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div>군생활하면서 잊을 수 없는 날이 몇개 있음.</div><div>1. 입대일</div><div>2. 첫 부임일</div><div>3. 김일성 사망일</div><div>4. 북한 잠수함 침투일</div><div>5. 북한 잠수정 침투일</div><div><br></div><div>오늘은 그중에서 김일성 죽던 날 썰을 풀어보겠음.</div><div>첫 부임을 간지 얼마 안돼서 우리배 체력검정이 있었음.</div><div>원래 운동신경이 남다른 편인데다 어릴 때 육상 선수도 했었고,</div><div>입대 전엔 대학교에서 볼링 선수를 했었기 때문에 그날은 내가 인기 스타가 돼 있었음.</div><div>초임하사라고 맨날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간만에 인정을 받으니 기분도 좋았던데다</div><div>무조건 수병들보다 나아야 한다는 선배들의 강압에 욕심을 너무 부렸음.</div><div>제자리 멀리뛰기를 하다가 너무 무리해서 뛰는 바람에 허리가 뚜두둑!!!</div><div>결국 의무실 신세를 지게 됐음.</div><div><br></div><div>1주일 쯤 있었나?</div><div>토요일 오후에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동기놈이 하얀 정복을 입고 지나가는게 보임.</div><div>반가운 마음에 불러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이새끼가 지 상륙(외박, 외출, 휴가) 나간다고 졸라 놀리는 거임.</div><div>욕을 한바가지 해 주고 꺼지라고 한 뒤 속상한 마음에 침대에 누워 있었음.</div><div>그러다 설풋 잠이 들었다 깼음.</div><div>다시 창밖을 바라 봄.</div><div>아까 상륙 나가던 내 동기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 들어 옴.</div><div><br></div><div>"얌마! 누가 정복 입고 뛰래?!!!" (해군은 정복 입고 뛰거나 운동을 하면 안됨)</div><div>"야! 씨발! 말 시키지마!!!"</div><div>"왜? 배에다 뭐 놓고 왔냐?"</div><div>"야!!! 김일성 죽었대 씨발!!!"</div><div>그렇게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동기가 지나 감.</div><div><br></div><div>황급히 TV를 켰음.</div><div>진짜로 뉴스 자막에 졸라 큰 글씨로 <김일성 사망>이 딱 적혀 있음.</div><div>불안감이 엄습해 옴.</div><div>일단 병실에 있던 환자들을 깨웠음.</div><div>십여명이 한 목소리로 "씨발 좆됐다"를 합창함.</div><div>그리고 나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음.</div><div>의무대장이 몇몇 중환자들 빼고는 전부 퇴실해서 소속 함정으로 복귀하라고 함.</div><div>아픈 허리를 부여 잡고 겨우겨우 배로 돌아왔음.</div><div>내가 타자마자 우리배 바로 출항함.</div><div><br></div><div>그날부터 나의 Hell Life가 시작됨.</div><div>직별은 다르지만 우리 부서 두 기수 선배가 나를 졸라 갈굼.</div><div>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나를 기합 빠졌다며 차렷 자세를 시키질 않나,</div><div>움직여야 낫는다며 청소와 빨래를 시키는데, 자기 직별 사무실 청소와 자기 빨래를 시킴.</div><div>게다가 아침저녁으로 특별 운동이라며 PT를 시킴.</div><div>결국 허리가 악화돼서 다시 의무대를 찾아 감.</div><div>군의관이 불과 몇주 사이에 이렇게 악화되기는 힘들다며 꾀병이 아니냐고 의심함.</div><div>CT를 찍어서 제출하고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하자 군의관이 입원을 권유함.</div><div>국군병원에 입원. 6개월 동안 병원 떠돌이 생활함.</div><div>당연히 첫 진급 심사 때도 불이익으로 돌아옴.</div><div><br></div><div>1994년 7월 8일.</div><div>그날은 나에게 평생을 안고 갈 추간판 팽륜증이라는 고질병을 안겨 준 날임.</div><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