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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papercraft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10-22
    방문 : 2882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21180
    작성자 : papercraft
    추천 : 6
    조회수 : 587
    IP : 119.198.***.5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5/08/10 22:21:11
    http://todayhumor.com/?readers_21180 모바일
    [등신백일장]고대 그리스 사나이가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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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인삭제금지
     
    책을 안보면 당신은 그저 등신입니다.
    하지만 책을 보면 당신은 배운 등신이 되죠.
    그렇습니다, 보나 안 보나 등신인건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라면 이왕 이기는 병신이 되듯이
    그냥 등신일 바에는 배운 등신이 되는 게 낫지 않습니까?
     
    책 게시판에선 당신을 그냥 등신에서 배운 등신으로 만들어드립니다!
    이왕 등신인 거, 배운 등신이 되어보자구요!
     
    ------
     
     
     
     A는 남자다.
     
     생물학적으로 분석하자면 두 개의 대들보에 매머드 한 마리를 사육중인 남자중의 남자이며,
     정신학적으로 보면 대뇌 한 쪽 구역에서 우락부락한 근육질 남자가 '예! 아이 앰 마초!!'라고 24시간 쉼없이 외치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이며,
     행동학적으로 보면 언젠가 어느 장소에서 베어그릴스에게 가르침이라도 사사받은 그러한 사람이다.
     
     취미생활의 의외성이 있을 것이라는 반전을 기대해볼만한 사람이다.
     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딴거 없고 외형과 내면이 완벽히 일치하는 그런 사람이다.
     서문에서 그의 남자다움을 강조한다는 것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상상력을 부추기기 마련이다.
     과연 이 남자중의 상남자가 어떤 남자다운 액시던트를 벌여서 '어휴, 저래서 남자란 별 수 없지'라는 중얼거림이 터져나오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혹은 이 남자의 반전드라마 뺨치는 사건에 대해 제멋대로 날개를 펼칠 것이다.
     내 이야기는 후자다. 그것도 극단적인. 게다가 실시간으로 진행중인.
     
     태국에서 한국으로 날아올 그를 기다리는 동안, 짤막하게 그와 얽힌 몇 가지 기억들을 떠올려 보겠다.
     
     
     
     사건의 시작은 간단했다. A와 나는 한 온라인게임을 시작했다. 
     온라인게임의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던가, 나 자신에게 충실하던가.
     
     전자의 경우 자신의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 품고 있는 이상향이나 흑심이 전적으로 반영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자신의 면상으로 마주하는 그것부터 심각한 민폐를 초래하는 여성과의 접점을 만들고자 하는,
     혹은 거기서 진도를 더 빼고자 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욕구반영이다.
     현실에서 마주하지 못할 여인네를 게임에서만큼은 항상 보고싶다고 하는 비뚤어진 생각.
     
     혹은 살면서 목격하는 생물체의 성비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균형의 수호자같은 마인드로 접근할 수도 있다.
     날 때부터 잘 때까지 남자놈만 보았으니 모니터 너머에선 좀 여자라는 생물체를 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는 것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게임에서 자신의 캐릭터는 앞쪽보다는 뒤쪽을 보는 일이 더 많고,
     대게 이런 목적을 가진 경우는 캐릭터가 입고 있는 일보단 벗고 있는 일이 더 많다.
     
     양쪽이 아니라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실용적인 선택.
     나 자신과 게임 속 캐릭터의 성별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간단한 사실을 착각하는 사람은 꽤 많다.
     게임에 미쳐 사니 모니터 너머의 또다른 나 자신과 물아일체를 택한,
     약간 나사빠진 정신머리의 소유자들이 주로 일으키는 이 착각을 철저하게 이용해먹겠다는 소수의 사람들.
     넷카마라는 전문용어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게임 한 번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애석하게도 A는 전자와는 담을 쌓은 사람이다.
     남자의 외형과 남자의 정신은 모니터 너머 또다른 세계에서 가능한 작은 일탈을 철두철미하게 거절했다.
     그는 철저하게 남자다운, 누가 봐도 남자가 만든 남자로 보이는, 심지어 아이디마저 남자만이 떠올릴 수 있는 발상으로 만들어버렸다.
     
     
    "...미친놈아 남자다움은 그냥 너 혼자 즐겁게 과시하세요. 정력왕A라고 캐릭명 짓는 센스는 대체 뭐냐?"
    "꺼져 이 기만자놈아. 남자라면 남캐를 골라야지 여캐가 뭐냐?"
    "웃기시네. 난 너처럼 남자 궁뎅이 씰룩대는 거 보는 걸 단 한시도 참을 수 없거든요?"
    "너 거울에다 네 궁뎅이 비춰서 보냐? 네 캐릭터를 보니까 흥분돼?"
    "넌 그럴지 몰라도 난 아니거든? 그리고 게임 캐릭터랑 너랑 동일시 취급하지마라. 현실감을 좀 가져 근육뇌새캬."
    "웃기시네 넷카마."
    "뒤질래?"
    "어유 손대면 똑 하고 부러질 것 같으신 분이 뭘 뒤지신다고 하시나? 어?"
    "죽창 앞에선 만인이 평등한 거 모르냐? 근육도 한방! 멸치도 한방!"
    "확 우려내버릴까보다."
    "뭐래 이 양지머리가."
     
     그렇게 우리는 심야의 피씨방에 당당히 앉아있을 수 있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대화를 나누며 게임을 시작했다.
     
     
     
     보통 온라인게임을 한다면, 난 주로 마법사나 힐러를 고른다.
     뾰로롱 마법같은 일이 생기면 좋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순전히 의상 때문이다.
     세상 천지의 어떤 온라인게임이라도 벗어날 수 없는 법칙이 있는데, '근접은 철판, 원딜은 가죽, 마법사는 천'이라는 삼대 원칙이다.
     가슴이랑 가랑이만 가리더라도 죽어도 철판이다.
     개성이 과도해져서 매드맥스 꼬라지가 되더라도 가죽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대 맞아 죽을 것 같은 몸뚱아리 가졌으면 갑옷이라도 든든하게 입고 다녀야 할 텐데 천을 고집한다.
     그 빌어먹을 고정된 규칙 때문에, 천옷을 입히려면 어쩔 수 없이 선택폭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혹시라도 온라인 게임 업계 관련자가 이 글을 본다면, 천옷을 다양한 직종에게 입혀줬으면 한다.
     나도 칼질이나 활질이 하고싶지만 옷이 안되잖아.
     
    "지랄하지 말고 그 고집을 버려."
    "꺼져. 맨날 근딜만 하는 주제에."
     
     A는 성격에 걸맞게 철판 중장갑을 입는 계열 전문이다. 전사, 탱커, 투사, 워리어, 칼질하는 백정 등등.
     뭐 덕분에 걘 앞에서 쳐맞고 난 뒤에서 힐해주는 구도가 자주 완성되고, 게임을 비교적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탱커와 힐러, 게임에서 귀하게 대접받는 두 사람이 엮여서 돌아다니면 세상이 편해지지.
     
     오늘도 던전에서 A는 쳐맞고 난 회복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와중, A의 시선이 묘해진다.
     
    "왜? 니 템은 안나오니 슬프냐?"
    "그거 말고, 저 딜러."
    "아, 걔?"
     
     A가 언급한 건 잘 꾸민 여캐 아처 캐릭터다. 딱 보기에도 잘 꾸며입고 말투도 여성스럽게 하니 다른 두 딜러녀석들이 헤롱헤롱거린다.
     애석하게도 나와 A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그놈이 속알맹이가 100% 남자놈이라는 걸 간파해냈지만 말이다.
     딜템이 나오고 애교와 아양으로 양보받는 상황이 두 번이 나오고, 일반드랍 아이템도 자기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양보를 권하고.
     그 딜러 두놈은 뇌가 무슨 슬라임이라도 된 것 마냥 헤헤 드릴게요를 반복.
     
    "쯧쯧쯧, 넷카마가 호구 둘 제대로 만나서 포식하는구만."
    "넌 이상하게 저런 거엔 안 꼬이더라?"
     
     A의 한 마디에 내 표정이 삽시간에 비틀어진다.
     
    "헤이, 아저씨. 나는 말이에요, 캐릭터랑 속알맹이에 든 사람이 100% 일치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너무나도 잘 알아요."
    "너도 그러니까?"
    "아니. 특징이 딱 나오거든. 진짜 여자들은 게임에서 내가 여자라는 티를 거의 안 내. 이런 것들 때문에 말이야."
     
     캐릭터가 힐을 퍼붓고 있는 망할 놈의 딜러처럼 말이다.
     여자를 만나고 싶다면 게임을 꺼. 그리고 밖으로 나가. 그러면 여자가 있어.
     게임에서 애인을 구하니 여자를 찾는 놈들은 다 정신머리가 가출한 한심한 작자들일 뿐이다.
     아니, 게임에서야 네가 대단하더라도 그게 너의 매력은 아니지. 자랑할 게 게임경력인놈이 뭐가 잘났다고 그러나 모르겠다.
     
    "사람도 매한가지 아냐?"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여. 아, 시발 애드. 얌마 집중해라."
    "내가 낸 거 아냐. 궁수가 낸거야. 사람도 똑같잖아. 겉모습이랑 속이랑 다른 거."
    "아 씨 힐 말린다. 어떤 의미에서?"
    "스킬쓸거니까 힐 끊어. 겉보기랑 사람 속이랑 다른 경우도 있지."
    "최소한 너랑 나는 아니야. 물약 쿨 10초."
    "뭐 넌 확실히 그렇긴 하겠다. 게임에서도 욕망에 충실하니까. 힐힐힐."
    "야야, 아처 버려. 딜도 구린거 살려봤자 소용 없어. 너도 마찬가지거든요?"
     
     정신없이 몹을 때려잡는 와중에 나누는 대화 치곤 요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할 애드를 잘 처리한 건 힐러가 잘해서겠지.
     
    "와... 씨. 이걸 살려내네. 아처 저거 왜저러냐?"
    "손가락이 안되니 이빨 터는 게 진화된거잖아. 짤라?"
    "짤라. 넷카마라도 게임만 잘하면 되는데, 게임을 못하면 안 되지."
     
     그렇게 넷카마를 잘라버리고 징징거리는 딜러 두 놈도 쫓아낸 뒤, 짜증나는 기분을 견디지 못하고 던전을 나와버렸다.
     
    "민폐다 민폐. 살려줘도 고마운줄을 몰라요."
    "그러게 말이다. 이상한 거 하나 때문에 이게 뭐냐."
    "세상 사람이 너같이 겉이랑 속이 충실하게 동일하면 파티 받아줄때도 다 분간이 될텐데 말이다."
    "너는요?"
    "나? 힐 잘하잖아."
    "아 예 그러십니까."
    "이게 뒤질거 살려주니까 하는 말 보소. 콱 씨."
     
     
     
    그로부터 얼마 후, 피씨방에서 나와 돌아가는 길에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아가씨 한 명에게 나도 모르게 시선이 돌아갔다.
     
    "아...."
    "어이, 아저씨. 턱 나가셔요."
    "딱 저런 사람이 내 앞에 탁 나타나주면 좋겠다. 그리고 사귀자고 하면 더더욱 좋고."
    "던전에서 약 빨았더니 뇌에도 들어갔수?"
    "콱 씨. 근육뇌가 말이 많아."
     
     자신의 근육근육스러움을 키워나가기도 바쁘신 분이야 모르겠지만, 나같은 사람은 여자를 원해요.
     나만의 이상형! 레이디! 아가씨! 그 아가씨가 원피스가 잘 어울리시면 나는 참 좋겠네.
     하지만 원피스가 어울리는 아가씨는 잘 없고, 잘 어울리는 아가씨는 나랑 접점이 없다.
     용기있게 다가가면 대부분 '애인 있어요' 소리나 듣고, 아니면 내가 영 탐탁찮다는 말이나 듣고.
     
    "왜 나는 여자에게 인기가 없을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여자한테 물어봐."
    "그 물어볼 여자가 없거든요. 으어어!"
     
     이성에 대한 욕구, 연애에 대한 욕망이 없는 게 아니다.
     옆에 걸어다니는 콜로서스이자 정력의 소산물만은 못하더라도, 나도 불끈불끈한 남자니까.
     불끈불끈한 욕망이 애틋한 가슴에 싹트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니 꼭 불끈불끈이 아니더라도 연애를 해보고 싶다.
     하지만 곁에 걸어가는 건 원피스가 어울리는 아가씨가 아니라 삼각빤쓰를 입고 포즈를 취하는 쪽이 더 어울릴 놈이라는 게 문제지.
     
    "저기... 저기요."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도 너도 우리 모두 고개를 돌린다.
     거기엔 작달만하고 귀여운 아가씨가 걸어다니는 프로틴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다.
     아, 그렇지. 얜줄 알았어. 여성은 나보단 단백질에 관심을 가지지.
     
    "혹시 애인 있으세요?"
    "죄송합니다."
     
     싱긋 웃으며 A가 단칼에 거절하자, 아가씨는 울 듯한 표정을 짓는다.
     블라우스와 치마가 어울리는 걸 봐선 원피스도 정말 잘 어울릴 아가씨를 울린 썩을놈은 씩 웃는다.
     
    "부러우면 너도 키워라."
    "꺼져 이 고단백 영양식같은 놈아. 왜 여자들은 너같은 거 좋아하는 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러니까 네가 애인이 없는 거야."
    "애인 있는것처럼 말하시네. 너도 없잖아."
    "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들 수 있어."
     
     눈앞에 증거물을 실시간으로 보여줬으니 내가 할 말이 없다. 나쁜놈.
     하지만 이놈은 애인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실제로 사귀진 않는다.
     뭐, 뻔한 거 아닌가? 근육을 수행하는 걸어다니는 인간병기에게 여자는 사치겠지.
     
    "야이 근육수도승아. 너 잘났다. 썩을놈아 절에 들어가서 스킨헤드 되서 풀이나 뜯어."
    "너 잘 모르는데, 육상동물 중에 덩치가 큰 놈들은 전부 초식동물이야."
    "그러니까 들어가서 풀뜯고 살라고. 내 눈앞에서 불싸지르지 말고."
    "껄껄껄."
     
     A는 그 말에 너털웃음을 내지르며 내 등짝을 후려쳤다.
     등뼈가 한 두어개 이탈할 것 같은 기분에 나는 A의 정강이를 걷어차줬다.
     내 발목이 더 아팠다.
     
     
     
    "야."
    "왜."
    "동성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이 때 내가 찰나의 순간에 '이새끼가 지금 혓바닥으로 지금 무슨 단어를 만든 건가'라는 의미의 표정을 지었지만, 당신이라도 별 수 없다.
     이녀석은 마초이즘의 환신이지 2천년을 넘어 동방에 환생한 그리스 학자의 환생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 문학에 관심 생겼냐?"
    "그냥 묻는데 왜 그리스가 나와?"
    "근육 인텔리가 뜬금없이 그리스 이야기를 꺼내는데 너같으면 그쪽으로 생각이 안 나냐?"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고대 지성의 상징인 그리스는... 동성애자 천국이었다고 한다.
     남녀간의 사랑은 그저 후손을 위한 의무적 관계이고, 남자와 남자간의 사랑이야말로 정신적으로 완벽한 그런 사랑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A는 근육근육한 것에 비해 꽤 인텔리한, 그리스 학자 스타일이다.
     완벽한 신체에 완벽한 정신이 깃든다는 그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그런 사람이다 이거다.
     그러니까 건강한 신체가 있고, 배운 거 많은데다.... 이제 동성애만 추가되면 퍼펙트한 그리스맨이 되는 거지.
     
    "아, 동성애에 대한 내 입장은 뭐.... '니들 하고픈대로 하세요' 주의지. 내 일 아닌데 뭐."
    "만일 남자가 너 좋아한다면?"
    "싫은데요."
    "역겹냐?"
     
     이 놈의 패턴을 봐선 이건 날 낚기 위한 함정이다. 평등사상을 추구하는 나의 생각을 비집고 들어와서 날 갈구려는 공격이다.
     하지만 난 동성애를 역겹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을 뿐이다. 왜냐면....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지."
    "어허?"
    "미소녀! 늘씬하고 호리호리한 스타일!"
    "아하."
    "흰색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아가씨! 사실 몸매는 뭐 크게 문제가 아니고 그게 중요한 거거든. 아니 몸매 중요한가."
    "남자도 흰색 원피스를 입으면 오케이다?"
    "야, 한국에서 총기가 불법인 사실을 고맙게 여겨라. 총맞고싶냐?"
     
     이 마초놈은 근육밖에 모르니 원피스의 미학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는구만.
     
    "원피스라는 건 말이다. 하늘하늘한 느낌을 살려내는 의복의 정수야! 응? 몸매가 드러나지 않고 나온 부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의복이 자아내는 곡선!"
    "그런가."
    "그게 매력이라구. 원피스는 안에 빈 공간을 품고 있고, 그 안에 품고 있는 바람과 가벼움이 느껴지는 그게 강점이란 말이다!"
    "난 잘 모르겠는데."
    "근육한테 입혀봐. 울퉁불퉁하면 그게 원피스냐? 매트리스지!!"
     
     남자다움을 갈고 닦는 놈에게 여성스러움의 미학에 대해 설파해서 이해를 하겠냐.
     내가 게임에서 뭐한다고 싸움이랑 안 맞는 하늘하늘한 옷에 죽어라 집착하는데요? 좋아하니까 그러지!
     아바타에 자신의 이상형을 투영하는 것은 게이머로서 당연한 자세다. 저놈이 근육남캐에 집착하는 것처럼 말이다.
     
    "박수쳐주랴?"
    "됐구요, 아무튼 간에 그런 이유로 남자는 나 좋아하면 안 돼."
    "마치 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듯 말한다?"
    "뜬금없이 네가 그런 소리 하니까 그렇지."
     
     나는 장황하게 두 팔을 좍 펼치고 외쳤다.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어! 왜냐면 내가 너무 사랑하는 뭔가가 있으니까!"
    "...너 아무래도 좀 미친 것 같다."
    "원피스라면 미쳐도 괜찮아."
    "미친새끼."
     
     이때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아마 오늘 2연속으로 이상형을 만나서 용감하게 들이댔지만 차여서 그런 게 분명하다.
     음, 그러고 보니 오늘 이놈이랑 만난 이유도 그거지. 꿀꿀해서 마신 술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기다리는 시간 동안 과거를 떠올려봤지만 생각보다 길지는 않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떠올려본 과거를 씹는 순간 점점 내 불안감은 증폭이 되었고, 별 거 아닌 것으로 넘길 것마저 이제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대체 그 상남자가 무슨 연유로 나한테 '마중'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날려보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문자로 말이다.
     목소리를 주고 받으라고 만든 전화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놈은 기계의 제조목적을 까맣게 잊고 살더니,
     오래간만에 연락한 것도 '한국 오니까 마중나와라'라는 내용 뿐이다.
     내 불안감의 시작이 바로 이거다.
     
     왜, 대체, 뭐 때문에 이전까지 문자라는 개념을 망각하고 살았던 놈이 텍스트를 전송한 것이냐는 거다.
     게다가 이 녀석이 밝힌 행선지는 태국이다. 관광을 갔는지 일을 하러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떠나기 이전에 남긴 묘한 단서들과 결합했을 때 정말 내가 바라지 않는 그런 결말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냐, 아니다. 그럴 리 없다. 그녀석은 상남자다. 남자의 전당이 생기면 일단 거기 모셔갈 사람이다.
     내 생각이 그저 망상에다 허황된 추측이길 바란다.
     
    -우우우우웅!
     
     그 때 마침 스마트폰이 진동과 함께 짤막한 문자를 보냈다. 발신인은 A, 그리고 내용은....
     
    '사람이 왔는데 혼자서 뭐 하는 거야?'
     
     그 녀석이 보고 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내 정면에서 딱 열 걸음 떨어진 자리에 입은 순백의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가 서 있을 뿐이다.
     어, 시발, 잠깐만요. 이보세요. 잠시만. 웨잇 어 미닛. 플리즈. 그거 들고 있는 거 스마트폰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해줘라.
     어어어, 아 잠깐만. 손가락 움직이지 마. 작동하지 마. 어어어....
     
    -우우우우우웅!
     
    '놀랐어?'
     
     저쪽이 손가락을 움직였는데 왜 나한테 문자가 오는 것인가?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예, 여보세...."
    -놀랐어?
     
     스마트폰이 손아귀에서 떨어졌다. 상대방의 입모양과 내 스마트폰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의 싱크로는 100%저 전화기는 A의 것이고,
     전화를 건 사람은 A다.
     그런데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흰색 원피스가 자아아알 어울리는 아가씨다.
     ....와우.
     
     
     오 시발, 아니라고 해줘.
     하나님이건 부처님이건 알라신이건 간에 누가 나한테 '너 잘못 생각한거임'이라고 귓속말이라도 좀 해줘라. 응?
     내가 그냥 오늘 안 좋은 꿈, 아이갓어배---에드 드림을 꾸는 거라고 좀 해줘.
     아니, 자고 있다면 옆에서 빨리 깨워. 지금 나 식은땀 흘리고 으으으 하고 신음소리도 내고 있다구.
     악몽을 꾸고 있다면 깨워주는게 사람 된 도리이며 인지상정이고....
     
     오 시발 다가오지마.
     난 아직 이 상황에 대한 망상만 했을 뿐이지 리얼버라이어티로 전개되는 건 대응준비도 안했다구.
     어어, 아, 아아, 아아아! 안돼!
     앞으로 다섯 걸음, 네 걸음, 세 걸음, 두 걸음, 한 걸음. 오 안돼, 난 이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
     아아아아아아! 오 시발 귀환버튼이 필요해!
     
    "놀랬수?"
     
     말은 뒤쪽에서 들려왔고 곧바로 고개가 홱 돌아간다.
     내 등 뒤에서 말을 걸어온 상대는 바로 A의 동생, B다.
     오, 나이스. 아는 사람이다. 적어도 내 세계 안에서 변화가 없는 아는 사람. 말걸야지, 아니 말을 걸어야 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겠냐. 니 형이니까 니가 더 잘 알 거 아냐."
    "누가 형인데?"
    "내 눈앞에 있으신.... 어, 시발. 내 입으로 말할 순 없으니 아무튼 뭐 대충 알아들었다고 치자."
     
     정적이 사방을 채운다. 그리고...
     
    "푸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웃어? 지금 웃기니? 현실에서 멀어져 가는 이 상황이 우스워? 나도 웃고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슬프다.
     
    "그러니까 나는 A 그놈이 날 위해서 준비한 몰래카메라에...낚였다?"
    "응. 형 잘 낚이시네요."
    "...죽어! 죽어버리란 말이다! 네놈이랑 네놈쉬끼 형이랑 어디 히말라야에 등산이라도 해서 저산소증으로 죽어!"
    "아니, 형 같으면 이런 극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보슈? 아예 딴 사람인데?"
     
     저렇게 말해버리니 내가 미친놈이 되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성형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인간전차를 이런 미소녀로 바꾸는 재주는 없지.
     아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태국에 연금술사가 있거나 무슨 안드로이드 업체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가능하겠니?
     잠시만요, 잠시만요. 그럼 난 지금 생면부지 초면이신 분께 지금 정신병자가 아닌가 의심되는 짓을 했다 그거네?
     그것도 딱 내 이상형같이 생긴 분이 내 이상적인 의상을 입으셨는데 말이야.
     
    "...아아아아아!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근데 님도 속였으니 어느 정도 제가 미친 짓을 한 책임은 있어요. 그쵸?"
    "예...하하하."
    "예, 뭐 님이 한 것보다 제가 한 리액션이 더 심하니 끝냅시다. 이러니 내가 더 미친놈 되는 것 같네."
    "생각보다 더 재미있으신 분이시네요?"
    "저 아세요?"
    "들어서 알죠."
    "어이, 동생. 소개를 해라."
    "친척. 태국에서 일하다 이제 한국에 돌아왔쥬."
    "그놈은?"
    "형은 미국갔는데요."
    "...미국같은소리하네. 황천으로 꺼져버려 썩을놈아."
     
     사람 한 명 낚으려고 행선지까지 거짓말을 한 초장기 프로젝트를 감행하다니, 최후까지 그놈답다. 남자의 스케일.
     썩을놈.
     내 갈 데 없는 울분을 토해낼까 싶지만 앞에 계신 분 때문에 참는다.
     
    "아하하하...."
    "저기, 제가 눈물나게 웃기는 짓 했는 거 인정하겠는데 그만 해주실래요?"
     
     구차한 변명같은 말밖에 못하는 내 상황이 슬프다. 어쩌겠는가, 그녀와의 첫 만남이 이러한것을.
     
    "형한테 소개해주려 하는데 첫인상 꽝이라서 안되겠다."
    "...그래, 내 인생이 꽝이지. 망할 네놈 형제들 만난 것부터 꽝꽝꽝이다!"
    '슬슬 이동할까요?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예, 아, 뭐, 그러죠. 더 이상 미친 놈처럼 보이기도 그러니까요."
     
     그래, 뭐 잊어준다. 스페셜한 소개라고 생각하고 잊어주겠어.
     썩을놈. 언젠가 미국으로 날아가서 때려줄거야. 세게. 근육을 뚫고 뼈까지 아프도록 때려주겠어.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예상은 하고 있던 일이니까.
    그래서 이런 준비를 했다.
     
    내 세계가 바뀌었다는 걸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그를 위한 작은 거짓말.
    아니, 어쩌면 커다란 거짓말.
    나는 그를 잘 안다. 그도 나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나였다면 절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테지.
     
    하지만 그거 알아?
    난 너를 위해서 모든 걸 바꿀 수 있고, 버릴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난 나마저 버릴 수 있어.
    비록 그게 너에게 영원한 미움을 사는 일이 되더라도.
     
    알아. 넌 이해할 수 없을 거야.
    내가 바뀌었다는 것에서부터, 나와 너 사이에 이어진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정립한다는 것 자체를 견딜 수 없을거야.
     
    그래서 우스워.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을 내가 했다는 게.
    그래서 슬퍼.
    이런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라는 미래는 영영 오지 않으리라는 거.
     
    그래서 속이는 거야.
    나를 버리고, 나를 잊어주길 바라기 위해.
    새로운 사람이 되어서, 그 사람으로서 너에게 다가서기 위해.
     
    너에게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이제 그 사람은 없어.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난 이제 너를 속일 거야. 가급적이면 긴 시간 동안.
    비록 길진 않겠지만, 그리고 영영 너에게 미움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내 사랑이야.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나랑 공항에서 마주쳤을 때의 웃다 흘린 눈물 한 방울이...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
     
     심각한 표정으로 C에게 내 이론을 들려주자, C, 아니 A는 크게 웃었다.
     
    "꺄하하하하! 오빠 웃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여태까지 상황이 좀 이상하게 흘러갔잖아. 타이밍도 너무 딱 맞고, 거기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상상할 수 있어?"
    "정황상 그게 맞아 떨어지잖아. 전화를 여태까지 받은 적이 있나, 혼자만 알고 있을 걸 네가 알고 있질 않나...."
    "A오빠가 말을 해줬다는 생각은? 못 해봤어?"
    "걔가? 걔 성격에 남의 비밀을 그렇게 이야기를 해 줄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상해. 대체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죽을 때까지 둘만 알기로 한 비밀같은 거라던가 각종 비화를 C가 어떻게 알 것인가?
     게다가 C는 A와 겪었던 일화를 마치 자기 일인 듯마냥 언급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거기에 묘하게 습관이 닮아있다. 한 몸에서 난 사람마냥.
     
    "무엇보다도 수상한 건 그거야. 왜 걔가 여태까지 연락도 안 하고 살았냐 그거지. 미국에 가면 연락이 끊겨?"
    "그야 바쁘니까 그럴 수도 있지...."
    "바쁘다고 20년 넘게 알고 지낸 놈이 갑자기 연락을 확 끊어? 거기다 너 내가 설명해준 건 어떻게 할 건데?"
     
     내가 재촉을 하자 C는 어렵사리 입을 연다.
     
    "A오빠가 비밀로 해달라고 한 건데... 사실 날 소개를 해주려고 했었대."
    "그거랑 상관이 있냐?"
    "오빠가 아예 숙맥인데다 헛소리도 많이 하고 여자가 꽁무니빼고 도망갈 스타일이니까, 친근하게 다가서게 해주려고 많이 알려줬거든."
    "그래, 뭐 거기까진 그렇다 치자. A가 대체 연락을 왜 안하는데?"
    "...충격받을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네가 A라고 추측하는 것보다 더 충격적이겠니."
    "나 경고했다?"
     
     C는 그렇게 말한 뒤,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송받은 메일을 열어보였다.
     거기엔, 놀랍게도, A와, A와 맞먹는 덩치를 가진 시커먼 거한이 어깨를 얼싸안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게 뭐냐."
    "A오빠랑.... 오빠 애인."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해줘라."
    "음... 한국에선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좀 그렇잖아? 거기다 A오빠의 이상형이 되는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미국으로 간 거야."
    "왜."
    "진정한 사랑을 찾으러. 그래서 찾았대. 이 사람이야."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구나.
     그래서 애인을 안 만들었던 거구나.
     그냥 취향에 안 맞아서 취향 맞는 사람 찾아 떠난 거였냐!!
     
     깨달음은 순식간에 찾아왔고, 여태까지 C에게 떠벌린 내 추측은 부끄러움이 되어 돌아왔다.
     C는 내가 그렇게 바라던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채 생글생글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음, 뭐 믿기 싫으면 믿지 마. 차 줄게."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봐주십쇼 제가 죽을 죄를 졌습니다."
    "안녕 오빠. 그동안 만나서 즐거웠어."
    "님아아아아!!"
    "농담이야."
     
     C는 치맛자락이라도 붙잡으려던 나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말했다.
     
    "A오빠 이야기가 좀 충격적일거라고 생각해서 말을 안해줬던 거야. 솔직히 받아들이긴 힘들잖아?"
    "내 상상력만 하겠니."
    "하긴, A오빠도 크게 걱정은 안 하긴 하더라. 상상을 초월하는 상상을 하는 사람이니 오히려 더 심한 생각이나 안할까 모르겠다고 했거든."
    "...아니 그러면 말을 해주고 가라고."
    "그럼 오빠를 좋아한 게 아닌가 하고 착각할지도 모른다던데? 그러니까 애인을 사귀고 사진 보내줄 즈음에 알려줄 거라고 했었어."
    "아하. 그런데 이미 난 상상을 해버렸거든요?"
    "응... 그러네? 헤헤, 안됐네. 그런데 A오빠랑 나랑 착각한 건 좀 그렇다."
    "잘못했습니다."
     
     
    C에게 싹싹 빌고 빌어서 차이는 것만은 면한 그 날 밤, 나는 집으로 돌아가며 A를 떠올린다.
    남자중의 남자, 강건한 육체에 깃든 강건한 정신.
    언젠가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사상에 이상적인 존재가 있다면 바로 A라고.
    그리고 그리스에서 이상적인 연인관은 건강한 남자와 건강한 남자의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그렇게 A는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인 남자 중의 남자가 되어버렸다.
     
     
     
     
    -----------
     
     
    진실은 결코 가라앉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진실은 언제나 가라앉습니다.
    진실은 무겁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감당하기 벅찬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무거운 진실을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papercraft의 꼬릿말입니다
    명심하세요, 게임은 항상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 법입니다.
    헌데 맨날 진다면 남들 때문이 아닐지도 모름.
    1423443956DPEVWvoC7Vx54axfCJ8z6lrd8KjBU.

    너요 너, 네 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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