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요즘에는 없어졌다고 하지만</p><p>내가 근무하던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함정에는 쥐와 바퀴벌레가 상당히 많았다.</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함정에서 쥐가 위험한 이유는 각종 전염병의 원인이기도 하지만</span></p><p>함정 내의 각종 케이블 등을 갉아먹기 때문이다.</p><p>이는 곧 장비의 오작동이나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p><p>심지어는 누전이나 합선으로 인한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p><p>구형 함정일수록 쥐를 비롯한 해충들이 많았는데,</p><p>심지어 자고 있는 사람의 발톱을 갉아 먹는 일도 흔하게 일어났다.</p><p><br></p><p>해군들은 쥐를 박멸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는데,</p><p>배를 육상에 묶어두는 홋줄에 반대편으로 경사가 진 쥐마개를 설치하거나</p><p>정기적으로 훈연을 해서 쫓아내기도 했다.</p><p>그리고 가장 흔히 쓰는 방법으로는 <쥐포수>라는 이름의 끈끈이를 설치하는 일이었다.</p><p>쥐포수 가운데에 건빵을 올려 놓고 쥐가 다니는 길목에 놓으면</p><p>며칠 지나지 않아 빽빽 거리는 비명 소리가 들린다.</p><p>그러면 우리는 그걸 들어다 바다에 던져 익사를 시키거나</p><p>쓰레기 소각통에 넣고 태워버린다.</p><p>나는 간혹 케이블을 타고 가는 쥐를 발견하면</p><p>조용히 다가가 종이컵으로 살짝 눌러 가둬 버린 후에</p><p>그대로 들어다가 망망대해에 던져버리기도 했다.</p><p><br></p><p>그리고 흔치 않은 방법으로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다.</p><p>하지만 워낙 자유분방한 성격의 고양이들은 사람에게 정을 주지 않고</p><p>배를 탈출해 부둣가에 떠도는 길고양이가 되거나</p><p>배에 남아 있더라도 예민한 감각기관 때문인지 파도에 취해</p><p>늘 동작이 굼뜨기만 했다.</p><p>심지어는 쥐를 잡아다 눈 앞에 가져다 줘도 앞발로 툭툭 몇번 건드려 보고는</p><p>이내 심드렁해지기 일쑤였다.</p><p>그래도 한번 거둔 생명이니 꼬박꼬박 밥을 챙겨주며 정성을 쏟았다.</p><p><br></p><p>고양이 밥은 보통 수병 중 제일 막내인 이병이 챙기는데,</p><p>아래에 철판 밖에 없는 이병이다 보니 간혹 고양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p><p>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고양이에게 막내보다 높은 계급을 부여해 준다.</p><p>막내로서는 비록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자<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기보다 계급이 높은 고양이를</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span></p><p>그래서 식사 때만 되면 부두 여기저기서 고양이 밥을 들고</p><p>애타게 고양이를 찾는 막내들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었다.</p><p><br></p><p>"고수병니임~~~!!! 식사하십시오~~~!!!"</p><p>"고수병니임~~~!!! 어디 계십니까아~~~!!!"</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