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오해만 잡으려 합니다.
몇몇 댓글을 읽다가, 몇몇 분들이 핀트가 좀 나간 것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지금 '인식절차'라고 말한 것은 이런 겁니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보는 것을 분석해보면
1. 모니터를 보고 있고
2. 모니터에서 튕겨나오는 빛이 당신 눈에 들어오고
3. 머리속에 영상으로 재생되고,
4. 당신의 생각이 가해지고
5. 당신이 이에 대해서 '뭐를 보았다'고 인식하고
6. 그에 대해서 기존에 저장되어있던 무엇이 올라오고
7. 그것이 뒤섞이고, 좋고 싫고 나쁘고 바람직하고 맞고 틀리고, 어디에 속하고, 등등 따위의 것이 일어나고
8. 1~7했던 것이 토대가 되어 발화로서 나타난다.
이겁니다.
그러니 이에 한해서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때 '입력'되는 것은, 외부의 것만이 아니고, 내부의 것도 있고, 정신작용도 있는 겁니다.
입력은 포괄하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등록, 주입, 세뇌, 입셉션'등등의 뭐든 상관없으니 이에 한해서 새기는 작용을 말한 겁니다.
그러니 히읗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저는 글쓴이의 질문을 그대로 글쓴이에게 돌려드린 것입니다. "언제/어디서/어떻게/어떤 계기로, 그것과 관련된 것들을 입력시켰기에, 그 얘기를 하게 되었느냐"라는 질문을 "필연" 혹은 "시간/공간"이라는 개념에 적용시켜서 한 번 스스로 대답해보시라는 것입니다.
좀 더 단적으로 글쓴이 스스로의 암묵적 전제를 노출시킨 부분이 바로 "어떻게든지 내가 정신작용을 거쳐서 습득한 건데"라고 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흄과 칸트를 이야기한 것은 "필연"이나 "시간/공간"이라는 개념은 "사과"라는 개념과는 달리 "습득된" 관념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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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 글을 전혀 이상한 쪽으로 받아들인(입력했던) 결과로서 나온 겁니다.
이 분은 지금, '인식절차'라는 것을 보아하면 그런 시간이라는 것은 어떻게 습득되는 것인지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쪽으로 가고 있는데,
제 글과는 전혀 다른 쪽의 포인트를 잡고 있는 겁니다.
제가 지금 말하는 인식절차로 보면
'당신이' 어떻게 하여, 그 '시간'이란 것과 관련된 인식절차를 갖고 있었는지 말하는 것이지,
히읗님이 말하듯이 '개념'을 검토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닌 겁니다.
칸트처럼 말하든
어린 아이가 "시계가 시간 아니에요"라고 말하든
관계없는 겁니다.
내가 말하는 건, 어떻게 입력되었는가를 묻는 것이지, 그 입력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맞다고 보는가? 가 아닌 겁니다.
그러니
히읗님이 그렇게 말했다면
히읗님은 이런 인식절차가 있음을 말하는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칸트, 흄'이라는 이름이 달려있는 텍스트(종이+잉크)를 접했고
그에 의해서 떠올른 영상에, 생각을 가하고, 그렇게 얻어진 관념의 결과물을 마음속에 입력해두었다.
그 중에서 '시간'이라는 것은 '습득된 관념이 아니다'라는 것에 대해서 입력해두었는데, (등록해두었는데)
다른 사람이 어떤 인식절차를 얘기하는 걸 보면서, 이 때 입력해놓았던 것이 자극받았고,
그런 인식절차로는 '시간'을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반론의 댓글을 쓴 것이다.
이 때 히읗님이 그 칸트, 흄, 이라는 이름이 달려있는 텍스트(종이+잉크)를
히읗님의 '눈'으로 접하고, 히읗님의 '머리'속에 영상으로 떠올리고, 하지 않았다면
저런 식으로 '칸트'라는 말을 쓸 수가 없는 겁니다.
칸트의 개념이 어떻다를 말하기 전에
칸트의 개념을 말할 수 있는, 그 전의 칸트(텍스트)와의 만남, 접촉, 이런 것들이 선행되었기 때문에
당신은 이에 한해서, 이에 의해서, 그렇게 칸트를 꺼내면서 '시간'에 대해서 말하게 되는 겁니다.
시간이 뭐든 간에
당신은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묻는 건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