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씨, 오나미씨가 늘 외모로 자기비하하는 개그를 해왔고 보기 좀 안 좋다, 생각은 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불쾌했고 웃음은커녕 기분이 나빠지던 코너가 예전 개콘에 있었는데요.
봉숭아학당에서 박지선씨가 라랄랄라라랄랄라랄라라 달려가는 여성시대~하면서 여성학자라고 자기를 소개하고
이러이러해서 여성도 평등하게 누를 권리가 있습니다! 하고 주장하는 거 있었잖아요.
그러면 이수근이 이미 여성분들도 다 누리고 계세요~ 하면서 박지선을 저지하면
엥? 그랬어요? 나는 그런 적 없는데...이러면서 퇴장하는 형식.
자세히 기억나는 예는 없지만 극 중에서 박지선이 요구하는 권리라는 것은 대단한 안건은 아니고,
이를테면 '이제 여성들도 레스토랑에 갈 권리가 있습니다'하고 외치는 식이고,
그렇게 저지당하고 난 뒤에는 결국 이미 다들 가봤는데 나는 못생기고 애인도 없고 쭈구리라서 못 가본 것임을 깨닫고
박지선은 쓸쓸히 퇴장하죠.
정말 이 코너가 보기 불편했던 이유는
페미니즘=못생기고 남자한테 인기 없고 찐따같은 여자들이 숭상하는, 혹은 그들을 대변하는 가치
이 왜곡된 관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걸 반영한 코미디를 연기하는 사람이 여성이라는 점은 더 화나게 하더라고요.
보면서 아 쟤는 저게 웃길려고 만든건가...여잔데 저런 거 하면 자존심도 안 상하나...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나중에 박지선씨 관련 인터뷰 같은 것도 읽고 그러니
어릴 적부터 피부에 병이 있어서 몹시 고생했고 방송일을 하는 지금도 메이크업은 전혀 하지 못한다고 그러시던데
피부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외모 지적이 노골적으로 가해지는 공간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싶기도 했어요.
그런 여성학자(?) 캐릭터를 만든 것도 개인적인 아픔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도 좀 하게 되네요(궁예질 ㅈㅅ).
뭐 그 후엔 희극여배우들이라는 코너에 나와서 울먹울먹 연기하면서 '전 사실 귀여운 편입니다' 이런 대사도 있었고
그 코너는 나름 응원하는 코너였는데...기대만큼 흥하진 못한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이번에 사쌍둥인지 뭔지하는 코너에서 김치녀라는 단어가 사용되었고 그 외 발견된 벌레 요소들 때문에
모처럼 개콘의 외모비하, 여성혐오 등이 화제거리가 되었는데요...(언제부터인가 진짜 재미없어진 것도 한 몫)
이후 제작인이 사과하고 ㅇㅂ 관련 요소들을 샅샅이 검열해서 방송에 내보내지 않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예전부터 외모 특히 여성 희극인들 외모를 깎아내리고 비웃음거리로 만드는 방식은 흔했고
(뚱뚱하고 많이 먹는 남자 개그맨들도 자신의 몸을 소재로 쓰지만 오히려 그런 점을 유쾌하게 만들면서 웃기죠)
예쁜 여성은 속물적이고 남성에 마냥 의존적인 존재로 그려내는 게 일상이니...
(그, 이성애자 남자가 여자들 바글바글하고 게이 2명 있는 회사 다니는 코너가 있었죠?)
하여튼 개콘은 ㅇㅂ문제뿐 아니라 그간의 노잼 원인을 이번 기회에 좀 심도 있게 성찰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네요.
안 본지는 꽤 됐지만 그래도 나름 장수한 프로그램인데 불명예스럽게 사라지면 우리의 추억이 안타깝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