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인천에서 FF(호위함) 탈 때 일임.</p><p>우리 배에 갑판사관(대위)이 부임을 왔는데 ROTC인가 OCS(학사장교)인가 그랬음.</p><p>이양반이 캐릭터가 아주 독특한 양반임.</p><p>그래서 이양반과 관련된 썰도 많음.</p><p><br></p><p>1. 부임 온 첫날...</p><p>대부분의 대형함정에서 갑판장은 부사관 중에서도 기수가 상당히 높음.</p><p>주임원사급이라고 보면 됨. 육군으로 치면 행보관 정도 됨.</p><p>그런데, 이런 갑판장의 직속상관이 갑판사관임.</p><p>나이 차이로 따지면 갑판장이 갑판사관의 삼촌뻘은 됨.</p><p>첫날 일과정렬을 하면서 갑판장이 자기소개를 하고 인사를 하자</p><p>"아~ 자네가 갑판장이구만. 잘 부탁하네"</p><p>우리 부장(부함장)한테 걸려서 개욕 먹고 CPO(원.상사)실에 가서 갑판장 및 CPO들한테 사과함.</p><p>- 우리 부장님은 얼마전에 썼던 "근무 서다 전화로 소령이랑 쌍욕하고 싸운 썰"에 나오는 그 분임.</p><p>유학을 갔다 오신 분인데 볼리비아가 아니라 베네수엘라였음.</p><p>정도에 어긋나는 걸 눈 뜨고 보질 못하시는 분임.</p><p>그 일로 갑판사관은 부장님한테 찍힘.</p><p><br></p><p>2. 주사</p><p>술을 마시면 상당히 빨리 깨는 편임.</p><p>갑판사관이 아끼던 술친구인 갑판하사 말로는 마인트 컨트롤인가 뭔가를 해서 그렇다고 함.</p><p>그런 양반이 주사가 상당히 심한 편임.</p><p>장교들 회식이건 부서 회식이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음.</p><p>회식하다 술 취해서 함장, 부장한테 씨발씨발 하는 건 기본임.</p><p>부서회식을 하는데 갑판장한테 "야! 갑판장! 나 욕 안 먹게 잘 좀 하란 말이야!" 이러기도 함.</p><p>서해쪽은 간만의 차가 심해서 부두에 배를 바로 대질 못하고 부두랑 연결된 바지에 배를 댐.</p><p>어느날 밤에 1시쯤인가 당직을 서고 있는데 누가 바지에서 소리를 지르며 걸어 옴.</p><p>당직병한테 확인하고 오라고 보냄.</p><p>당직병이 사색이 돼서 돌아 옴.</p><p>"갑판사관이 개가 돼서 나타났습니다!!!"</p><p>순간 뒷골이 서늘해지면서 하느님이 원망스러워짐.</p><p>일단 1차적으로 내가 가서 살살 달랬음.</p><p>10분을 넘게 달래다가 한대 얻어 맞고 쌍욕 한바가지 얻어 먹고 포기.</p><p>결국 내 후배이자 갑판사관이 아끼는 술친구, 갑판하사를 깨움.</p><p>갑판하사랑 30분을 넘게 바지에서 뭔가 심각한 대화를 졸라 했지만 데리고 들어오는 데 실패.</p><p>갑판수병 몇명을 깨워서 둘러 매고 들어오기를 시도함.</p><p>그런데, 별안간 지퍼를 내리더니 오줌을 싸기 시작함.</p><p>그와 더불어 몸을 흔들어 대기 시작함. 막 뿌리고 다님.</p><p>결국 최초 발견으로부터 2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갑판사관의 오줌으로 샤워한 갑판수병들이 들쳐매고 들어옴.</p><p>아침 6시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츄리닝 입고 운동하러 감.</p><p>그리고 여지없이 부장한테 개욕 먹음.</p><p><br></p><p>3. 제병지휘</p><p>해군은 각종 점검이 겁나게 많음.</p><p>월 1회는 기본이고 어떨 땐 1주일에 한 번씩 할 때도 있음.</p><p>A.I였던가? 제식훈련도 하고, 국군도수체조도 하고 뭐 그런 점검도 있음.</p><p>제식훈련을 하려면 당연히 제병지휘자가 있어야 함.</p><p>FF함급에서 갑판사관은 위관급 장교 중 선임임.</p><p>그래서 갑판사관이 제병지휘를 맡음.</p><p>점검 받기 며칠 전부터 연습을 피나게 하는데, 갑판사관이 제병지휘를 못함.</p><p>임석상관에 대한 경례를 하는데...</p><p><br></p><p>지휘자 : 총원~ 차렷!!! 함장님께 대하여~ 경롓!!!</p><p>우리들 : 필!승!!!</p><p>지휘자 : (뒤로 돌아서) 필!승!!!</p><p><br></p><p>이게 정상임.</p><p>근데 우리의 갑판사관... 절대 실망 시키는 법이 없음.</p><p><br></p><p>갑판사관 : 총원~ 차렷!!! 함장님께 대하여! 경롓!!!</p><p>우 리 들 : 필! 승!!!</p><p>갑판사관 : 바롯!!!</p><p><br></p><p>그 뿐만이 아님.</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갑판사관 :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총원~ 차렷!!! 열중~ 쉬엇!!! (뒤로 돌아서) 필!승!!!</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좌향 앞으로 가! 다음은 당연히 우향 앞으로 가! 뒤로 돌아 가!인데,</span></p><p>우리 갑판사관은 틀을 깨는 사람임.</p><p>좌향 앞으로이 가! 뒤로 돌아이 가! 좌향 앞으로이 가!</p><p>하루종일 "앞으로이 가"를 외쳐도 희한하게 사열대에서 점점 멀어지게 됨.</p><p>아~~~ 물론 갑판사관 입장에서...</p><p>자기도 하면서 갸웃갸웃 하는 걸 내 눈으로 목격했음.</p><p><br></p><p>매사가 이런 식이었음.</p><p>게다가 목소리는 기어 들어감.</p><p>맨 앞에 있는 나도 잘 안 들림.</p><p>그래서 그 자리에서 또 부장한테 개욕을 먹음.</p><p>그런데, 그 와중에 부장이랑 나랑 눈이 딱 마주침.</p><p>"야! 글로!!! 니가 나와서 해봐!!!"</p><p>"네???"</p><p>"니가 나와서 해 보라고!!!"</p><p>"네"</p><p><br></p><p>정말 난감한 상황임.</p><p>열받은 부장을 달래기 위해서는 잘 해야 하고,</p><p>갑판사관 입장을 생각하자니 잘 하면 안되겠고...</p><p>좀 망설이다 그냥 열받은 부장을 달래는 편을 선택했음.</p><p>갑판사관 또 개욕 먹음.</p><p>그리고 점검 당일...</p><p>장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부장님의 지시에 따라</p><p>내가 대위 모자 쓰고 제병지휘를 했음.</p><p>그 일로 부사관과 위관급 장교들 사이에서는 영웅이 됐지만</p><p>갑판사관이랑은 척을 지게 됐음.</p><p><br></p><p>이 외에도 해상 공수급 훈련하다 신호지시 잘못해서 옆배랑 박을 뻔한 일,</p><p>외국 장성들이 우리배에 방문하는데 자기가 현문에서 악수한 일, 게다가 정복도 아닌 근무복을 입고...</p><p>이양반 일화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고, 가끔은 헷갈리기도 함.</p><p>결론은 지휘관이 멍청하면 아랫사람들이 고생한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