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아저씨가 꺼낸 안건에 대해 반응이 대체적으로 이렇다고 봐야겠지요.
반대 : 기술 이전에 신뢰의 문제다. 그는 우리의 신뢰를 져버렸고, 그것만큼은 용서할 수가 없다.
찬성 : 운영자 아저씨가 고민하고 있다면, 탐탁치 않지만 받아들이겠다.
중립 : 양 측의 입장은 모두 공감한다. 그리고 이것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안건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런 여론 중에서 이 문제에 대해 그나마 잘 알고 있는 현업 개발자 아저씨들의 의견을 보니, 차마 반대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그 아저씨들의 입장이 대체적으로 이렇거든요.
'반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 선택이 아니면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그 어떤 '효과적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현재의 문제를 '기술적으로' 가장 잘 알고 있는 분들의 입장들을 보니 이런 선택을 고심하게 된 운영자 아저씨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그 사건이 언제 일어났었죠? 1년 됐네요. 사건이 일어나고 1년이 지났고, 그 이후 이용자들의 수많은 요구가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요구를 충족시킨 사항도 있지만, 아직도 불만족스러운 분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아왔고 지금도 공격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는 게 이 곳이니 허술한 면모를 어떻게든 막고 능률적인 시스템이 깔려야 할 텐데, 그게 진척이 안되니까요.
사실 제가 사이트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기술적으로 무어라 이야기할만한 식견은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는 분들의 의견을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의견은 저렇죠.
예, 사실상 운영자 아저씨가 꺼내들어선 안되는 카드, 하지만 이 상황에서 꺼낼 수 있는 유일한 카드입니다. 이 사이트는 생각보다 거대하고, 복잡하며, 난해합니다. 손댈 구석은 너무나도 많으며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더미 같은데다, 무엇보다도 이용하는 이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단 한명에게 각자의 요구를 관철해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하지만 이걸 도울 만한 사람? 글쎄요, 우리들이 조력을 드리겠다고 해서 딱 필요한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가진 재주를 발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 난해하고 복잡한 프로그래밍 덩어리를 제어하는 재주가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차라리 이 사이트 어딘가에서 정말 우리가 원하는 그 사람, 이 모든 난국을 해결해 줄 수 있으면서 도덕적으로 어떤 흠집을 내기 힘들 정도의 인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뭐 능력자 분 어디 한 두 명 정도 계실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들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지요. 불만은 쌓여가고 문제는 누적됩니다.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오직 한 명이며,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힘내라는 댓글과 항상 응원한다는 마음의 소리로 극복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것으로 충분하다면 우리는 한 사람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오직 마음과 응원만을 먹고 힘을 내라는 것만큼 허황된 건 없죠. 필요한 건 기술적 지원, 다시말해서 손인데 우리들은 곁에서 박수나 치고 앉아있으니까요.
1년의 시간이 흘렀고 수많은 대안이나 방법을 고민했을 겁니다. 그 사이에 좀 문제가 많이 생기고 고생도 했겠죠. 그렇지만 우리는 그 아저씨에게 요구를 하거나 요청을 하거나, 아니면 바쁜 아저씨한테 왜 이 꼬라지로 만드냐고 악을 쓴 것 외에는 별로 한 게 없습니다. 뭐 가끔 박수치고 응원도 했지만 말이죠.
아무 의견조율 없이 단순한 보고 혹은 포고에 불과했다면, 구체적으로 말해서 '헤이! 1년전에 쫓겨났던 그 칭구 알지? 내가 노력해봤는데 대안이 없어서 얘 다시 쓰려고 해. 미안! 욕해도 어쩔 수 없어. 쓰게 되었으니 그렇게 알아' 식으로 공지사항이 나왔다면....
전 지금 이런 조곤조곤한 글이 아니라 제가 이 사이트에 발을 들여놓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꾹 누질러놨던 제 오랜 네트워크 키보드 파이팅의 영혼을 개방하여 여러분들에게 매드맥스 세계관에서 사는 놈이 글을 쓰면 이렇게 쓰겠구나 하는 체험을 하게 만들어드렸을 겁니다. 농담 아니라 저 갱장히 잘싸웁니다. 어떻게 키보드로 사람의 영혼을 타락시키는지 메피스토 같은 양반네들한테 3년 정규교육 이수한 것 마냥 해댈 수 있죠. 아마 그 글 보시면 왜 디아블로가 한국인한테 24시간도 안되서 영혼석이 가루나도록 탈탈 털렸는지 대충 체험하실걸요. 사람이 욕 한 마디 안 들었는데 이상하게 종일 욕먹고 슈퍼마리오 녹색버섯으로 삼시세끼 먹은 것마냥 수명 좍좍 는 기분 느끼게 만들 수도 있죠.
하지만 전 그런 키보드 워리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사이트 이용자로서, 여러분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선택지 자체가 굉장히 망할놈 오브 망할놈같지만, 그런 선택의 분기점에 놓였다는 것을 그 아저씨가 우리들에게 알려주었고 타륜을 우리에게 쥐여줬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듣기만 해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동안 배워왔던 욕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 같은 의견이지만, 그 정도 선택지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우리들에게 솔직히 말해주었고, 그 결정을 자신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에 전 차마 욕을 할 수 없습니다. 힘들고 힘든 선택지만이 남았고, 그 결정마저 우리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
이정도면 진짜 그 아저씨는 바보 맞습니다. 세상에 남들이 다 하는 것마냥 몰래 입 싹 닫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코딩하는 패턴을 가지고 사람 구분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전 그런 거 구분 못합니다. 여러분들도 그러실거라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이트를 손보는 과정과 결과가 누구의 손으로 이루어지는지 까막눈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쉿, 이건 우리들만의 비밀이야'라는 마법의 단어를 써서 그 누구도 진실을 알지 못한 채 평온 속에서 후딱후딱 일을 처리했을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욕 먹을 가능성이 다분한 선택지는 몰래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대놓고 드러내고, 그 결정권마저 우리의 손에 넘겨줬습니다.
이 정도면 바보가 아니라 미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저씨! 세상 사람 모두가 이 정도는 몰래 제끼고 말아요! 당신 어려운 거 알아! 우리 그냥 눈 감고 넘어갈 수 있어! 그냥 말만 안 하면 돼! 그런데 왜 우리한테 말해줘요? 왜그리 사람이 바보같아? 아니 이건 바보가 아니라 그냥 미친놈이라는 소리 들어도 할 말 없잖아!
그런데 우리한테 말해줬네요. 솔직하게. 허탈하게시리. 몰래 하다 들키면 욕이라도 할텐데 처음부터 다 밝혔으니 욕할 껀덕지도 없네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효율적인, 하다못해 최소한 숨통이라도 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거나 그 아저씨 입에 우겨넣지 못할 바에는,
아저씨가 고민중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좀 많이 안 좋은 선택'을 우리가 어떻게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그는 우리에게 모든걸 드러냈습니다. 현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평소같이 미칠듯이 답답한 방식으로 드러냈습니다. 툭 까놓고 '헤이! 내가 1년간 어떻게 해보려고 하고 했는데 안되겠어! 사람 구하려고 했는데도 안되겠더라! 그래서 얠 다시 써야하는 상황이야! 너희들 말을 듣고 싶어!'같이 다이렉트한 표현을 좀 해줬으면 싶지만 그 아저씨 스타일은 아니죠.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고심하고, 때로는 그게 곡해되서 사람들한테 욕먹고(....) 하는 스타일이죠.
그렇게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타륜을 쥐여줬습니다.
그래서 전 차마 반대할 수가 없고, 다시 그 의향을 돌려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하세요. 정말 필요하다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뭐 아저씨 결정 존중해드릴테니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