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저는 해군 부사관으로 5년 6개월 간 근무하고 전역한 지 14년이 되어 갑니다.</p><p>직별은 사통(사격통제)이었습니다.</p><p><br></p><p>직별이 뭐냐면요...</p><p>주특기와 보직이 합쳐진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p><p>예를 들어 육군에서는 포병 주특기를 가진 사람이 포병대에 가서 행정업무를 보직으로 받을 수도 있죠.</p><p>하지만 해군은 절대로 그럴 일이 없습니다.</p><p>부대의 행정업무는 오직 행정 직별을 받은 사람만이 합니다.</p><p>제 직별인 사통은 입대해서 전역할 때까지 오로지 사격만 합니다.</p><p>물론 장비 관리와 우리 업무에 필요한 아주 최소한의 행정 업무는 있습니다만...</p><p><br></p><p>사통은 사격통제용 고성능 레이더와 광학장비(TV Camera, Laser Range Finder, 적외선 카메라 등)을 이용해</p><p>표적을 추적하고 이 신호들을 함포에 연동시켜 최종적으로 사격버튼을 눌러 사격을 하는 임무입니다.</p><p><br></p><p>용어 설명은 이정도로 하고...</p><p><br></p><p><b>□ 기초군사훈련</b></p><p>훈련과정은 타군과 비슷합니다.</p><p>진해에 있는 기초군사학교에 입교를 하면 3일간 신체검사도 하고 이것저것 합니다.</p><p>그리고 6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이 시작되는데...</p><p>일단 부사관은 조교가 없습니다.</p><p>모든 훈련은 부사관 선배인 D.I(훈련교관)들이 모두 책임집니다.</p><p>D.I 들은 임기가 끝나면 일반 해군이 되어 여러 부대에서 근무하게 됩니다.</p><p>따라서 아주아주 빡세게 굴립니다. 씨발</p><p>실제로 미친개라는 별명의 D.I 와 나중에 동해에서 만났는데, 숨이 턱턱 막히더군요.</p><p>그래도 막상 실무에서 만나니 선배라고 부르라며 술도 사주고 그러더군요^^</p><p>순검(요즘은 점호) 시간은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p><p>"산천초목이 벌벌 떠는 해군 순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p><p>해군에서 파생된 해병대가 자기들 것인양 얘기하는데, 해군에서 나온 얘깁니다.</p><p>순검은 짧게는 몇십분에서 길게는 몇시간도 합니다.</p><p>기초교에서는 보통 한시간은 기본입니다.</p><p>순검 시간이 이렇게 긴 것은 청소며 장비 점검 상태를 워낙 꼼꼼하게 살펴서이기도 하지만</p><p>사소한 거 하나라도 걸리는 날엔 기합과 병행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p><p>그리고... 일단 잠을 안 재웁니다.</p><p>10시부터 시작된 순검이 11시가 넘어서 끝나고 이제 잠 좀 잘만 하면</p><p>12시쯤에 깨웁니다.</p><p>깨우는 시각은 대중 없습니다. 그날그날 다릅니다.</p><p>그리고 비상훈련이란 미명하에 각종 굴리기를 합니다.</p><p>어느날은 우리랑 같은 시간에 건너편에 있던 훈련병들이 같이 구르고 있으니까</p><p>병들이 보는 앞에서 부사관이 기합을 받는 건 쪽팔린 거라며 병사(막사) 뒤로 집합을 시키더군요.</p><p>병사 뒤로 집합했다 하면 웰컴 투더 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p><p>해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훈련 중 전투수영 훈련이 있습니다.</p><p>11m 높이에서 뛰어내리기 뭐 이런 것도 합니다.</p><p>하지만 실무에서 받는 전투수영에 비하면 이것도 아주 양반스러운 훈련입니다.</p><p>나머지는 타군과 비슷합니다.</p><p>유격도 하고, 사격도 하고, 수류탄도 던져보고, 총검술도 배우고, 집총 16개 동작도 하고, 제식훈련도 하고...</p><p>그리고... 집총체조도 배우고... 씨발</p><p>집총체조 잘 가르쳐놓고 나중에 기합줄 때 써먹습니다. 씨발</p><p><br></p><p><b>□ 후반기교육</b></p><p>6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이 끝나고 나면 후반기 교육을 받습니다.</p><p>전투병과학교, 기술병과학교, 행정학교 등이 진해에 있고</p><p>의무 같은 직별들은 대구인가 어딘가에서 타군들이랑 같이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p><p>이때는 학생 신분입니다.</p><p>해군의 모든 교육기관은 "학교"입니다. 그래서 "학생"입니다.</p><p>고급 직별일 수록 후반기 교육 기간이 깁니다.</p><p>사통은 제가 있을 때만해도 40주 정도 받았는데,</p><p>저희 후배들부터 16주인가로 줄었습니다.</p><p>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p><p>눈 뜨고 나서 눈 감을 때까지 오로지 공부만 합니다.</p><p>심지어 야간보습이란 이름의 야간자율학습도 있습니다.</p><p>그리고 1주일에 한 번씩 시험을 보는데 여기서 과락하면</p><p>상륙(외박, 외출) 짤리는건 물론이고 나머지공부까지 해야합니다.</p><p><br></p><p><b>□ 실무</b></p><p>해군에는 자대 또는 자대배치라는 말이 없습니다.</p><p>실무 또는 실무 나간다고 합니다.</p><p>학교는 천국이었습니다.</p><p>학교에서는 기껏해야 나보다 한두 기수 선배지만</p><p>실무에서는 영외 나가기 직전의 2년 선배가 영내에서 왕입니다.</p><p>그리고 내 위로 한 150명 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p><p>내 밑으로는??? 없습니다.</p><p>수병은 수병이지 내 부하가 될 수 없습니다.</p><p>초임하사는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p><p>수병들은 적응 기간이라도 주죠.</p><p>부사관들은 그런 거 없습니다.</p><p>알아서 적응하고 알아서 기어야 합니다.</p><p>처음 부임하면 함장 이하 모든 사람들의 이름, 기수, 직별을 다 외워야 합니다.</p><p>그리고 동시에 장비 교육도 새로 받아야 합니다.</p><p>학교에서 아무리 잘 배웠어도 똑같은 장비가, 설치된 함정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p><p>그리고 매일매일 시험을 칩니다.</p><p>이름 외우는 것이 됐든 장비 시험이 됐든 한순간이라도 버벅 거리면 바로 머리부터 박고 시작합니다.</p><p>물론 수병들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로 그런 거 시키지 않습니다.</p><p>보이지 않는 곳에서 합니다.</p><p>부사관들은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해도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습니다.</p><p>그리고 초임하사는 또 할 일이 있습니다.</p><p>침실, 사무실, 상황실, 레이더실 등 우리 부서, 우리 직별이 쓰는 공간 청소를 해야 합니다.</p><p>그런건 수병들이 하지 않냐구요? 영내하사들도 똑같이 합니다.</p><p><br></p><p><b>□ 내무생활</b></p><p>함정을 기준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p><p>일단 임관 후 2년 간은 영내거주를 합니다.</p><p>나랑 같이 들어온 수병이 전역하는 걸 보면서 영외거주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p><p>함정에서는 부서별로 침실을 쓰는데, 영내하사들과 수병들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p><p>순검 받기 전에 청소를 하는데, 영내하사들과 수병들이 함께 합니다.</p><p>그리고 순검도 함께 받습니다.</p><p>부식작업, 제설작업... 모든 작업은 영내하사 이하 총원이 합니다.</p><p>즉, 영내하사와 수병들이 다 같이 합니다.</p><p>식사는 사병식당에서 수병들과 같이 먹습니다.</p><p>간부식당? 그런 거 없습니다.</p><p>요즘은 중사부터 따로 식사를 한다고 하던데,</p><p>저희 때는 장교들과 원,상사들만 따로 식사를 하고</p><p>중사 밑으로는 전부 사병식당에서 먹었습니다.</p><p>다만 영외 거주자들은 줄을 설 필요없이 아무 때나 가서 먹고</p><p>영내하사부터는 줄을 서야 합니다.</p><p>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무반장 클래스가 되면 좀 편해집니다.</p><p>내 짬밥을 능가하는 수병도 없고, 내 밑으로 꽤 많은 아랫것들이 있으니</p><p>퇴근시간 이후에는 왕과 같은 권세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p><p><br></p><p><b>□ 영외거주</b></p><p>말이 영외거주지 출동(항해) 나가는 날이 많다보니 거의 배에서 생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p><p>제가 근무할 때 연간 출동일수가 230일인가 했으니 밖에다 집을 얻을 이유가 없었죠.</p><p>그냥 퇴근해서 밖에 나가서 밥 먹고 술 마시고 다시 배로 귀가해서 잔다고 보시면 됩니다.</p><p>게다가 정박 기간 중의 상당기간은 진해에 내려가 있기 때문에</p><p>소속 함대가 있는 동네에 방을 얻을 필요가 더더욱 없죠.</p><p>술 마시고 들어올 때는 우리 부서 영내에 있는 하사들과 수병들을 위해</p><p>씹을거리라도 좀 사 들고 들어와 주는 쎈쓰!!!</p><p>그래야 술이 많이 취해서 들어왔을 때 애들이 기쁜 마음으로 챙겨 줍니다^^</p><p><br></p><p><b>□ 부사관 능력평가</b></p><p>해군 부사관은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p><p>"군대 공부가 뭐 있겠어?"라고 만만하게 보시면 절대로 안됩니다.</p><p>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은 전부 초급과정입니다.</p><p>중사가 되면 중급과정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또 들어가야 합니다.</p><p>상사가 되면 고급과정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또 들어가야 합니다.</p><p>그럼 학교에서만 공부를 하느냐? 아닙니다.</p><p>평상시에도 어마어마하게 공부를 합니다.</p><p>대부분 장비가 외국에서 수입해 온 것이다보니 영어가 정말 많습니다.</p><p>그래서 장비 공부만 열심히 해도 미해군과 장비에 대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됩니다.</p><p>물론 일상회화는 불가능합니다.^^</p><p>해군 부사관들은 1년에 한 번씩 부사관능력평가라는 것을 봅니다.</p><p>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있는데,</p><p>필기시험은 예상문제집이 있기 때문에 별로 어려울 건 없습니다.</p><p>대략 1,000문제 정도가 있는데, 이것만 외우면 됩니다.</p><p>좀 심하게 꼼꼼하게 외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p><p>문제 첫 문장만 듣고 정답이 몇번의 뭔지까지 나올 정도로만 외워주면 됩니다.</p><p>진짜 문제는 실기시험입니다.</p><p>교육을 전담하는 전대에서 시험 관찰관이 나옵니다.</p><p>그분들 또한 우리 직별 선배입니다.</p><p>그분이 각 직별별, 계급별로 시험 대상자들을 앉혀 놓고 장비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p><p>그럼 막힘 없이 술술술술 대답이 나와야 합니다.</p><p>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p><p>"장비에 어떠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과 고장 부위, 그리고 처치 방법은?"</p><p>"지금 장비를 작동해서 몇초 안에 자함으로부터 방위 000도 거리 00마일에서 침로 000도 속력 00노트로 이동하는 가상의 표적을 만들어라"</p><p>뭐 이런 식입니다.</p><p>이걸 오후 내내 합니다.</p><p>이걸로 끝이 아닙니다.</p><p>포요원 능력평가라는 것도 있습니다.</p><p>이건 필기시험 없이 문답식과 실기로만 진행합니다.</p><p><br></p><p><b>□ 진급</b></p><p>해군은 정말 진급하기 어렵습니다.</p><p></p><p>한정된 예산으로 배도 만들어야 하고 장비도 사와야 하고 인건비도 줄려니</p><p>최대한 진급을 덜 시켜서 인건비라도 줄여 보려고 그러는 겁니다.</p><p></p><p>육군은 별다른 사고만 치지 않으면 하사 달고 2년 후에 자동으로 중사 진급을 하는 것 같던데</p><p>해군은 왠만해선 힘듭니다.</p><p>일단 개인 실력이 출중해야 합니다.</p><p>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자리에서 혼자서 처치할 수 있는 능력 정도는 갖춰야 합니다.</p><p>그리고 능력평가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합니다.</p><p>그리고 절대로 사고 치면 안됩니다.</p><p>장교들이랑 싸워서도 안됩니다.</p><p><br></p><p><b>□ 당직</b></p><p>해군 당직은 정박당직과 항해당직으로 나뉩니다.</p><p>정박당직은 말 그대로 부두에 정박하고 있을 때 서는 당직입니다.</p><p>현문당직, 안전당직, 위병오장 등이 있습니다.</p><p>보통 3일에 한번씩 8시간 동안 근무를 서는데 4시간 씩 끊어서 섭니다.</p><p>08:00 ~ 12:00 20:00 ~ 24:00</p><p>12:00 ~ 16:00 00:00 ~ 04:00</p><p>16:00 ~ 20:00 04:00 ~ 08:00</p><p>현문당직은 실내에서 앉아서 서는게 아니라 실외에서 선 채로 서는 겁니다.</p><p>사람부터 장비까지 함내외로 들고 나는 모든 것들을 다 관리해야 합니다.</p><p>안전당직은 기관부에만 해당되는 얘기고, 위병오장은 중사 이상 중에서도 일부만 해당하므로 패스</p><p>항해당직은 항해중에 서는 당직으로 매일 8시간씩 섭니다.</p><p>배가 계속 움직이고 있으므로 각 직별별로 그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p><p><br></p><p><br></p><p>이상으로 해군 부사관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p><p>가끔 육군출신들이랑 술을 마시다 군대 얘기가 나오면</p><p>저는 간부 출신이라 군생활 편하게 했을 거라며 간부 욕을 엄청 해대더군요.</p><p>자신들의 주적은 간부라며... ㅋㅋㅋㅋㅋㅋ</p><p>일단, 해군에서는 간부라는 용어가 아주 생경한 단어입니다.</p><p>부사관의 책무 외울 때나 들었던 단어입니다.</p><p>그리고 위에서 보셨다시피 해군 부사관들... 그리 편하게 군생활하지 않습니다.</p><p>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함정 정비나 수리를 할 땐 영외거주자들도 수병들이랑 똑같이 작업 합니다.</p><p>특히 저희 직별처럼 부사관으로만 이루어진 직별들은 정말 고생 많이 합니다.</p><p>가끔 사통병 출신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요...</p><p>허드렛일이라도 좀 줄여보려고 갑판장한테 부탁해서 인원 많은 갑판수병 중에서 한 명 데려오는 경우입니다.</p><p>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일은 부사관들이 다 합니다.</p><p>사통병으로 오는 애들은 불행 끝, 행복 시작입니다.</p><p>별로 할 일도 많지 않은데다 죄다 부사관들이니 자기 돈 쓸 필요없이 아주 잘 얻어 먹고 다닙니다. ㅋㅋㅋㅋㅋㅋ</p><p>해군 부사관들이 이렇게 힘들긴 하지만 장점도 많습니다.</p><p>일단 돈을 많이 줍니다.</p><p>함정근무를 하면 함정근무수당이 기본적으로 나옵니다.</p><p>그리고 항해일수에 따라 항해수당이 나옵니다.</p><p>요즘은 많이 올랐겠지만 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함정근무수당이랑 항해수당 합해서 월 30만원 정도 됐습니다.</p><p>그리고 영외거주자의 경우는 부식비가 타군보다 많이 나옵니다.</p><p>주부식비 금액이 타군보다 높아서 그래요.</p><p>게다가 영외거주를 하더라도 함정에서 먹고 잘 수 있으니 생활비가 굳습니다.</p><p>마지막으로, 타군에 비해 좀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p><p>선후배 관계도 좀 많이 편한 편이구요,</p><p>전반적인 분위기가 타군에 비해 자유로운게 사실입니다.</p><p><br></p><p>이 글로 해군 부사관의 모든 것을 다 알려드리진 못하지만</p><p>그래도 해군 부사관에 대한 오해가 좀 풀렸으면 합니다.</p><p>그리고 해군 부사관으로 지원하시려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