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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14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63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9/01 10:37:24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141 모바일
    [BGM]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김광규나무의 기척

     

     

     

    댓돌에 한 발 올려놓고

    헌 신발 끈 조여 매는데

    등 위로 스치는 손길

    여름내 풍성했던 후박나무 잎

    커다란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가을 나무의 기척







    2.jpg

    이윤학복숭아꽃 핀 언덕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나는 내가 없는 곳으로 가서

    나랑 만나 살고 싶다

     

    복숭아꽃 핀 언덕을 넘어가고 싶다

    복숭아꽃 피는 언덕으로 가고 싶다







    3.jpg

    천양희

     

     

     

    환각거미는 입에다 제 알집을 물고 다닌다는데

    시크리드 물고기는 입에다 제 새끼를 미소처럼 머금고 있다는데

    나는 입으로 온갖 업을 저지르네

     

    말이 망치가 되어 뒤통수를 칠 때 무심한

    한 마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때 입은

    얼마나 무서운 구멍인가

     

    흰띠거품벌레는 입에다 울음을 삼킨다는데

    황새는 입에 울대가 없어 울지도 못한다는데

    나는 입으로 온갖 비명을 내지르네

     

    입이 철문이 되어 침묵할 때 나도

    모르는 것을 나도 모르게 고백할 때 입은

    얼마나 끔찍한 소용돌이인가

     

    때로 말이 화근이라는 걸 일러주는 입

     

    입에다 말을 새끼처럼 머금고 싶네

    말없이 말도 없이







    4.jpg

    허수경저녁에 흙을 돋우다가

     

     

     

    저녁에 흙을 돋우다가 나비를 보았네

    저녁에 흙을 부드럽게 만져

    막 나오는 달리아를 편하게 하려다가

    나비를 보았네

     

    나비가 날아가는 곳을 멍하니 보는데

    턱 허니 의젓하게 차오르는 눈물

     

    언제부터인가

    야간등을 단 밤하늘의 비행기를 보면

    무슨 이 지상에서 살아남을 권리이듯

    눈물이 의젓하게 차올랐네

     

    저 안에 마늘쪽같이 아린 집이 있어

    야간등을 달고 나비들은 그 곁을 지나는지도 모른다

     

    나비가 저녁 햇살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잠자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네

     

    여린 빛마저

    울음 오므리듯 투과하는 날개를 가져서

    어떡할 것인가







    5.jpg

    도종환가죽나무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 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 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

    잘라 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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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01 21:41:0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8/09/02 19:41:34  211.36.***.203  신주쿠공원  57858
    [3] 2018/09/06 21:31:09  221.154.***.4  아재개그만  234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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