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아아아아---! 또냐, 또 다시 네녀석이냐아아아----!"
"세계에 사랑과 우정이 남아 있는 한, 우리들은 결코 너에게 쓰러지지 않아!"
"악을 뿌리는 마왕 다크원! 샤이너즈의 힘으로 무찌르겠어!"
"다, 다크원이시이여어----!"
"간다! 샤인 브리즈!"
"샤인 위즈! 지금이야!"
"전 실패했습지만 언젠가는 저들에게서 승리를----!"
"지혜의----!"
"바람이여----!"
"불어---라아아아아!!"
-파아아앗------!
그렇게 정의에 맞서 싸운 소녀들은 또 한번 승리를 거두며 싸움을 끝마친다.
이론상으로는, 최소한 마법소녀의 싸움에 한해선.
"...자살하고싶다. 이 필살기 멘트 외치는 거 들을 때마다 밧줄로 목구멍을 콱 죄어버리고 싶어."
"...그거 가지곤 안 될걸? 혀를 잘라야 해, 혀를."
"분명 재생할걸. 빌어먹을 마법소녀의 힘 때문에 팔다리 잘려도 재생되니까."
"평범한 밧줄이면 목에 죄이자마자 화르륵 불탈거야. 이 마법소녀의 힘이 있는 한 우린 천하무적이니까."
"젠장, 그래도 돈이라도 나오니 다행이지."
"건물 살 돈만 모으면 이것도 관둘거야. 그 뒤엔 다크원이 세계 정복하던지 말던지 신경 안 쓸 거야."
족쇄 같은 마법소녀의 굴레 속에, 두 소녀는 오직 한 가지를 위해 싸운다.
돈. money.
"예에?! 수당이... 수당이 줄다뇨!"
"말도 안 돼! 우리가 어떤 쪽팔림을 감수하고 이 짓거리를 하는데!"
"그, 그게 말이죠? 어, 그러니까 마법소녀 샤인 브리즈 양? 어, 샤인 위즈 양?"
"이름 불러요, 이름! 정수연이라고 불러요!"
"서유민이라고 명찰 달렸잖아! 그 쪽팔리는 이름으로 왜 불러요?!"
"그, 그게... 구호계약청의 예산 부족으로 인해 수당 감소가 불가결하다는 지침이 떨어져서...."
"그게 뭐에요! 그런 낯부끄러운 옷에 민망한 대사까지 외치면서 악당이랑 싸웠는데!"
"3만원도 주기 아깝다고 그걸 깎아요?! 아니, 이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어?!"
허나 소녀들의 동기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 규라버니? 왜 얼굴이 썩어있어요?"
"...우리 접는다."
"예?"
"구호계약청이 로봇 유지보수예산 깎는대. 이러면 우린 한 번 나가면 적자나."
"RCX팀 없으면 제노사이드 웜 못 잡잖아요!"
"박사님은요? 박사님이 그거 허락하신대요?"
"그 영감 1주일전에 홧병으로 누웠어."
"대체 왜요?"
"전투 중에 일어난 배상 청구도 연구소로 돌린다고 공문 왔거든."
그리고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워오던 모두의 재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윽, 진동 온다. 콜 떴어."
"제발, 제발, 제발, 제발.... 휴, 샤인 아니다. 만세."
"어이쿠, 공용 C. 내 쪽이네."
"남의 일처럼 말한다? 우린 진짜 남의 일이지만."
"그러게. 한성이 너 안 뛰어가? C타입이면 너랑 윤일이 오빠 말고 몇 명 없잖아."
"잘 봐라?"
-찰칵!
"...텅 비었네?"
"이게 발당 89만원 짜리거든? 근데 탄환보조금이 47만원밖에 안나와."
"그, 그럼 너 여태까지 빚 지면서 싸운 거야?"
"그냥... 할아버지 무기고에 쟁여둔 예비탄 쓰면서 버텨왔는데.... 그게 지금 500발밖에 안 남았어."
"여태까지 받은 돈은?"
"저금해뒀지. 공방에서 지금 단가 떨구는 연구 중이라서, 그거 마치면 수주 넣을거야. 잘 하면 39만원까지 떨굴 수 있대."
"그럼... 그 때까지 안 싸울 거야?"
"고유지정대상 나오기 전까진, 안 나갈 거야."
"사람이 다치잖아! 우리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사람 목숨부터 구해야....."
"정부가 제대로 일 안해서 나온 피해까지 덮어쓸 생각 없어."
"뭐...?"
"삼촌이 알아봤는데, 공용은 굳이 나 같은 사람이 나설 필요는 없대. 그건 군이 해결할 일이라더라."
돈이 없어서 평화를 지키는 걸 포기해버리는 영웅들,
그리고 고뇌하는 소녀들 앞에 나타난 그들의 숙적.
"진정 하시지요, 샤이너즈 분들. 제가 다크원의 가르침을 받긴 하지만, 싸우는 쪽은 아닙니다."
"웃기시네! 마법소녀가 그런 이야기에 속아 넘어갈 줄 알아?!"
"속임수에는 안 당해!"
"거 제가 언제나 나오는 쫄쫄이 분장 입고 댁들은 유치찬란한 꽃단장한 상황입니까?"
"윽."
"난 츄리닝에 쓰레빠 차림이고, 님들은 여고생 교복 입은 꼴입니다. 다크원도 샤이너즈도 이렇겐 안 싸워요. 암묵적인 룰이잖습니까."
"...그건 그래."
"수연아!"
업계 규칙은 철저히 지키는 악당과 소녀들은 그렇게 평화적인 접촉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악당이 평화적 접촉을 시도한 이유는....
"뭐, 다크원께서 로망과 정도를 지키려고 하셨습니다만... 댁들 위쪽이 해도해도 너무해서 말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예산 말입니다, 예산."
"그, 그걸 어떻게...."
"저기, 수연아. 거긴 공기관이잖아."
"예, 검색하면 다 나오죠."
"...그런 건 비밀로 하는 거 아니었어?"
"비밀로 해 두면 감축하라고 난리치지도 않았지."
"무한정 지원 속에 정복사업을 벌이는 악당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예산으로 맞서 싸우는 마법소녀! 그 속의 결과!
다크원께서 원하시는 이상적인 전개입니다만, 어디까지나 비율의 균형이 맞을 때의 이야깁니다."
"결론을 말해주실래요?"
"밸런습니다, 밸런스. 댁들 예산이 너무 짜게 나와요."
마법소녀들의 상층부, 정부가 너무해서.
예산조차 제대로 안 주는 상급자에 악당들도 분개!
"아, 만나서 반가워. 일단 내가 너희들의 주적이자 최종보스라고 할 수 있는... 다크원."
"...꼬맹이잖아."
"....10살짜리 애잖아."
"이게 누구 때문인데! 너희들이 빌빌거리니까 내가 상대적으로 허약해져서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들이 강해질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하기 전까진 일단 휴전?"
"그래! 그거야! 세상에는 악당이 많고 맞서 싸우는 영웅도 많아!"
"뭔가 말이 안 맞잖아. 왜 우리가 강해지는데 휴전까지 하고 도움을....."
"영웅이 많으니 예산은 쪼개지고! 그러니 너희들에게 돌아가는 돈도 줄어들잖아! 예산은 곧 힘! 그러니 너희들의 힘이 약한 거지!"
"...저기, 일단 우린 사랑과 정의의 샤이너즈거든?"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 건 다른 사람 이야기지 우리 이야기 아니거든?"
"허, 그래? 너희들이 움직이는 강력한 동기는 지금으로선 수당 아니었어?"
"....."
"수연아, 반박해야 해. 인정해선 안 돼. 우리가 속물이라는 걸 인정해버리는 거잖아."
"으,으윽.... 하지만 이 꼴로 사랑과 정의를 위해 싸운다고 말하는 건 죽어도 못 하겠어."
"사실 나도 그래....."
영웅과 숙적은 상호 보완적 관계, 강한 악의 앞에서 영웅은 강해지지만....
영웅이 허약해지면 악도 상대적으로 허약해질 수 밖에 없는 법.
"그래서, 휴전만 하고 끝?"
"그러면 얼마나 좋겠니. 너희들이 우리랑 안 싸우면 돈이 안 들어오고 그럼 계속 허약해 지는데."
"대체 목적이 뭐야?"
"이른바, 히어로 중간관리업체!"
"...뭐?"
"사업구상은 대충 이래. 정부는 원청, 우리는 하도급, 그리고 너희는 계약고용직."
"그러면 더 악화되잖아! 안 그래도 쥐꼬리만한 수당을 빼먹는다는 소리지!"
"그, 그런 거야? 하도급이 그런 역할이야?"
"유민이 넌 그것도 몰랐어? 돈을 벌려면 이정도는 상식으로 알아 둬야지!"
"아, 보통은 그렇지만 내 계획은 달라. 우리는 너희들에게 보조금을 추가로 지불할 계획이니까."
"수연아, 저게 무슨 뜻이야?"
"보조금? 그건 정부가 지급해줘야하는 거잖아."
"으으으윽! 그러니까! 우리가! 너희들한테! 돈을! 준다고!"
"그럼 그렇게 말하면 되지 뭘 하고듭이니 뭐니...."
"하도급."
"아, 알 게 뭐야. 난 건물주가 꿈이라서 그런 단어 몰라도 돼."
"....너희들 진짜 심하다. 내 숙적이라는 것들이 참 모양 빠지는 거 보니 허탈해지네."
마법소녀들의 힘을 위해, 그들의 숙적이 지원한다!
언제까지? 정부 예산이 늘어나고 그녀들의 지원금이 늘어나는 그 날까지!
Part Time Hero, 영원히 안 나옵니다!
지난번에 말해놓고 까먹을 뻔 하다, 지금 막 떠올라서 대충 갈겨봤습니다.
물론 이 뒤의 내용은 없습니다. 더 이상 쓰긴 귀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