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아버지에게 그리고 나에게.<br /><br />아빠. 안녕하세요. <br />아빠의 자랑스러운 작은 아들 상경입니다. </div> <div>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이곳은 이미 추워져 눈도 몇번 내리고 했어요.<br /><br />아빠. 떠나신지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가요. 맞아요. 가을이었는 데 이제 겨울이에요.<br />이제 한 계절이 흘렀어요. 그만큼 시간이 지난만큼 아빠 조금 잊어가는 것만 같았어요.<br /><br />근데요. 참 신기하게도요. 겨울을 지내다보니 겨울에 아빠가 저에게 선사해주셨던 따뜻하고<br />포근한 추억들이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선명해져요.<br /><br />우리 시골에 살았을때요. 아빠가 손수 만들어주셨던 썰매로 집 뒤에 있던 연못에서 신나게<br />타고 놀았던 기억이 생각나구요. 또 최근에 쉬는 날 시간내서 아빠 보러갔을 적에<br />아빠가 처음보는 잠바 하나를 입고 계셨었잖아요.<br /><br />그때 제가 아빠께 물었었죠.<br />"아빠? 이렇게 빨간 잠바 어디서 났어? <br />누가 사줬어? 이 색 너무 젋은 애들 입는거 같지 않아?" 그러자 아빠는 <br />"저기 어딘가에서 주워왔어. 그래도 따뜻하고 좋더라" 하셨죠. </div> <div>그 당시 전 아빠께 하나 사입으시라고 내가 당장 사드리겠다고 호언장담<br />신신당부를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br /><br />결국 아버지께 그 겨울 내내 아무것도 못해 드렸었잖아요. 괜찮다고. 뭐가 됬든 따뜻하면<br />됬지. 그 돈 아껴서 너 사고 싶은거 사라고. 하셨던거. 이제 아빠가 안계시는 첫 겨울을<br />보내는 이 시점에서 나는 참 후회되고 한이 된것만 같네요.<br /><br />우리가족 엄마, 형, 그리고 나. 이사가요. 그 동안 내가 모아논 거. 어머니 모아논 거.<br />그리고 외할머니께서 평생 벌어놓으신 걸로 정말 우리 집이 생겨요.<br /><br />아빠. 생전에 그 말씀 정말 많이 하셨죠. 우리 가족 나중에 돈 모아서 시골 고향집<br />자리에 집 지어서 네 가족 다 모여서 꼭 같이 살자고. 아빠. 숨이 점점 꺼져가실때<br />형이 기운내시라고 아빠가 이런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살아야한다고 아빠에게 화내면서<br />용기 잃지 말라고 했을 때 아빠는 <br /><br />이제 모든 게 희망사항이 되어버렸다고 이야기하셨다 해서 지금 그 생각만 해도<br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와요.<br /><br />그 동안 그나마 미운 정. 고운 정 다들었던 수원 원룸. 투룸의 집을 정리하면서<br />아빠 생각 많이 났어요. 왜 살아생전 아빠가 소망하던 시골 집은 아니더라도<br />월세. 전세에서 벗어나 우리집이 생기는데 왜 아빠는 지금 내 곁에 계시지 않을까.<br /><br />아빠. 형이 아빠 사진 찍었던 거 다 모아놨는데 그거 아직도 못보고 있어요. 아빠한테 좀 더<br />떳떳해진다음에 그때 꼭 볼게요. 미안해요. 아빠가 보고싶지 않아서가 아니에요.<br />지금 아빠가 이리도 보고싶은 데<br /><br />수십장의 아빠의 사진을 보면 난 눈물만 쏟아질 거 같아요. <br /><br />남들은 가족이 떠나고 49일이 지나면 영정사진도 이제 감추고 그런다는 데<br />엄마께서 그 말씀 하시더라구요. 이제 아버지 사진 넣어야한다구요.<br />그것이 예의라고 하더라구요.<br /><br />어머니에게 죄송하지만 화 냈어요. 아빠 그렇게 답답하셨을텐데<br />아빠 마지막 사진 감추면 아빠 또 답답해지실거 같다구.. 이사가고 나면 그때 우리 정식으로<br />찍은 사진 뽑아서 걸어놓자구요.<br /><br />다행히 어머니께서 그리해주신다해서 정말 감사했어요.<br /><br />아빠. 아빠를 생각하다보면 나는 끝없는 공허함의 극으로 치닫지만<br />이제 이제 아빠께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겁니다.<br /><br />아빠는 한 줌의 재가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뿌려졌지만 아빠가 바람이<br />되어 내 곁에 항상 계시다는 거 함께 하고 있다는 거 잊지않고 명심하며<br />살아가겠습니다.<br /><br />아빠. 사랑해요. 보고싶어요.<br />내가 제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께.<br />그리고 그의 아들 나에게.<br /><br />2013년 12월 21일.<br /><br />추신<br />아빠. 이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br />봄의 아빠가 생각나겠죠?<br />또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br />겨울이 수십번 반복되도<br />난 아빠를 아버지를 그리워할게요.<br />그곳에서 아프지말고 잘지내세요.<br />그리고 우리 가족을 지켜주세요.<br />또 쓸게요.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새해.<br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br /><br />아빠가 안계시는 첫 신년이 밝았다.<br />시간이 갈수록 참 이상하게도 아빠께<br />죄송한 마음만 쌓여간다.<br /><br />정작 쌓여야 할것들은 아빠와의 추억들인데<br />아빠 어깨위에 쌓여져 있던 눈이 생각난다.<br />이번 겨울 아빠와 눈을 맞으며 이런 저런<br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 데.<br /><br />아빠 사진을 볼때마다 이리도 안타까운<br />마음이 드는 지 모르겠다.<br /><br />내가 강해지는 방법이 아빠의 존재를<br />조금씩 희석시키며 잊어가는 것이라면<br />난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다.<br /><br />강해지지 않아도 좋다,<br />조금씩 우울하고 더 슬퍼져도 내 마음속<br />가장 앞자리에 아빠를 모시고 싶다.<br /><br />그것이 못다한 나의 의무이자.<br />살아 생전 해드리지 못한 효라 생각한다.<br /><br />아빠가 안계시는 나의 첫 겨울.<br />그리고 첫 새해가 이렇게 참<br />쓸쓸하고 외롭게. 지나가고 있다. </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