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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10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33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8/26 19:11:06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109 모바일
    [BGM] 다 네 덕분이라 하더라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7VkuJ






    1.jpg

    이탄옮겨 앉지 않는 새

     

     

     

    우리 여름은 항상 푸르고

    새들은 그 안에 가득하다

    새가 없던 나뭇가지 위에

    세가 와서 앉고

    새가 와서 앉던 자리에도 새가 와서 앉는다

     

    한 마리 새가 한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나무가 다할 때까지 앉아 있는 새를

    이따금 마음속에 본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앉지 않는 한 마리의 새

    보였다보였다 하는 새

     

    그 새는 이미 나뭇잎이 되어 있는 것일까

    그 새는 이미 나뭇가지일까

    그 새는 나의 언어(言語)를 모이로

    아침 해를 맞으며 산다

    옮겨 앉지 않는 새가

    고독의 문()에서 나를 보고 있다







    2.jpg

    최승호수평선

     

     

     

    땅을 배고 하늘 보던

    미륵의 돌뺨이

    발그스름해지는 황혼 무렵에

     

    와불(臥佛)이 발을 뻗은 저쪽

    긴 수평선은

    잔광을 번쩍거리는 큰 칼처럼 누워 있을까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있고

    우리가 사라진 뒤에 존재하는 것

    수평선은 하나의 불사신의 시선이다

     

    우리는 한계 속에 살다 무한 속에 죽을 것이다

    그러면 좀 억울하지 않은가

    우리는 무한을 누리다 한계 속에 죽을 것이다







    3.jpg

    박용재강릉

     

     

     

    마음이 먼저 도착하여

    한참 동안을 흥분하더라

    몸은 더디게 더디게 도착하였으나

    마음보다 더 흥분하더라

    몸이 말하기를맑은 바람꽃 덩어리가

    강릉보다 더 좋은 곳이 있더냐

    마음이 받아치더라

    해당화꽃 한 송이에 흥분할 줄 아는

    삶이 어디 그리 흔하더냐

    몸이 마음에게 물었다

    그렇게 좋으냐고

    마음이 그윽하게 답하기를

    다 네 덕분이라 하더라







    4.jpg

    최승자이 시대의 사랑

     

     

     

    불러도 삼월에는 주인이 없다

    동대문 발치에서 풀잎이 비밀에 젖는다

     

    늘 그대로의 길목에서 집으로

    우리는 익숙하게 빠져들고

    세상 밖의 잠 속으로 내려가고

    꿈의 깊은 늪 안에서 너희를 부르지만

    애인아 사천 년 하늘빛이 무거워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물에'

    우리는 발이 묶인 구름이다

     

    밤마다 복면한 바람이

    우리를 불러내는

    이 무렵의 뜨거운 암호를

    죽음이 죽음을 따르는

    이 시대의 무서운 사랑을

    우리는 풀지 못한다







    5.jpg

    김남조항구

     

     

     

    하세월 표류해 온

    나의 일엽편주가

    뱃전 스치고 다시 떠나노니

    만약에 예서

    추운 이를 만나거나

    눈매 글썽이는 따뜻한 사람을 알았더라면

    나는 기슭에 배를 두고

    뭍에 올랐으리라

    내 배는

    바닷길 만경창파에

    흘려 보냈으리라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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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8/26 19:23:13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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