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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나쁘네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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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50002
    작성자 : 익명1368
    추천 : 12
    조회수 : 1764
    IP : 121.173.***.35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3/01/03 16:54:57
    http://todayhumor.com/?lovestory_50002 모바일
    시, 좋아하세요?
    <p></p><p>춤추라,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p><p>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p><p>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p><p>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p><p>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p><p><br></p><p><br></p><p>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p><p><br></p><p>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p><p>너와 헤어져 돌아오는</p><p>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p><p><br></p><p>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p><p>두 점을 치는 소리</p><p>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p><p>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p><p><br></p><p>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p><p>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p><p>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p><p>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p><p><br></p><p>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p><p>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p><p>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p><p>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p><p><br></p><p>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p><p>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p><p>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p><p><br></p><p><br></p><p>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p><p>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p><p>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p><p>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p><p>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p><p>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p><p>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p><p>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p><p>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p><p>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p><p>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p><p>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p><p>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p><p>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p><p>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p><p>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p><p>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p><p>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p><p>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p><p><br></p><p>-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p><p><br></p><p><br></p><p>파랑새 -한하운</p><p><br></p><p><br></p><p>나는</p><p>나는</p><p>죽어서</p><p>파랑새 되어</p><p><br></p><p><br></p><p>푸른 하늘</p><p>푸른 들</p><p>날아다니며</p><p><br></p><p><br></p><p>푸른 노래</p><p>푸른 울음</p><p>울어 예으리</p><p><br></p><p><br></p><p>나는</p><p>나는</p><p>죽어서</p><p>파랑새되리.</p><p><br></p><p><br></p><p><br></p><p><br></p><p><br></p><p>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p><p> </p><p>-심순덕</p><p> </p><p>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p><p>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p><p><br></p><p>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p><p>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p><p><br></p><p>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p><p>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p><p><br></p><p>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p><p>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p><p><br></p><p>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p><p>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p><p><br></p><p>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p><p>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p><p><br></p><p>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p><p>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덕 없는</p><p><br></p><p>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p><p>외할머니 보고 싶다!</p><p>외할머니 보고 싶다!</p><p>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p><p><br></p><p>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p><p>아!......</p><p>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p><p> </p><p><br></p><p><br></p><p>나 하늘로 돌아가리라.</p><p>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p><p>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p><p> </p><p>나 하늘로 돌아가리라.</p><p>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p><p>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p><p> </p><p>나 하늘로 돌아가리라.</p><p>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p><p>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p><p><br></p><p><br></p><p><br></p><p>백석 <여승></p><p><br></p><p>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p><p>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p><p>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p><p>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p><p><br></p><p>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p><p>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p><p>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p><p><br></p><p>섭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p><p>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p><p>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p><p><br></p><p>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p><p>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p><p><br></p><p><br></p><p><br></p><p><br></p><p>게슈타르트의 기도-프레드릭 파르즈</p><p><br></p><p>나는 나 당신은 당신</p><p><br></p><p>나는 나를 위해 살고 당신은 당신을 위해 산다.</p><p><br></p><p>나는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게 아니고</p><p>당신 또한 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게 아니다.</p><p><br></p><p>당신은 당신 나는 나</p><p><br></p><p>우리 두 사람이 만난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이겠지.</p><p><br></p><p>설사 그럴 수 없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p><p><br></p><p><br></p><p><br></p><p>푸른 밤</p><p><br></p><p>                   나희덕</p><p><br></p><p><br></p><p>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p><p>그 무수한 길도 </p><p>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p><p><br></p><p><br></p><p>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p><p>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p><p>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p><p>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p><p>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p><p><br></p><p><br></p><p>사랑에서 치욕으로, </p><p>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p><p>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p><p><br></p><p><br></p><p>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p><p>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p><p>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p><p>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p><p><br></p><p><br></p><p>나의 생애는 </p><p>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p><p>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p><p><br></p><p><br></p><p><br></p><p><br></p><p>꿈    -황인숙</p><p> </p><p>가끔 네 꿈을 꾼다.</p><p>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p><p>이제는 너를 보면,</p><p>아, 꿈이로구나,</p><p>알아챈다.</p><p><br></p><p><br></p><p><br></p><p>김나영의 <열린 감옥>.</p><p><br></p><p>지구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다.</p><p>세상의 모든 경전(經典)은 나를 비껴 지나갔다.</p><p>파래서 너무 파래서 쏴갈기고 싶은 하늘 아래</p><p>나는 치명적으로 젊고 건강하다.</p><p><br></p><p><br></p><p><br></p><p>내 늙은 아내 -서정주</p><p><br></p><p>내 늙은 아내는 아침저녁으로</p><p>내 담배 재떨이를 부시어다 주는데</p><p>내가</p><p>"야 이건 양귀비 얼굴보다 곱네</p><p>양귀비 얼굴엔 분때라도 묻었을 텐데?"</p><p>하면</p><p>꼭 대여섯 살 먹은 계집아이처럼</p><p>좋아라고 소리쳐 웃는다</p><p>그래 나는 천국아니 극락에 가더라도</p><p>그녀와 함께 가볼 생각이다</p><p><br></p><p><br></p><p><br></p><p><br></p><p>자화상   -서정주</p><p> </p><p> </p><p>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p><p>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p><p><br></p><p>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p><p>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p><p><br></p><p>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많은 머리털과</p><p>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p><p>스물 세햇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p><p><br></p><p>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p><p>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p><p>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p><p>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p><p>찬란히 티워오는 어느 아침에도</p><p>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p><p>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p><p>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p><p>병든 숫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p><p><br></p><p><br></p><p>내가 사랑하는 사람이</p><p>나에게 말했다</p><p>"당신이 필요해요"</p><p><br></p><p>그래서</p><p>나는 정신을 차리고</p><p>길을 걷는다</p><p>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p><p>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p><p><br></p><p>브레톨트 브레히트의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p><p><br></p><p><br></p><p><br></p><p><br></p><p>목숨의 노래 - 문정희 </p><p><br></p><p>너 처음 만났을 때 </p><p>사랑한다 </p><p>이 말은 너무 작았다 </p><p><br></p><p>같이 살자 </p><p>이 말은 너무 흔했다 </p><p><br></p><p>그래서 너를 두곤 </p><p>목숨을 내걸었다 </p><p><br></p><p>목숨의 처음과 끝 </p><p>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p><p><br></p><p>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p><p>죽고 싶었다 </p><p><br></p><p><br></p><p><br></p><p><br></p><p>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p><p> </p><p>해 뜨는 아침에는</p><p>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p><p>그대에게 가고 싶다</p><p> </p><p>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p><p>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p><p>오늘은 하늘도 맨처음인 듯 열리는 날</p><p>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p><p>그대에게 가고 싶다</p><p> </p><p>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p><p>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p><p>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p><p> </p><p>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p><p>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p><p>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p><p> </p><p>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p><p>새날이 밝아오고</p><p>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p><p>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p><p>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p><p>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p><p>그날이 온다면</p><p> </p><p>봄이 올 때 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p><p>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p><p>나는 잊지 않으리</p><p> </p><p>사랑이란</p><p>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p><p>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p><p>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p><p>그대에게 가고 싶다</p><p> </p><p>우리가 만들어야 할 신천지</p><p>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p><p>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p><p>나도 한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p><p>그대에게 가고 싶다</p><p> </p><p><br></p><p><br></p><p><br></p><p>행복 - 유치환</p><p> </p><p>사랑하는 것은</p><p>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p><p>오늘도 나는</p><p>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p><p>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p><p>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p><p>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p><p>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p><p>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p><p>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p><p>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p><p>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p><p>너와 나의 애틋한연분도</p><p>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p><p> </p><p>사랑하는 것은</p><p>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p><p>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p><p>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p><p>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p><p>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p><p><br></p><p><br></p><p><br></p><p><br></p><p>옥수수 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p><p> </p><p>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p><p>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p><p>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p><p>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p><p>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p><p>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께 나눠주고</p><p>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p><p>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p><p>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p><p>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p><p>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p><p>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p><p>내 남아 밭갈고 씨뿌리고 땀흘리며 살아야</p><p>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p><p><br></p><p><br></p><p><br></p><p><br></p><p><br></p><p>전라도 가시내</p><p><br></p><p><br></p><p>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p><p>눈이 바다처럼 푸를 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p><p><br></p><p>가시내야</p><p><br></p><p>나는 발을 얼구며</p><p>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p><p><br></p><p>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p><p>어두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개 마시련다만</p><p><br></p><p>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p><p>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 미더운 북간도 술막</p><p><br></p><p>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p><p>눈포래를 뚫고 왔다</p><p><br></p><p>가시내야</p><p><br></p><p>너의 가슴 그늘진 숲 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p><p>술을 부어 남실남실 술을 따라</p><p>가난한 이야기에 고이 잠거다오</p><p><br></p><p>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 달 전이면</p><p>단풍이 물들어 천 리 천 리 또 천 리 산마다 불탔을 겐데</p><p>그래도 외로워서 슬퍼서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p><p><br></p><p>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p><p>불술기 구름 속을 달리는 양 유리창이 흐리더냐</p><p><br></p><p>차알삭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취한 듯</p><p>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없이 새기는 보조개</p><p><br></p><p>가시내야</p><p><br></p><p>울 듯 울 듯 울지 않는 전라도 가시내야</p><p>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 아닌 봄을 불러 줄게</p><p>손때 수줍은 분홍 댕기 휘휘 날리며</p><p>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가거라</p><p><br></p><p>이윽고 얼음길이 밝으면</p><p>나는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 게다</p><p>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p><p>자욱도 없이 사라질게다</p><p><br></p><p><br></p><p><br></p><p>믿음에 대하여 -최문자(1941~)</p><p><br></p><p>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p><p>피가 날 때까지 믿는다.</p><p>금방 날아갈 휘발유 같은 말도 믿는다.</p><p>그녀는 낯을 가리지 않고 믿는다.</p><p>그녀는 못 믿을 남자도 믿는다.</p><p>한 남자가 잘라온 다발 꽃을 믿는다.</p><p>꽃다발로 묶인 헛소리를 믿는다.</p><p>밑동은 딴 데 두고</p><p>대궁으로 걸어오는 반 토막짜리 사랑도 믿는다.</p><p>고장 난 뻐꾸기시계가 4시에 정오를 알렸다.</p><p>그녀는 뻐꾸기를 믿는다.</p><p>뻐꾸기 울음과 정오 사이를 의심하지 않는다.</p><p>그녀의 믿음은 지푸라기처럼 따스하다.</p><p>먹먹하게 가는귀먹은</p><p>그녀의 믿음 끝에 어떤 것도 들여놓지 못한다.</p><p><br></p><p>그녀는 못 뽑힌 구멍투성이다.</p><p>믿을 때마다 돋아나던 못,</p><p>못들을 껴안아야 돋아나던 믿음.</p><p>그녀는 매일 밤 피를 닦으며 잠이 든다.</p><p><br></p><p><br></p><p>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p><p>(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p><p><br></p><p>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5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6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7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8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9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10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br></p><p>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1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제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p><p>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오.</p><p>(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p><p><br></p><p>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p><p>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p><p>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p><p>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p><p><br></p><p>(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p><p>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p><p><br></p><p><br></p><p><br></p><p>저녁에</p><p><br></p><p>김광섭</p><p><br></p><p>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p><p>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p><p>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p><p>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p><p><br></p><p>밤이 깊을 수록</p><p>별이 밝음 속에 사라지고</p><p>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p><p><br></p><p>이엏게 정다운</p><p>너 하나 나 하나는</p><p>어디서 무엇이 되어</p><p>다시 만나랴</p><p><br></p><p><br></p><p><br></p><p><br></p><p><br></p><p>울음이 타는 가을강</p><p><br></p><p><br></p><p>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p><p>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p><p>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p><p>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p><p><br></p><p>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p><p>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p><p><br></p><p>저것 봐, 저것 봐,</p><p>네보담도 내보담도</p><p>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p><p>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p><p>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p><p>소리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p><p><br></p><p><br></p><p><br></p><p><br></p><p>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p><p>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p><p>다사오는 모든 발자국은</p><p>내 가슴에 쿵쿵거린다</p><p>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p><p>기다려 본 적 있는 사람은 안다</p><p>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p><p>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p><p>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p><p>너였다가</p><p>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p><p>다시 문이 닫힌다</p><p>사랑하는 이여</p><p>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p><p>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p><p>아주 먼데서 니는 너에게 가고</p><p>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있다</p><p>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p><p>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p><p>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p><p>내 가슴 속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을 따라</p><p>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간다</p><p><br></p><p>-황지우</p><p><br></p><p><br></p><p><br></p><p><br></p><p><br></p><p>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p><p>                                      황지우</p><p><br></p><p>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p><p>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p><p>삼천리 화려강산의 </p><p>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p><p>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p><p>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p><p>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p><p>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p><p>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p><p>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p><p>우리도 우리들끼리 </p><p>낄낄대면서 </p><p>깔쭉대면서 </p><p>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p><p>한 세상 떼어 메고 </p><p>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p><p>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p><p>길이 보전하세로 </p><p>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p><p>주저 앉는다</p><p><br></p><p><br></p><p><br></p><p><br></p><p>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p><p><br></p><p>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p><p>외눈박이 물고기처럼</p><p>사랑하고 싶다</p><p>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p><p>평생을 두 마리가 함게 붙어다녔다는</p><p>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p><p>사랑하고 싶다</p><p><br></p><p>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p><p>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p><p>외눈박이 물고기처럼</p><p>그렇게 살고 싶다</p><p>혼자있으면 </p><p>그 혼자있음이 금방 들켜버리는</p><p>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p><p>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p><p><br></p><p><br></p><p><p><br></p><p><br></p><p>빌딩 숲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이</p><p>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겨졌다</p><p>점심 먹고 식당 골목을 빠져나올 때</p><p>담벼락에 걸린 시래기 한 움큼 빼서 코에 부비다가</p><p>식당 주인에게 들킨 것이다</p><p>"이봐, 왜 남의 재산에 손을 대!"</p><p>반말로 호통치는 식당 주인에게 회사원은</p><p>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p><p>막무가내 식당 주인과 시비를 벌이고</p><p>멱살잡이를 하다가 파출소까지 갔다</p><p>화해시켜보려는 경찰의 노력도</p><p>그를 신임하는 동료들이 찾아가 빌어도</p><p>식당 주인은 한사코 절도죄를 주장했다</p><p>한몫 보려는 식당 주인은</p><p>그동안 시래기를 엄청 도둑맞았다며</p><p>한 달치 월급이 넘는 합의금을 요구했다</p><p>시래기 한 줌 합의금이 한 달치 월급이라니!</p><p>그는 야박한 인심이 미웠다</p><p>더러운 도심의 한가운데서 밥을 구하는 자신에게</p><p>화가 났다</p><p>"그래, 그리움을 훔쳤다, 개새끼야!"</p><p>평생 주먹다짐 한 번 안 해본 산골 출신인 그는</p><p>경찰이 보는 앞에서 미운 인심에게</p><p>주먹을 날렸다</p><p>경찰서에 넘겨져 조서를 받던 그는</p><p>찬 유치장 바닥에 뒹굴다가 선잠에 들어</p><p>흙벽에 매달린 시래기를 보았다</p><p>늙은 어머니 손처럼 오그라들어 부시럭거리는.</p><p>-공광규</p><p><br></p><p><br></p><p><br></p><p>기형도 - 입속의 검은 잎</p><p><br></p><p>택시 운전사는 어두운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p><p>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p><p>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p><p>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p><p><br></p><p>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p><p>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p><p>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p><p>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p><p>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p><p>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p><p>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p><p>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p><p>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p><p><br></p><p>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p><p>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p><p>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p><p>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p><p>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p><p>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p><p>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p><p>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p><p>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 넘쳤다</p><p>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p><p>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p><p>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p><p>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p><p>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p><p>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p><p>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p><p>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p><p>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p><p>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p><p><br></p><p><br></p><p><br></p><p><br></p><p>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p><p>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p><p>뿌리 깊으면야</p><p>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p><p>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p><p>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p><p><br></p><p>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p><p>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p><p>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p><p>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p><p>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p><p>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p><p>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p><p><br></p><p>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p><p>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p><p>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p><p>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p><p>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p><p>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p><p>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p><p><br></p><p>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p><p><br></p><p><br></p><p><br></p><p><br></p><p>강 / 황인숙</p><p><br></p><p>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p><p>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p><p>나한테 토로하지 말라</p><p>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p><p>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p><p>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p><p>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p><p>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p><p>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p><p>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p><p>당신이 직접</p><p>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p><p>강가에서는 우리</p><p>눈도 마주치지 말자.</p><p><br></p><p><br></p><p><br></p><p><br></p><p>조찬(朝餐)</p><p><br></p><p>해 멀어 소슬한 산공기에</p><p>연기 한 줄기</p><p>노인은 조용히 밥을 저었다</p><p>오늘도 반은 헛밥이 될 터였다</p><p><br></p><p>되돌아보면 그 옛날</p><p>수저 부딪치던 때도 있었다</p><p>달그림자 밝은 밤 부끄러워</p><p>꽃으로 피던 고운님 얼굴</p><p><br></p><p>어드메쯤 오시나</p><p>수저 놓고 넘겨보던 산자락</p><p>절로 늙은 백발은</p><p>밥공기 닥닥 긁는 혼잣소리가 민망했다</p><p><br></p><p>에에이, 말자</p><p>간 사람 아니더냐</p><p><br></p><p>그래도 밥상 위</p><p>다부지게 올라앉은 밥공기 두 개에</p><p>연정은 수염 끝에 아롱지게 피었다</p><p><br></p><p>내일도 반은 헛밥이 될 터였다</p><p><br></p><p><br></p><p><p><br></p><p><br></p><p>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p><p>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p><p>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 보낼 줄 알아</p><p>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p><p><br></p><p>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p><p>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p><p>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p><p>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p><p>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p><p><br></p><p>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p><p>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p><p>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p><p><br></p><p>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p><p>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p><p>조용히 물 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p><p>물고기 한 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p><p>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p><p><br></p><p>- 도종환의《다시 피는 꽃》중에서 -</p><p><br></p><p><br></p><p><br></p><p><p>김용택</p><p><br></p><p>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p><p>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p><p>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p><p>훤한 달이 떠오르고</p><p>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p><p>간절한 이 그리움들을,</p><p>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p><p>달빛에 실어</p><p>당신께 보냅니다</p><p>세상에,</p><p>강변에 달빛이 곱다고</p><p>전화를 다 주시다니요</p><p>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p><p>문득 들려옵니다 </p><p><br></p><p><br></p><p><br></p><p><br></p><p>자목련 블루스</p><p><br></p><p>성기완</p><p><br></p><p>봄날 오후에 할 일도 없는데</p><p>자목련이 흐드러져요</p><p>그러고보니 당신에게서</p><p>꽃 한 송이 받은 적 없네요</p><p>아 구체적으로 서러워</p><p>내 마음</p><p>확인도 안 하고 떠나셨죠</p><p>봄날 숨 막히는 오후에</p><p>퍼플의 물감을 헤프게 쓰는</p><p>자목련이 흐드러져요</p><p>꼭 당신이 준 것인 양</p><p>한 아름 눈에 들어와</p><p>매우 정확히 현실적으로 서운해</p><p>구체적으로 서러워</p><p>눈물이 나버려</p><p><br></p><p><br></p><p><br></p><p><br></p><p><br></p><p>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p><p>                                       장진성 </p><p><br></p><p>그는 초췌했다 </p><p>-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p><p>그 종이를 목에 건 채 </p><p>어린 딸 옆에 세운 채 </p><p>시장에 서 있던 그 여인은 </p><p><br></p><p>그는 벙어리였다 </p><p>팔리는 딸애와 </p><p>팔고 있는 모성(母性)을 보며 </p><p>사람들이 던지는 저주에도 </p><p>땅바닥만 내려보던 그 여인은 </p><p><br></p><p>그는 눈물도 없었다 </p><p>제 엄마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p><p>고함치며 울음 터치며 </p><p>딸애가 치마폭에 안길 때도 </p><p>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던 그 여인은 </p><p><br></p><p>그는 감사할 줄도 몰랐다 </p><p>당신 딸이 아니라 </p><p>모성애를 산다며 </p><p>한 군인이 백 원을 쥐어주자 </p><p>그 돈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 </p><p><br></p><p>그는 어머니였다 </p><p>딸을 판 백 원으로 </p><p>밀가루빵 사 들고 어둥지둥 달려와 </p><p>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 </p><p>-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p><p><br></p><p><br></p><p><br></p><p><br></p><p><br></p><p>그 날 </p><p><br></p><p>정민경</p><p><br></p><p>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p><p>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p><p>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p><p>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p><p>녕이 먼저 뵈데.</p><p>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p><p>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p><p>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p><p>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p><p>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p><p>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p><p>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p><p>냐.</p><p><br></p><p>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p><p><br></p><p><br></p><p><br></p><p><br></p><p><br></p><p>어제</p><p><br></p><p>- 김근</p><p> </p><p>항아리 같은 잠의 뚜껑을 열고 사내애는 깨어났다. 낡고 낡은 잠 바깥엔 삼백예순 날 종일 비 내리고 빗방울 하나마다 부릅뜬 눈</p><p>알들 추녀 끝 마당엔 여자가 온몸으로 눈알을 맞고 서 있었다. 여자는 희게 젖고 , 엄마 나는 저 눈깔들이 무서워요 무서워할 것 없</p><p>단다. 얘야. 지느러미나 혓바닥이 내릴 날 있을 거다. 저것들은 엄마가 죽인 아이들의 눈깔인가요? 얘야 저것들은 네가 무수한 날</p><p>에 바꿔 달 눈알들이란다. 또로록 또로록 굴러다니며 검은 자위들이 본 저 징글징글한 것들을 내가 다 봐야 한다고요? 보이는 건 </p><p>아무 것도 아니란다. 얘야 너 같은 건 다 거짓말이란다.</p><p>눈알 비 맞고 새들이 떨어져 죽었다. 희게 젖은 여자 죽은 새들을 들췄다. 새들의 찬 부리 위에는 눈 없이 텅 빈 구멍만 뚫려 있었</p><p>다. 사내에는 제 눈알을 뽑아 여자에게 버렸다. 희게 젖은 여자의 옷에 붉은 피 번졌다. 여자는 이제 영영 붉게 젖은 여자가 되었다</p><p>. 잎사귀마다 대롱대롱눈알들을 달고 나무들이 사내애를 쏘아보았다. 대지는 터진 눈알들로 질퍽거렸다. 없는 눈으로 사내애는 </p><p>보이지 않는 눈으로 길을 더듬거렸다. 아무 것도 아니란다. 얘야. 다 거짓말이란다 네가 살아 있다는 것도 지느러미도 없이 시들</p><p>한 혓바닥도 없이 멀리서 항아리 깨지는 소리 들려왔다.</p><p><br></p><p><br></p></p><p><br></p><p><p>승무</p><p><br></p><p>조지훈</p><p><br></p><p>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p><p><br></p><p>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p><p><br></p><p>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p><p><br></p><p>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 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p><p><br></p><p>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 선이여!</p><p><br></p><p>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p><p><br></p><p>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p><p><br></p><p>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뻗어 접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p><p><br></p><p>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 라.</p><p><br></p><p><br></p><p><br></p><p><br></p><p><br></p><p>김춘수 강우(降雨)</p><p><br></p><p><br></p><p>조금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p><p>어디로 갔나, </p><p>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p><p>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p><p>어디로 갔나, </p><p>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p><p>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p><p>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p><p>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p><p>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p><p>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p><p>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p><p>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p><p>나는 풀이 죽는다. </p><p>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p><p>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p><p>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p><p><br></p><p><br></p><p><p><br></p><p><br></p><p>정수용 - 유리창</p><p><br></p><p>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p><p>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p><p>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p><p>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p><p>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p><p>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p><p>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p><p>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p><p>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p><p>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p><div><br></div><div><br></div><div><div>아버님 말씀</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                          정희성</div><div><br></div><div>학생들은 돌을 던지고</div><div>무장경찰은 최루탄을 쏘아대고</div><div>옥신각신 밀리다가 관악에서도</div><div>안암동에서도 신촌에서도 광주에서도</div><div>수백 명 학생들이 연행됐다는</div><div>소식을 들을 때마다</div><div>피묻은 작업복으로 밤늦게</div><div>술취해 돌아온 너를 보고 애비는</div><div>말 못하고 문간에 서서 눈시울만 뜨겁구나</div><div>반갑고 서럽구나</div><div>평생을 발붙이고 살아온 터전에서</div><div>아들아 너를 보고 편하게 살라 하면</div><div>도둑놈이 되라는 말이 되고</div><div>너더러 정직하게 살라 하면</div><div>애비같이 구차하게 살라는 말이 되는</div><div>이 땅의 논리가 무서워서</div><div>애비는 입을 다물었다마는</div><div>이렇다 하게 사는 애비 친구들도</div><div>평생을 살 붙이고 살아온 늙은 네 에미까지도</div><div>이젠 이 애비의 무능한 경제를</div><div>대놓고 비웃을 줄 알고 더 이상</div><div>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구나</div><div>그렇다 아들아, 실패한 애비로서</div><div>다 늙어 여기저기 공사판을 기웃대며</div><div>자식새끼들 벌어 먹이느라 눈치보는</div><div>이 땅의 가난한 백성으로서</div><div>그래도 나는 할말은 해야겠다</div><div>아들아, 행여 가난에 주눅들지 말고</div><div>미운 놈 미워할 줄 알고</div><div>부디 네 불행을 운명으로 알지 마라</div><div>가난하고 떳떳하게 사는 이웃과</div><div>네가 언제나 한몸임을 잊지 말고</div><div>그들이 네 힘임을 잊지 말고</div><div>그들이 네 나라임을 잊지 말아라</div><div>아직도 돌을 들고</div><div>피흘리는 내 아들아</div><div><br></div></div><div><br></div><div><div><br></div><div><br></div><div>외로우니까 사람이다</div><div>                                                             정호승</div><div> </div><div>그대 울지마라</div><div>외로우니까 사람이다</div><div>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div><div>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div><div> </div><div>눈이 내리면 눈길을 걸어가고</div><div>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라</div><div>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div><div> </div><div>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div><div> </div><div>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도</div><div>외로움 때문이고</div><div>네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div><div>외로움 때문이다</div><div> </div><div>산 그림자도 외로워서</div><div>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div><div>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div><div><br></div></div><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산산조각</div><div><br></div><div>                                  정호승</div><div><br></div><div><br></div><div>룸비니에서 사온</div><div><br></div><div>흙으로 만든 부처님이</div><div><br></div><div>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div><div><br></div><div>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div><div><br></div><div>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div><div><br></div><div>산산조각이 나</div><div><br></div><div>얼른 허리를 굽히고</div><div><br></div><div>무릎을 꿇고</div><div><br></div><div>서랍 속에 넣어두었던</div><div><br></div><div>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div><div><br></div><div>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div><div><br></div><div>불쌍한 내 머리를</div><div><br></div><div>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div><div><br></div><div>부처님이 말씀하셨다</div><div><br></div><div>산산조각이 나면</div><div><br></div><div>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div><div><br></div><div>산산조각이 나면</div><div><br></div><div>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div></div><div><br></div><div><br></div></p><p><p><br></p><p><br></p><p><br></p><p>그 시절 나는 스무 살이었고, 사상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누 걸 믿었다.</p><p>그리고 내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느끼며 묘하게 아파하고 있었다.</p><p>어떤 때는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p><p>그 자신감은 어떤 문제를 만나기 무섭게 사라져 버렸고,</p><p>실제 현실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무능은 나를 절망에 빠뜨렸던 것이다.</p><p>나는 음울하고 부박하며 외모는 단조롭고, 그러면서도 고집스럽고,</p><p>경멸을 할 때는 극단적으로 경멸하고 또 감동할 때는 무조건 감동하고, 밑도 끝도없이 쉽게 인상을 받고, 더구나 어느 누구도 내 </p><p><br></p><p>의견을 바꾸어 놓지 못 했던 것이다.</p><p><br></p><p>-폴 발레리, 유레카에 관하여</p><p><br></p><p><br></p><p><p><br></p><p><br></p><p>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p><p>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p><p>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p><p>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p><p>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p><p>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p><p>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p><p>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p><p>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p><p>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p><p>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p><p>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p><p>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p><p>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p><p><br></p><p>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p><div><br></div><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div><div>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div><div>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div><div>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div><div>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div><div>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div><div>좌우를 흔들면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div><div>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소리며</div><div>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div><div>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div><div>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div><div>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div><div>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div><div>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쓸려버렸다는 것을 안다</div><div>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div><div>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div><div><br></div><div>문태준 -가재미-</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div>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div><div><br></div><div>               이정하</div><div><br></div><div>그대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아도 좋다.</div><div><br></div><div>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div><div><br></div><div>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div><div><br></div><div>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div><div><br></div><div>말 한번 건네지도 못하면서</div><div><br></div><div>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div><div><br></div><div>혼자 뜨겁게 사랑하다</div><div><br></div><div>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div><div><br></div><div>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div><div><br></div><div><br></div></div><div><div><br></div><div><br></div><div>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div><div>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div><div>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div><div>다만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은 없다</div><div><br></div><div>마음들 끼리는 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는가</div><div>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div><div>너를 안았던가</div><div>너는 경계 없는 봄 그늘이었는가</div><div><br></div><div>마음은 길을 잃고</div><div>저 혼자</div><div>몽생취사(夢生醉死)하길 바랐으나</div><div>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div><div>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div><div><br></div><div>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div><div>더는 취하지 않아</div><div>갈 수도 없는 올 수도 없는 길이</div><div>날 묶어</div><div>더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div><div>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div><div><br></div><div>봄 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div><div>나 울었던가</div><div>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div><div>나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만 없다.</div></div></div><div><br></div><div><br></div><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내가 외로울 때 </div><div>누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div><div>나 또한 나의 손을 내밀어</div><div>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div><div><br></div><div>그 작은 일에서부터 </div><div>우리의 가슴이 데워진다는 것을</div><div>새삼 느껴보고 싶다</div><div><br></div><div>그대여</div><div>이제 그만 마음 아파하렴</div><div><br></div><div>-이정하,조용히 손을 내밀어</div></div><div><br></div><div><br></div><div><div><br></div><div><br></div><div>기억할만한 지나침</div><div><br></div><div>                            기형도</div><div><br></div><div>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 곳을 지나게 되었다.  </div><div>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div><div>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div><div>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div><div>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div><div>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div><div>그 춥고 큰 방에서 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  </div><div>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div><div>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div><div>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div><div>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div><div> </div><div>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div><div>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div><div>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div><div><br></div></div><div><br></div><div><br></div><div><div>소금인형</div><div><br></div><div><br></div><div>-류시화-</div><div><br></div><div>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div><div>바다로 내려간</div><div>소금인형처럼</div><div>당신의 깊이를 재기위해</div><div>당신의 피속으로</div><div>뛰어든</div><div>나는</div><div>소금인형처럼</div><div>흔적도없이</div><div>녹아버렸네</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죽기 전 내 심장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div><div>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심장을 상상만 하다가 죽는다는 사실을 나는 아네</div><div><br></div><div>1842년 11월 헤겔이 휠덜린에게 쓴 편지 중.</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br></div><div>어떤 사람을 향해 "사랑해"라고 말한다면 그건 이미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봤다는 뜻이다. 사랑을 고백하는 일은 아무도 없는 나</div><div>이트클럽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춤을 추는 일과 흡사하다. 이때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한눈</div><div>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애정이 없다면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div><div>"사랑해", 그 대담한 말을 통해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먼저 보여주겠</div><div>다. 이번에는 네가 너를 보여줄 차례다. 그래서 "사랑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둘 중 하나다. 기꺼이 자신을 드러</div><div>내거나 못 들은 걸로 치거나. </div><div>못 들은 걸로 치겠다, 그건, '나한테 네가 누구인지 설명하지 마라, 우리 사이는 사회적인 관계다' 라는 뜻이다. </div><div><br></div><div>김연수 <사랑이라니, 선영아></div></div><div><br></div></p></p><p><br></p><p><br></p><p><p>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p><p><br></p><p>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p><p>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p><p>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p><p>내 가슴에 쿵쿵거린다</p><p>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p><p>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p><p>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p><p>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p><p>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p><p>너였다가</p><p>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p><p>다시 문이 닫힌다</p><p>사링하는 이여</p><p>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p><p>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p><p>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p><p>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p><p>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p><p>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p><p>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p><p>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p><p>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p></p><p><br></p><p><br></p><p><br></p><p><p><br></p><p><br></p><p>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p><p>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p><p>내가 하는 모든 일이</p><p>그 실 색깔로 꿰매어진다.</p><p> </p><p>- 윌리엄 스탠리 머윈 , 이별 -</p><div><br></div><div><br></div><div><br></div><div><div><br></div><div>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div><div> </div><div>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div><div>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div><div>백발(白髮)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div><div> </div><div>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div><div>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div><div>사랑하는 까닭입니다</div><div> </div><div>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div><div>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div><div>사랑하는 까닭입니다</div><div> </div></div><div><br></div></p><p><br></p></p></p></p><p></p>
    익명1368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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