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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15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502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9/04 21:42:0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158 모바일
    [BGM] 너라고 쓴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F12bB






    1.jpg

    김요일무인도

     

     

     

    거기 계세요제가 갈게요

    당신은 바다에서 가장 높은 산

    시장에서 제법 쓸쓸해 보이는 나무들도 샀구요

    당신과 어울릴 만한 음악도 골랐어요

     

    붉은 꽃으로 치장한 통통배 타고 가장 높이 계신 당신께 오를 거예요

    깃발도 달고꽹과리도 두드리며

    멀리 계신 당신 쉽게 손 흔들 수 있도록

    시끌벅적 밀물 타고 갈 거예요

     

    당신의 연안(沿岸)은 모두의 피난처

    안달 난 새들은 같은 방향의 화살표로 날아들겠지요

    당신 치맛자락엔 검으나 부드러운 몽돌을 내려놓을 거구요

    차고 단 샘물도 넣어 드릴게요

     

    가만 가만 거기에만 계세요

    교회 종 떼어 당신 목에 걸어 둘래요

    꿈밖으로 떠밀려 가도 알아챌 수 있도록

    색색의 부표로 당신을 휘감겠어요

     

    거기 계세요

    태양과 바람의 경계에서 가장 상처 깊은 뿌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피안(彼岸)의 장르인

    당신







    2.jpg

    정윤천너라고 쓴다

     

     

     

    솜꽃인 양 날아와 가슴엔 듯 내려앉기까지의

    아득했을 거리를 너라고 부른다

     

    기러기 한 떼를 다 날려보낸 뒤에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저처럼의 하늘을 너라고 여긴다

     

    그날부턴 당신의 등뒤로 바라보이던 한참의 배후를

    너라고 느낀다

     

    더는 기다리는 일을 견딜 수 없어서내가 먼저 나서고야 만

    이 아침의 먼 길을 너라고 한다

     

    직지사가 바라보이던 담장 앞까지 왔다가그 앞에서

    돌아선 어느 하룻날의 사연을 너라고 믿는다

     

    생이 한 번쯤은 더이상 직진할 수 없는 모퉁이를 도는 동안

    네가 있는 시간 속으로만 내가 있어도 되는

     

    마음의 이런 순간을 너라고 이름 붙여주고 나면

    불현듯 어디에도 돌아갈 곳이라곤 사라져버려선

     

    사방에서 사방으로 눈이라도 멀 것만 같은

    이 저녁의 황홀을 너라고 쓰기로 한다







    3.jpg

    이재무주름 속의 나를 다린다

     

     

     

    일요일 밤 교복을 다린다

    아들이 살아갈 일주일 분의 주름

    만들며 새삼 생각한다

    다림질이 내 가난한 사랑이라는 것을

    어제의 주름이 죽고 새로운 주름이 태어난다

    아하주름 속에 생활의 부활이 들어있구나

    아들은 내가 다려준 주름 지우며

    불량하게 살아가리라

    주름은 지워지기위해 태어나는 것

    주름을 만들며 나를 지운다







    4.jpg

    정공량희망에게

     

     

     

    아득함에 지쳐 노래 부르고 싶을 때

    너를 만나리라

    ​​사랑하다 지쳐 쓰러져 울 때도

    너를 만나리라

    멀리서 그러나 더욱 가까운 곳에서

    물리칠 수 없는 고통과 이웃할 때

    내 설움을 비에 적시고 싶을 때

    ​​그 때 너를 만나리라

    만나서 네가 건네는 한 마디 말에

    나는 다시 일어서서 내일로 달려가리라

    지친 내 몸내 마음 세우며

    바람처럼 흘러 흘러서 가리라







    5.jpg

    이충희새치

     

     

     

    귀 밑에 돋은 새치를

    족집게로 뽑다 객적게 웃었다

     

    빳빳하게 곤두선 새치 몇 올을

    야멸차게 뽑아내고

    앞머리를 쓸어올리니

    아뿔싸드문드문 박힌 흰 머리카락

    새치가 아니고 세월이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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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04 21:50:23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8/09/05 05:24:19  1.241.***.242  볼빵빵고양이  5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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