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와 탄핵의 과정에서 일반 시민이 세력을 만들어서 집단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정국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했었죠. 탄핵에 미적거리던 의원들이 급작스럽게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고
마침내 탄핵에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드디어 자신의 힘을 자각한거 같아요.
아 우리가 주체였어.하고
이렇게 '우리가 주체다'라고 시민들이 외치기 시작하면 가장 불편해할 세력이 누굴까요?
아마도 지금까지 '시민은 개 돼지고 우리가 주체다'라고 하던 사람들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런 흐름을 막으려고 내세우는 논리가 '니들은 정치인의 빠돌이 빠순이다' 입니다. 열성적 지지자를
넘어 광신도라고 매도 합니다. 즉 니들이 아니라 니들이 내세우는 주체는 문재인이고 니들은
문재인의 추종자일뿐이다 라고요. 이말을 들으면 기분 나쁘죠. 그래서 반격합니다.
'우리는 문재인 빠가 아니다. 우리도 문재인을 공격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실제로 공격을 하고
지지를 철회하는 선비짓을 합니다. 그들의 프레임에 말려든 것이죠.
그런 시각으로 보자면 반대편에 있는 새누리당-자유당의 주체는 누구였을까요?
뭐라 딱 집어 말하기도 힘든 사회 깊숙히 산재해서 뿌리를 박고 있는 기득권 층이겠죠.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유지를 위해 새누리당-자유당을 이용했습니다. 그 기득권들은 누가봐도 새누리당의 빠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정치인을 지원해서 권력을 잡게하고 그 권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도록 한 명백한 주체였습니다.
검사, 언론, 교수, 재벌, 관료, 군장성 등등. 그들은 새누리당-자유당, 즉 국회와 청와대에 정치인을
보내주기 위해 지원하고 그 댓가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 도움이 되는 정치세력을 공격하고 버리는 순간은 그들이 내세운
정치인이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았을때 혹은 그들이 맘이 들지 않았을 때가 아닙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정치인을 손봐주어야겠는 생각이 있더라도 몰아낸 그들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그들을 끝까지 방어하고 보호해줍니다. 그들이 몇십년 혹은 몇백년을
공고하게 자신의 기득권을 지켜낸데에는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이런 집요한 권력의 인수인계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우리가 하고 있는 지지철회나 무관심으로 돌아설때 저들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을겁니다. 그깟 도구일 뿐인 정치인이 뭐라고 저리들 지지고 볶나 싶을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승부가 뻔히 보이는 판에서도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대리인으로 가장 가능성 있고 게다가
존경할 만한 사람들을 지켜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어야합니다. 그게 경제 민주화든, 비정규직 철폐든,
교육 개혁이든, 언론 개혁이든, 최저임금 인상이든 원하는 바를 정치인을 통해 얻어낼때까지
권력을 쟁취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지켜야합니다. 설마 사소한 잘못이 있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설마 그 잘못이 눈에 띄게 크더라도 다음의 대안이 나타날때까지는 지켜야합니다.
지금 시민이 원하는 바는 대체로 정리되어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정치 개혁, 경제 민주화,
합리적이고 자국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 안보, 안전한 사회 시스템, 공공 일자리 창출... 다수가 원하는
바중에 우리가 주체로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그걸 얻어내기 위해서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를 들어줄 사람을 국회와 청와대로 보내서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해줄 수 있는
관료들로 행정부로 채우고 우리가 원하는 정책을 실행 하도록 하는 것, 그 일을 하는데 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합의 가능한 우리의 원하는 바가 다 이루어지면 그때 서로 다른 걸 가지고 경쟁하면서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룹시다.
지금은 우리끼리 서로 다른 것을 드러내며 등을 돌릴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빠가 아니라 주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