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1996년 9.18 잠수함 침투 사건으로 인해</span><br /> <div>1전단 정문 바깥 세상 구경을 하지 못하고 10개월 여가 흘렀다.</div> <div>그 사이 나는 마산함에서 김천함으로 발령이 났고,</div> <div>뒤를 이어 마산함에서 함께 근무하던 후배 두 명이 김천함으로 왔다.</div> <div>두 녀석은 마침 대학교 동기이면서 군대 동기이기도 해서</div> <div>아웅다웅 하면서도 늘 붙어 다녔을 뿐만 아니라 <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나에 대한 충성심도 남달랐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1997년 여름 쯤이었나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3개월 가까운 항해 끝에 입항을 하고 보니 마침 토요일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EQ에 가서 밀린 빨래를 해놓고 저녁 때 부서 회식에 가서 마신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span><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기분 좋게 푹 잤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그리고 다음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우리 셋은 황제 같은 점심을 먹자며 시내로 나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통장엔 3개월 치 월급과 수당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으므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하루 쯤 신나게 먹어 제껴도 티도 날 것 같지 않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하지만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막상 시내로 나와 보니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촌놈처럼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 발견한 곳은 중국집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분명 출항하기 전엔 없던 곳인데, 새로 생겼나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우리는 그곳에 들어가 메뉴판을 들여다 봤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원활한 구분과 사실감을 위해 후배들의 실명을 쓰겠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보우 : 선배임... 짬뽕 드실랍니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나 : 야... 오늘은 짜장, 짬뽕 이런 거 말고 좀 비싼 요리를 먹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보우 : 그라믄 뭘로 할까예? 탕수육 어떻습니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나 : 그럼 넌 탕수육 먹어. 난 양장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영일 : 뭡니까? 1인당 하나씩입니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나 : 어... 1인당 하나씩 먹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보우 : 선배임 진짜 대단하십니다. ㅎㅎㅎㅎㅎㅎ</span></div> <div>나 : 보우는 탕수육, 영일이 넌?</div> <div>영일 : 그라모 지는 깐풍기 먹을랍니더</div> <div>보우 : 돈은 누가 냅니까?</div> <div>나 : 당연히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내야지.</div> <div>보우 : 와... 선배임이 좀 사 주고 그래야지.</div> <div>나 : 넌 월급 안 받았냐?</div> <div>보우 : 그래도 선배가 되 가 후배한테 좀 사주는 맛도 있고 그래야 안 됩니꺼?</div> <div>나 : 그럼 네건 내가 사 줄게. 넌 짜장 먹어.</div> <div>보우 : 고마 됐심더. 제가 알아서 먹겠심더.</div> <div>나 : 넌 임마. 영일이를 본받아야 돼. 영일이 봐봐. 당연히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내겠다는 저 각오.</div> <div>영일 : 당연한거 아입니까? ㅎㅎㅎㅎㅎ</div> <div>보우 : 됐다 고마.</div> <div>나 : 뭐 임마?</div> <div>보우 : 선배임한테 한게 아이고예.</div> <div>영일 : 내가 뭐?</div> <div>나 : 야. 닥치고 빨리 시키기나 해.</div> <div>보우 : 고마 탕수육 할랍니다.</div> <div>나 : 오케이. 사장님~~~ 여기 양장피 하나, 탕수육 하나, 깐풍기 하나 주세요.</div> <div>사장님 : .......... 식사는 안 하시구요?</div> <div>나 : 네. 이게 우리 점심이에요.</div> <div>사장님 : 네!!! 알겠습니다!!!</div> <div><br /></div> <div>드디어 기다리던 요리가 나오고</div> <div>우리는 서로의 것을 빼앗아 먹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끼리 티격태격하며</div> <div>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그런데, 잠시 후...</div> <div>중국집 사장님이 죽엽주병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div> <div><br /></div> <div>"이거 제가 드리는 서비스입니다"</div> <div><br /></div> <div>그러면서 우리 앞에 무릎을 탁!!! 꿇더니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div> <div>당황한 우리가 말렸지만 사장님은 끝내 우리 셋에게 술을 다 따르고는</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저희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자주 찾아 주십시오. 회식하러 오시면 서비스도 많이 드리겠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br /></span></div> <div>다음날 우리는 배에 가서 그날의 무용담을 늘어놓았고,</div> <div>그날 이후 그곳은 우리 배의 단골 회식장소가 되었다.</div> <div><br /></div> <div>P.S : 작년에 그동네에 갈 일이 있어서 찾아봤더니 문을 닫았더군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