 않는다

    이마에 붉은 적의를 동여맨 사람들

    눈빛에선 늘 회오리바람이 일고

    봄 내내 마을은

    현수막의 힘으로 펄럭거렸는지 모른다

    이제 버틸 수 있는 건

    오래전 땅으로부터 얻은 이력뿐이라는 듯

    생의 마디마다 굳은살이 박혀 있다

    인화성 짙은 구호들이

    마을의 안과 밖을 뜨겁게 달구는 동안

    한두 채의 빈 집이 더 늘어나고

    봄은 한낱 허구였을까

    마을 저쪽의 경계는 단단한 허공이다

    꽃의 일정 또한 팽팽한 긴장을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농수로가 막히자

    외부와의 소통도 단절되어졌다

    봄의 한복판에서 분주해지는 건현수막뿐이다







    3.jpg

    최승헌반점(半點)

     

     

     

    시디를 틀어놓고 음악을 듣다가

    가끔은 중간쯤에서 그만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싫증이 나서가 아니라 듣고 난 후의 공허감이 싫어서다

    너무 속속들이 알아버린다는 것

    끝까지 갈대로 가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마지막 온점에 갇혀버린다는 것이 쓸쓸해서다

    음악뿐이겠는가 그곳이 어디든지

    하찮은 감정이라도 다 쓸어 넣고 나면

    벼랑 끝 바람처럼 서늘한 것이기에

    조금은 남겨두고 싶은 내 위안의 방법이다

    때로 그것들이 슬픔을 말리는 불빛이 되어

    내 상처를 환하게 밝혀준다면

    기꺼이 끌어안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다

     

    밤비처럼 처량 맞은 눈물이 걸린 벽에 몸을 갖다 대보면 안다

    젖어서 흐르는 것들이 왜 강물을 마다하고

    막다른 벽에서만 흘러가는지

    한때 저 벽에 내 몸을 구겨 넣고 전 생애가 젖어왔으니

    아직 건조되지 않은 나는 분명 반점의 인생이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덧칠된 인생 속에 있다 보면

    서둘러야 할 건 아무것도 없다

    이쯤에서 멈춰버리고 싶은 내 나이의 투정을 기억한다면

    온점이 아닌 반점으로 나를 남겨두고 싶다







    4.jpg

    이영광오래된 그늘

     

     

     

    늙은 느티의 다섯 가지는 죽고

    세 가지는 살았다

    푸른 잎 푸른 가지에 나고

    검은 가지는 검은 잎을 뱉어낸다

     

    바람이 산천을 넘어 동구로 불어올 때

    늙은 느티의 산 가지는 뜨거운 손 내밀고

    죽은 가지죽을 줄 까맣게 잊은

    식은 손을 흔든다

     

    한 사나이는 오래된 그늘에 끌려들어가

    꼼짝도 않고

    부서질 듯 생각노니,

    나에게로 와서 죽은 그대들

    죽어서도 떠나지 않는 그대들

     

    바람신이 산천을 넘어 옛 동구에 불어와

    느티의 백년 몸속에서 윙윙 울 때







    5.jpg

    이영춘어느 날 태백산 능선에 앉아

     

     

     

    산 능선에 앉아

    바닥을 생각한다

    바닥은 하늘이 된다는 것을

     

    오르지 못한 것들의 바닥은 뿌리가 되고

    뿌리들은 땅의 기운이 된다는 것을

    오늘 하늘 능선에 올라 와서야 비로소 알았다

     

    모월모일 태백산에 올랐다가 알았다

    환웅은 바닥을 향해 내려온 하늘의 아들이라는 것을

    웅녀는 하늘을 받아 안은 땅의 딸이라는 것을

    하늘과 땅 두 손뼉 마주쳐 불꽃 튀는 개벽으로

    탄생된 제국

    제국은 곧 바닥의 뿌리들이 모여 사는 곳

    바람들이 모여 사는 곳

     

    나는 오늘 그 바닥의 맨 밑바닥에서

    뿌리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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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0/12 20:33:3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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