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 머리에 총, 아니 와이어 맞은 신임 소위</p><p>자동차가 고장나면 견인차가 견인을 하듯 해군에는 해상 예인이라는 것이 있음.</p><p>바다 위에서 배가 고장 났을 때 배와 배끼리 와이어(철사를 꼬아 만든 밧줄)로 예인하는 거임.</p><p>육상에서 차를 견인하는 거면 그냥 줄 걸고 땡기면 되는데</p><p>해상에서는 너울, 파도, 바람 등 각종 변수가 많아 상당히 위험한 작업임.</p><p>따라서 해상 예인 중에는 절대로 와이어 근처에 가면 안됨.</p><p>그런데 신임 소위가 아주 당당하게 와이어 코앞에서 와이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음.</p><p>때마침 장력을 받은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신임 소위의 이마를 그대로 가격함.</p><p>마치 채찍으로 때리듯이 그렇게 가격함.</p><p>"빠각!!!"하는 소리가 나더니 신임 소위가 눈앞에서 사라짐.</p><p>주변을 둘러보던 중 바다 저 멀리 떠내려 가는 신임 소위 발견.</p><p>급하게 선회기동을 해서 신임 소위를 건져냄.</p><p>천만다행으로 이마에 작은 구멍만 나고 멀쩡함.</p><p>맞는 순간 기절하면서 바다로 떨어졌던 거임.</p><p>아래로는 갑판선임하사와 갑판장한테 개욕 먹고</p><p>위로는 줄줄이로 함장한테까지 쌍욕 먹고 끝남.</p><p><br></p><p>2. 빗물을 타고 흐르는 피</p><p>1함대는 항구 구조상 태풍이 오면 파도가 항내로 직격으로 들이침</p><p>따라서 그 옆에 있는 동양시멘트나 쌍용시멘트 부두로 피항을 감.</p><p>그날도 태풍이 와서 피항을 갔고, 뒤이어 다른 배가 피항을 와서 우리배 옆에 붙이게 됐음.</p><p>그쪽 배 하사 한명이 우리배로 넘어와서 작업을 하던 중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함.</p><p>다들 피했지만 그 하사는 미처 피하지 못함.</p><p>작업하던 홋줄(밧줄)이 장력을 받아 터지면서 사방으로 휘날림.</p><p>그 홋줄에 맞은 하사가 갑판에 철푸덕 넘어졌는데</p><p>신고 있던 운동화가 저 멀리 떨어져 있는거임.</p><p>괜찮냐고 물어보면서 운동화를 주워다 주려고 들었는데,</p><p>물을 먹어서 그런지 운동화가 꽤 무거웠음.</p><p>그런가보다 하고 가까이 가 보니 그 하사가 흘린 피가</p><p>빗물과 함께 강이 되어 흐르는 것이 보임.</p><p>깜짝 놀라서 신발부터 신기려고 했는데, 신발 안에 발이 그대로 있는 거임.</p><p>마침 옆에 있는 갑판장께 "발이 없습니다"라고 하자</p><p>갑판장이 앞뒤 볼 것 없이 그대로 그 하사를 업고 냅다 달리기 시작함.</p><p>갑판 선임하사는 아무거나 짚이는대로 천 같은 걸 가져다 잘린 발목을 감싸고 따라 뜀.</p><p>당황해서 뻘쭘히 서 있는데 전기 선임하사가 그 발이 든 신발을 들고 따라 뜀.</p><p>그 때까지도 그쪽 배 사람들은 눈만 꿈뻑이며 서 있음.</p><p>"저 하사... 발이 잘렸습니다"라고 하자 그제서야 몇몇이서 갑판장과 전기 선임하사를 따라 뛰기 시작함.</p><p>의무대에 갔다가 의무대 엠뷸런스를 타고 가까운 사제 병원에 가서 봉합을 했다는데</p><p>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모름.</p><p><br></p><p>3. 감쪽 같이 사라진 이병</p><p>전대 기동 훈련 중에 있었던 일.</p><p>그날은 내 훈련도 없었고, 내 당직도 아니어서 함교에 놀러 갔음.</p><p>마침 종렬진(앞뒤 종대로 서서 기동하는 것)으로 이동 중이었음.</p><p>함교 당직사관이던 포술장에게 인사를 하고 윙브릿지로 나가서 아래를 보니</p><p>전역을 며칠 앞둔 갑판수병 녀석이 함수 비트(홋줄을 걸도록 되어 있는 원통 기둥)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음.</p><p>기합 빠진 놈이니 뭐니 서로 장난 좀 치다가 다시 함교로 들어왔음.</p><p>그리고 포술장이랑 이빨을 까고 있는데,</p><p>아까 함수에 있던 갑판수병이랑 윙브릿지에 있는 견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림.</p><p>"좌현 100야드 전방 사람 발견!!!"</p><p>포술장은 보고를 듣자마자 키 오른편 전타 지시 후 바로 왼편 전타를 지시함.</p><p>사람이 왼쪽 함수 부근에 있으니 함수를 오른쪽으로 급선회를 했다가</p><p>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바로 왼편으로 급선회를 한 거임.</p><p>그런데...</p><p>떠내려 오던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진 거임.</p><p>함수와 윙브릿지에 있던 수병들 말로는 분명 오른편 전타를 지시할 시점에</p><p>우리배 함수에서 좌현 중간쯤으로 이동하는 걸 봤는데</p><p>왼편 전타를 해서 방향 틀어놓고 보니 안 보였다는 거임.</p><p>순간적으로 '갈았구나...'라고 생각했음.</p><p>사라진 사람은 앞 배에 부임 온 지 얼마되지 않은 이병이었음.</p><p>그쪽 사람들 말로는 짬 버리러 나왔다가 실족한 것 같다고 했는데,</p><p>우리쪽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우리배로 흘러올 때 이미 엎드린 상태로</p><p>떠내려 오고 있었다고 함.</p><p>어쨌거나 사고 보고를 하고 사라진 수병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했으나 결국 찾지 못함.</p><p>유족들은 당연히 우리 배가 갈았다고 생각하고 스크류 검사를 요청함.</p><p>- 사라진 이병의 외삼촌이 상선의 선장이라 너무나도 잘 암 -</p><p>스크류에 사람이 갈렸다면 분명히 상처가 남게 되어 있음.</p><p>정밀 검사를 실시했으나 사람은 물론이고 물고기 조차도 갈린 흔적이 없음.</p><p>사라진 수병과 같은 크기 같은 무게로 인형을 만들어 상황 재현을 몇번을 했는데</p><p>인형은 번번이 함미쪽에서 발견 됨.</p><p>함교는 흥분한 유족들이 던진 재떨이 및 갖가지 흉기들이 날아다니는 공포의 장이 됨.</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한달 가까이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갖가지 실험과 조사를 해봤지만 이병의 행방은 오리무중</span></p><p>1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이병의 시신은 찾지 못했으며,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음.</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