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시즌도 개막을 했기 때문에,
뒤늦게 이종범 선수 은퇴 관련해서 정리를 하자면, 이 부분에서는 선동열 감독이 확실하게,
'은퇴 종용'을 했습니다. 말이 플레잉 코치이지, 없던 보직을 만들어 내면서 2군에서 선수
들 배팅볼이나 던져주라는 이야기였죠.
그리고 기아의 김종국이나 홍세완도 플레잉 코치가 된 후로는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다들
은퇴를 했으니.
사실 이종범 선수의 은퇴는 팬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나오던 이
야기였고, 무엇보다 나이도 있었기 때문인데, 그래도 올 시즌은 경기장에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스프링 캠프를 마치고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돌연 은퇴 사건이 터져버렸
는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선동열 감독은 비판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작년에 취임과 동시
에 내부적으로 이종범 선수에게 '젊은 선수들로 꾸리고 싶다, 용단을 내려라'라고 언질을 해
줬다면, 큰 마찰 없이 이종범 선수가 은퇴를 결정했을 겁니다.
당연히 내부에서 갈등을 보여주지 않으면, 외부적으로도 큰 다툼은 없었을 겁니다. 물론, 선
동열이 고향팀으로 와서 이종범을 쫓아냈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이미 합
의를 본 상태에서 이종범 선수가 무마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겠죠.
그런데 돌연 시즌을 앞두고 선동열 감독은 이종범 선수를 내쳤고, 이에 열받은 이종범 선수는
선동열 감독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죠. 그게 구단과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 선언을 한
것인데,
결국에는 공식적으로 선동열 감독과 이종범 선수가 화해를 했다지만, 선동열 감독이 팀에 몸
담고 있을 때에는 절대적으로 이종범 선수를 타이거즈에서는 볼 수 없을 겁니다.
구단이 제시한 코치 연수 등을 거절한 것이 그 증거가 되겠죠.
여기까지는 이종범 선수의 은퇴 건 문제였고.
이제부터는 타이거즈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동열 감독의
미래겠지요.
사실 작년에 조범현 전 감독이 1년이 남은 상태에서 사퇴를 당했는데, 몇 번이나 이 곳에 글
을 올렸지만 그게 가장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올해도 조범현 전 감독이 팀이 이끌었다면, 팀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나마 09년도 우승 공로 등의 좋은 기억이 있을 때,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것이 나았다고 생
각했죠.
그 후임으로 온 감독이 선동열 감독인데, 사실 타이거즈 팬들이 선동열 감독을 바뀐 것을 환
영했던 이유는 조범현 전 감독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불펜 문제와 투수 운용에 대해 개선을 해
서 팀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팀 레전드 출신인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코치가 고향팀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더더욱
반겼던 것 같습니다.
선동열 감독은 3년을 계약했습니다. 팀의 체질이 한 시즌만에 바뀔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
로는 올해 4강, 내년부터는 우승에 도전하는 팬들의 염원이 많았습니다.
없던 투수들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기존에 있던 투수들을 성장시키기에는 최소한 1년은 지
켜봐줘야 하는 것이 상식이니까요.
그런데 이종범 선수 은퇴건을 보면 선동열 감독의 선택은 아주 멍청한 짓이라고 볼 수 있습
니다.
사실 작년에도 글을 썼지만, 조범현 전 감독의 명줄을 잡은 것은 양현종과 유동훈이었습니다.
양현종과 유동훈이 잘했다면 조범현 전 감독이 사퇴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양아들 소리
들으면서 조범현 전 감독이 이 둘을 밀어준 결과는 아시다시피 많은 팬을 분노하게 만들었죠.
이와 마찬가지로 선동열 감독의 명줄은 은퇴한 이종범 선수에게 달려 있다고 보입니다. 물론,
이제 1년차 시작이기 때문에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지만,
사실 타이거즈의 고질적인 문제는 불펜만이 아니었습니다. 외야쪽도 상당히 문제였죠. 이 부
분에서는 조범현 전 감독이 수 년간 많은 실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젊은 선수들이
죄다 이종범을 실력으로 밀어내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전 조범현 전 감독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지난 몇 년간 드래프트를 보
면 구단에서 대형 외야수감을 뽑은 적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선동열 감독의 의중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서 1명
이라도 터뜨려 보겠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대교체를 그렇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안치홍이 김종국을
밀어냈고, 김선빈이 이현곤을 밀어냈듯이 세대교체는 그렇게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더구나 팀 사정상 개막전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외야수를 봐야 할 신종길이 1루수, 좌익수를
봐야 할 김상현이 우익수로 나왔죠. 더구나 김상현은 부상까지 달고 있으니, 나지완까지 외야
에 나와야 할 것이고, 지나친 포지션 이동은 선수나 팀에게 절대 좋지 않습니다.
결국 이런 모습이 장기화 되면 팬들은 '아 이종범이라도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팀 성적이 바닥을 치면 아무리 레전드 출신 감독이라도 집중포화를 맡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 이종범 선수가 은퇴를 하면서 선동열 감독이 비판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과도할 정도
로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만큼 고향 팀에서 감독을 하는 것 자체가 행운입니다.
이미 엄청난 팬층을 등에 업고 시작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타이거즈의 또 다른 레전드인 이종범 선수와 반목을 하면서 선동열 감독에 대한 시
선이 곱지가 않습니다.
작년 전반기 1위, 전체 4위인 팀을 맡은 상황에서 이종범 선수까지 내쳤기 때문에, 많은 팬
들이 이제는 '두고보자'라는 심정으로 선동열 감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종범 선수를 1년이라도 안고 갔으면 별 문제 없었을 것인데, 선동열 감독 스스
로 자기 무덤을 파버린 꼴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제 많은 팬들이 '당장 올해 우승'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종범까지 내쳤으니,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타이거즈에서 9번을 우승 시켰던 김응용 감독 역시 레전드를 많이 내쳤습니다. 어떻게 보
면 이종범 선수의 은퇴건보다 더 마지막이 안 좋은 레전드들이 많았죠. 그러나 김응용 감독의
경우 김봉연을 내칠때에는 한대화, 이순철, 김성한이라는 대체자가 있었고, 김성한과 이순철을
내쳤을때에는 이종범과 홍현우라는 대체자를 만들고 한 행위였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팬들에게 팀의 우승을 선사했습니다. 당연히 팬들은 아무 군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작금의 선동열 감독은 과연 이종범 선수만한 외야 백업이라는 대체자를 만들고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선동열 감독 스스로 너무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혹자는 인공심장을
준비해놓고 타이거즈의 심장을 도려냈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성적이 덜 나와도, 같은 팀 레전드 출신끼리 좋은 모습만 보이면, 꽤 많이 쉴드가 될
터인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이제는 3년 안에, '은퇴한 바람이 중천에 뜬 해를 쫓게 되는지' 지켜볼 따름입니다.
2012. 03. 14.
금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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