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치킨전쟁 <br /><br /><br /><br /><br />prologue<br /><br />아이유가 스캔들이 터지던 날 </div> <div> </div> <div>어쩐지 시무룩 해 보이는 신랑을보며<br /><br />이젠 치킨을 멕시카나에서 갈아탈 수 있을거란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드랬다.<br /><br />성격차이보다 종교차이보다 더 어려운 </div> <div> </div> <div>치킨취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미묘한 대립각을 세우던 우리였기에 <br /></div> <div>아이유의 스캔들 소식은 나에게 때 아닌 낭보였던 것이다.<br /><br />몇일 후 드디어 그날이왔다. <br /></div> <div>그가 펼쳐들고 있는 찌라시의 상호를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하였다....<br /><br />그곳엔 깜찍한 원피스를입고 치킨을 손에든 <br /></div> <div>멀리서봐도 낯익은 아이유의 모습이 선명하게 인쇄되어있었다.<br /><br />틀렸다. 멕시카나다.<br /><br />연애 때도 데이트마다 치킨만 먹어대던 그에게 <br /></div> <div>가끔은 마누라가 좋아하는 둘둘이나 보드람을 시켜주길바라는 것은 <br /></div> <div>너무 큰 바람이었을까.<br /><br />가슴 속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댔다.<br /><br /><br /><br /><br /><br />치킨전쟁 1.<br />전쟁의 서막<br /><br />'빨리...빨리 주문을 끝내야 해' <br /><br />둘둘치킨 전화번호를 검색하는 나의 손가락이 긴장감에 경직되어 </div> <div><br />자꾸 엉뚱한 곳을 터치하고 있었다.<br /><br />발코니에서 실내로 자리를 옮긴세탁기가 잘 돌아가는가에 <br /></div> <div>온통 그의 정신이팔려있는사이 치킨을 시키자고 어영부영 그의 동의를 받아내고 <br /><br />'그럼 내가 시킨다~'고 까지 통보한 참이었다. <br /><br />평소같았으면 '어디에 시킬건데'라고 반문하거나 본인이시키겠다했겠지만 </div> <div><br />몇일 전 부터 세탁기를 가동시켜보고파서 목이빠졌던 신랑은<br /></div> <div>이에 집중하느라 치킨따위에 간섭할 여력이없었던 것이다.<br /><br />지체하면 둘둘치킨을 시키는것에 신랑의 태클이 들어올것이 분명했다. <br /><br />검색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는 그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던 찰나.<br /><br />'지금거신 전화는 없는번호입니다.다시 확인하시고..' <br /></div> <div>전화기건너 들려오는 목소리는 나의기분따윈 상관없이 차분하기만했다. <br /></div> <div>D사의 검색포탈에 나와있는 부개점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터치하여 전화를 건 참이었다. <br /></div> <div>내가 번호를 잘못 눌렀을 확률은 제로. <br /><br />그렇다면 남은방법은...<br /><br />그래! 대표번호.! <br /></div> <div>1588따위로 시작하는 대표번호가 있지않았던가. <br /></div> <div>일.오.x.x .구.이.구.이. <br /></div> <div>손가락은 빠르게 다이얼을 터치하고있었다. <br /></div> <div>상냥한 목소리의 상담원에게 주소를 불러주니 지점으로 연결해 주겠단다. <br /></div> <div>잠시 멜로디가 나오는가싶더니 <br /><br />'지금거신 번호는 없는..' <br /><br />아...아까 그 언니다. <br /></div> <div>아..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다.<br /></div> <div>다시..다시 문의하자...<br /><br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대표번호에 전화를 하여 상냥한 상담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사이 <br /></div> <div>통화내용을 옅들은 신랑의 짜증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br /><br />'다른데시키면되지 전화도 안되는 곳에 뭐 시킨다고 그래!' <br /><br />아..둘둘치킨은 이렇게 실패하는가..<br /><br /><br /><br /><br /><br />3.치킨독립만세<br /><br />신랑의 짜증섞인 잔소리를 뒤로하고 난 제 빨리<br /><br />머리를 굴리기시작했다.<br /><br />여기까지 온 이상 오늘마저 멕시카나를 먹고싶지 않<br /><br />다는 오기가 내 머릿 속에 가득했다. 그 순간 둘둘<br /><br />치킨을 검색했던 포탈사이트의 연관검색어 '보드람<br /><br />치킨' 다섯글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래 꿩 대신<br /><br />닭. 아니 닭 대신 닭이다. 보드람을 주문하자. </div> <div> </div> <div>너 치킨을 좀 아는구나 네이버. 둘둘의 연관검색어는<br /><br />보드람이되야 마땅하지. 암 그렇고말고..더 이상의 <br /><br />주문실패는 Naver...<br /><br />보드람치킨 부개점의 전화번호를 꾹꾹 힘주어 터<br /><br />치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말했다. "<br /><br />후라이드 한마리요! "<br /><br />이게 왜 과감하냐고? 신랑은 양념통닭을 좋아하거든.. </div> <div> </div> <div>반반을 시키는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그 날<br /><br />난 이상한 신열에 들떠 그 불문율을 깨고 말았다. <br /><br />아마도 그동안 억눌려있던 치킨을 향한 열망이 폭<br /><br />발한 것이리라. <br /><br />나도 내.가.원.하.는.브.랜.드.의.치.킨.을.먹.고.싶.다.<br /><br /><br /><br /><br /><br /><br /><br />4. 상처뿐인 영....계<br /><br /></div> <div>'딩동'<br /><br />초인종이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적막을 깼다. 평<br /><br />소같았으면 기쁘다 치느님 오셨네 두팔벌려 치킨<br /><br />을 맞이했었겠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치킨을 받<br /><br />아들고 나는 묵묵히 식탁에 치킨을 셋팅을 했다. <br /><br />셋팅이 끝났지만 그는 오지않고있었다.<br /><br />"안 먹어?"<br />내가 물었다.<br /><br />"생각없어."<br /><br />알아주는 치킨덕후 남편이 치킨을 거부한다는것<br /><br />은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멕시카나<br /><br />에서 벗어나 둘둘이나 보드람을 원했지만 이런식<br /><br />으로는 아니었다. 상처뿐인 영광,아니 상처뿐인 <br /><br />영계가 따로없었다. 나는 식탁에 우두커니 앉아 <br /><br />멍한 눈으로 치킨을 바라봤다. </div> <div> </div> <div>그 때 였다.</div> <div> </div> <div>닭다리 한쪽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div> <div><br />'왜 그리 우울해하느냐 인간이여'<br /><br />난 주위를 둘러봤지만 주방엔 분명 나 혼자뿐, 아니 <br /><br />나와 치킨 뿐이었다.<br /><br />'혹시 당신이 나에게 말을 한겁니까? 닭다리여'<br /><br />나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있었지만 나의 눈은 매<br /><br />섭게 구릿빛의 매끈한 닭다리를 응시하고있었다.<br /><br />'.....................'<br /><br />얼마간 주방에 고요함만 가득했다.<br /><br />그래. 그럴리가없지. 선택받은 소수만이 치느님의<br /><br />음성을 들을 수있다하였고 빵상대제이후 듣는자가 <br /><br />나오지않은지도 벌써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br /><br />나같은 범인이 치느님의 음성이라니. 언감생심도<br /><br />그런 언감생신이 없지..생각하며 뒤돌아선 순간이<br /><br />었다.<br /><br />'우울해하지말라. 인간이여.'<br /><br />소리가 나는 곳은 구리빛의 매끈한 닭다리가 확실<br /><br />했다. 닭다리의 음성이 흘러나올 때마다 튀김 옷은<br /><br />미세하게 들썩였고 이에따라 기름기도 미묘하게 반<br /><br />짝이고있었다.<br /><br /><br /><br /><br /><br /><br />5. 치렐루야<br /><br /></div> <div>"치...치느님!"</div> <div> </div> <div> </div> <div>외마디 내 외침은 떨리다 못 해 갈라져 나왔다. <br /><br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나타나신 이유가 뭔지,<br /><br />남편과의 치킨취향 차이는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br /><br />가야 좋을지, 치느님께서 임하신 눈앞의 닭다리는<br /><br />먹어도좋을지..묻고싶은게 봇물터지듯 떠올랐지만 <br /><br />목구멍이 콱 막힌 듯 한 마디도 뱉을 수 가없었다.<br /><br /></div> <div>"알고있느니라"<br /><br /></div> <div>닭다리는 말하지않아도 이 모든걸 알고있다는 듯<br /><br />따스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br /><br />'괜찮으니 나를 맛보거라. 나는 너희의 살이요, <br /><br />피가 될지니 이는 내가 이 땅에 온 이유니라.'<br /><br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닭다리에서 뿜어져나오던 빛<br /><br />은 서서히 사라졌다. 튀김 옷의 들썩임도 이에따라<br /><br />미묘하게 반짝이던 기름기도 이내 사그라들어 옆<br /><br />에놓인 여느 치킨조각들과 별반다르지 않은 모습이<br /><br />되었다.<br /><br />"치느님......치느님!"</div> <div><br /><br />나는 닭다리를 두손위에 들고 애타게 소리쳤지만<br /><br />아까의 빛과 생기도 거룩한 그음성도 다시 돌아오<br /><br />지않았다. </div> <div> </div> <div> </div> <div><br /><br />"왜그래?"<br /><br /></div> <div>남편의 목소리에 고개를드니 나는 식탁에 엎드린 체 </div> <div> </div> <div>한 손엔 닭다리를 들고 눈물범 벅이 되어 '치느님'을 외치고있었다. </div> <div> </div> <div>멋쩍어진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서 눈물을 훔쳤다. <br /></div> <div> </div> <div><br />"식탁에서 잠든것도 모자라 잠꼬대까지 하네..ㅉㅉ..."<br /><br /></div> <div>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차며 남편은 방으로 들어<br /><br />가버렸다.<br /><br /></div> <div>식탁에 우두커니 앉아 오른손에들린 닭다리를 바라<br /><br />봤다. 먹음직스런 평범한 닭다리였다. 가만히 한입<br /><br />베어물었다. 아직 따뜻함이 남아있는 닭다리는 촉<br /><br />촉하고 쫄깃한 육질의 국산 하림 냉장닭만을 사용<br /><br />하여 보드람만의 한방양념을 더해 220도의 신선한 <br /><br />기름에 튀겨내 더욱 쫄깃하고 맛있습니다.<br /><br />- 끗 -<br /><br /><br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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