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 해군 기초군사학교에서 훈련을 받던 1993년 8월...</p><p>일요일을 맞아 종교활동을 갔음.</p><p>마땅히 갈데도 없고해서 그냥 만만한 기독교로 갔음.</p><p>예배가 끝나고 빵을 나눠주는데...</p><p>무슨 거지한테 적선하듯이 막 집어던지는 거임.</p><p>자존심 상해서 받지 않고 있는데</p><p>어디서 "야! 야!" 하는 소리가 들림.</p><p>다른 동기들은 빵을 받겠다고 아우성인데</p><p>그 속에서 혼자 멍 때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 목사가</p><p>나에게 빵을 던지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였음.</p><p>눈이 마주치자 "야! 빵 받아라!"하면서 나를 향해 빵을 던졌는데...</p><p>쿨하게 툭! 튕겨내고 딴짓 했음.</p><p>그 뒤로 종교활동 때 성당으로 갔음.</p><p>내 옆에 있다가 졸지에 빵 두개 받고 좋아하던 동기놈은</p><p>그 이후로 종교활동 갈 때마다 나만 따라다녔음.</p><p><br></p><p>2. 종교활동을 마치고 내무대로 돌아오니 먼저 다녀 온 동기들이 쉬고 있었음.</p><p>뒤늦게 도착한 우리가 막 옷을 갈아입고 쉬려던 찰나...</p><p>D.I(Drill Instructor. 훈련교관. 이하 소대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옴.</p><p><br></p><p>"총원 그대로 들어!!!"</p><p>"제에~~~ 1소대!!!"</p><p>"지금 즉시 보급 받은 모든 피복을 지시에 따라 착용하고 운동장에 집합한다.</p><p>팬티에 런닝셔츠, 그 위에 동내의, 그 위에 하근무복, 그 위에 전투복, 그 위에 동잠바, 그 위에 우의.</p><p>순서대로 착용하고 운동장에 집합 15분전!!!"</p><p><br></p><p>이게 왠 날벼락인가 싶었음.</p><p>이 삼복더위에 우리보고 쪄 죽으라는 얘기와 다를바 없었음.</p><p>하지만 그런 생각 따위 하면서 불평을 하고 있을 짬이 없었음.</p><p>씰백(더플백, 일명 따블백)을 뒤져 무조건 지시 받은대로 입고 운동장에 집합했음.</p><p><br></p><p>소대장이 우리를 그런 차림으로 집합 시킨 이유는 이랬음.</p><p>불교로 종교활동을 갔던 어떤 개념 상실 동기놈이</p><p>누군가가 건넨 담배를 아주아주 맛나게 피워 제꼈다는 거임.</p><p>(해군은 훈련 기간 중 흡연이 금지돼 있음)</p><p>그걸 순찰 중이던 당직 소대장에게 들켰는데</p><p>그놈이 당황한 나머지 그냥 내빼버린 거임.</p><p>그날 우리는 목봉 체조와 유격으로 온몸의 수분을 탈탈 털려야 했음.</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3. 그날의 마지막 행사로 유격탕 입수를 경험했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430명 정도 되는 인원이</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한꺼번에 유격탕에 들어가니 내 명치께 밖에 되지 않던 유격탕이</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순식간에 턱까지 차 올랐음.</span></p><p>그 중 키가 좀 작은 동기놈이 허우적거리고 있길래 도와 줄 요량으로 다가갔음.</p><p><br></p><p>"동기야 내 손을 잡으렴^^"</p><p><br></p><p>내가 정말 큰 실수를 한 거임.</p><p>이 개새끼가 갑자기 순간이동으로 내 코앞까지 와서는 나를 밟고 올라 서려는 거임.</p><p><br></p><p>"동기야! 당황하지 마! 내 손만 잡고 있으면 살 수 있어! 그러니 당황하지 마!"</p><p>"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동기고 좆이고 이 개새끼는 연신 씨발을 외쳐대며 나를 올라타려고만 했음.</p><p>열받은 나는 그 동기놈을 밀어내는 대신 번쩍 들어 올렸음.</p><p>이새끼가 물 밖으로 몸이 빠져 나오자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p><p>나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 방심하는게 느껴졌음.</p><p>그 순간 나는 있는 힘껏 그새끼를 물에다 쳐박아 버렸음.</p><p><br></p><p>4. 훈련 기간 중에도 동초(야간 초소 근무)는 서야 함.</p><p>이번엔 동초 때문에 벌어진 아주 기막히고 좆 같은 이야기임.</p><p>그 전에 기초 설명 잠깐....</p><p>해군의 기초군사훈련은 타군과 별다를게 없음.</p><p>다른게 있다면 수영 훈련을 한다는 거임.</p><p>그런데, 아주아주 좆 같은게 두가지가 있음.</p><p>하나는 훈련 기간 내내 담배를 못 피움.</p><p>또 하나는 잠을 안 재움.</p><p>잘만 하면 깨워서 '야간 비상 훈련'이란 미명 하에 밤새 굴림.</p><p>하루 수면 시간이 4~5시간이 안됨.</p><p>그나마도 불침번이나 동초 걸리는 날엔 2~3시간 밖에 못 잠.</p><p><br></p><p>어느날 야간에 또 비상이 걸렸음.</p><p>이번엔 정말 황당한 사건이었음.</p><p>진해 출신 동기놈이 인도랑 붙어 있는 초소에서 근무를 서다가</p><p>지나가는 아줌마한테 돈을 주면서 담배랑 먹을 것을 사 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거임.</p><p>그런데 이 아줌마가 사다 주겠다고 돈까지 받아가 놓고는 신고를 해버린 거임.</p><p>알고보니 해군 상사의 부인이었음. 씨발</p><p>- 참고로 해군 기초군사학교는 산속에 뚝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진해시내에 있음.</p><p>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민간인과 민간인이었던 놈들이 대치하는 그런 곳임.</p><p><br></p><p>하여간 이 개새끼 때문에 우리는 밤새도록 잠도 못 자고 굴러야 했음.</p><p>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놈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음.</p><p>우린 기껏해야 몸만 버렸지만, 그놈은 돈도 잃고 몸도 버렸기 때문임.</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