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차 의원총회 모두발언
■ 김한길 당대표
수고들 많으시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나고 이제 2년차가 시작됐다. 박근혜정부 집권 2년차의 시작부터 조짐이 불길하다. 국민들은 박근혜정부 1년을 불통, 불신, 불안의 ‘3불 1년’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만 상대하는 ‘한 국가, 두 국민’이라는 봉건적인 편가르기 국정운영으로 절반의 국민들로부터는 점수를 받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로부터는 낙제점을 받고 있다. 그래서 100% 국민대통합을 외치던 박근혜정부 지난 1년 국정운영의 성적은 불합격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보다도 더 지독한 불통으로 집권 2년차를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취임 1주년을 맞아서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부터가 불통이다. 국민이 바라는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은 하나도 없이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쏟아낸 그야말로 불통담화였다. 지난 1년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없었고, 줄줄이 파기해버린 대선공약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
대표적인 대선공약인 경제민주화는 후퇴를 거듭하다가 경제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기업의 규제를 대폭 풀어서 경제민주화와 정반대의 시장만능주의 정책으로 퇴행하고 있다. 서민과 중산층의 고단한 민생에 대한 현실인식 자체가 부재한 담화로 인해서 국민의 절망감만 더 키웠다고 생각한다.
2월 국회가 다돼가는데 되는 일이 없는 국회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안하무인식 정치행태는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다. 오만과 독선에 빠진 집권세력의 행태는 한마디로 ‘우리가 하자는 대로 따라 오던지, 아니면 말고’ 식이다. 정치는 실종됐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국민과 야당은 안중에도 없다.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다”라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최악의 정치를 고집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매달 20만원씩 드리겠다고 공약해서 대통령이 된 분이 이제는 70% 어르신들께라도 20만원씩 모두 드리자는 민주당의 주장을 묵살하고 있다.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통령과, 지난 1월 1일 각서까지 썼던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이 이제 와서는 관련법의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대선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은 이제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가 정치개혁의 대표공약으로 앞세웠던 기초공천 폐지 약속을 여당이 앞장서서 파기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공약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일언반구도 없다.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의 간첩증거조작 사건도 마찬가지다. 최근 심재권, 정청래, 홍익표 의원이 민주당 진상조사단을 구성해서 선양 현장조사에 나섰는데, 당국은 이미 약속한 문서대장 열람조차 거부하고 해당 영사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래서는 국민이 기대하는 진실을 밝힐 수 없다. 이 때문에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진실을 밝히자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국민과의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굴면서 국민과 야당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대통령에게 제1야당 대표로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국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깔아뭉개는 것은 국민과 야당을 심하게 모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야당을 깔보는 대통령은 결코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까지 국민이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해서, 그 기대에 기대어 오만과 독선에 빠져있는 것이라면, 그 오만과 독선이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차가 지난 1년과 다르지 않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아무리 후회하고 반성해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
의원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감사하다.
■ 전병헌 원내대표
특별히 오늘 의총장에 오시지 못하는 두 분의 의원이 계시다. 남윤인순 의원과 이학영 의원께서 지금 나흘째 청와대 앞에서 노숙 단식농성 중이다. 입을 다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맞서서 온 몸으로 특검을 요구하고 계시는 두 분 의원께 미안하고 고맙다.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사건은 대통령이 침묵한다고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당장 보기에 침묵이 약인 것 같지만 그것은 대통령의 착각일 뿐이다. 민주당은 어떤 경우에도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끝까지 요구하고 반드시 관철해 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이 약이라고 믿고 있지만, 침묵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2월 국회가 내일이 마지막 날이지만 현재로서는 갑갑한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의 약속파기가 국회를 또 한 번 마비시키고 있다. 이른바 종박정치가 나라와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직 박근혜 대통령만을 바라보는 종박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정당으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으며, 또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감이 있느냐 여부가, 즉 종박 행태에서 벗어나느냐 마느냐 여부가,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민생정치를 복원시킬 수 있느냐 마느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우리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종박정권에게 분명히 각인시키면서 의연하고 당당하게 맞서 나갈 것이다. 일희일비를 넘어서 긴 호흡으로 나가자는 당부의 말씀 드린다.
2014년 2월 27일
민주당 공보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