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가 하나 있습니다. 공CD죠.
그리고 택배가 옵니다. 박스를 열어보니 빅뱅CD가 나옵니다.
공CD와 빅뱅CD는 다르겠죠
정보체계가 있냐 없냐. 이게 다른 겁니다.
빅뱅CD는 물질만 있는 건 아니겠죠.
내가 이 빅뱅CD를 가지고 있다는 건, CD를 보겠다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에 넣어서 노래를 들을려고 하는 거니까요.
공씨디를 플레이어에 넣으면 뭐 나오는가? 안 나옵니다. 정보체계가 없기 때문이죠.
물론 물질과 정보의 차이가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좀 그렇긴 합니다.
사실 저는 물질과 정보의 차이를 잘 모르는데,
여기서는 그냥 물질은 씨디자체로, 정보는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지금 당장은 이렇게 정의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물으면 여러가지 고민거리가 나오게 됩니다.
사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잘 안 될 겁니다.
그렇다고 저는 하느냐? 저는 가끔씩 합니다. 저는 감각에 자주 눈을 뺏기기 때문에 말입니다.
한 사람이 언제 자기 자신의 정보체계를 들여다보게 될까요?
의외로 단순합니다. 면접을 보게 될 때, 그렇게 되겠죠.
'나'에 입력되어있는 정보체계를 그제서야 정면으로 보게 됩니다.
물론 모든 인간은 어느정도 객관성을 잃어버린 상태로, '나'를 부각시킨 상태로 보겠죠.
그러다 보니까, 자기 정보체계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나는 살면서 매번 무엇인가를 겪는다는 데에서,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는데에서
내 마음속에는 분명히 뭔가가 입력이 되긴 합니다.
제가 '입력'이라고 한 표현은 좀 공학적 뉘앙스를 내고자 함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등록'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등록. 재밌는 말이죠. '업을 짓는다'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저는 불교를 잘은 모르니, '입력'이란 표현이 더 와닿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이라면 '인셉션'이라고 했겠죠.
또 어떤 사람들은 '세뇌'라고 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들이라면 '주입'이라고도 했을 겁니다.
내용은 같습니다. 뭔가가 팍 하고 박히는 겁니다. 또는 새겨지는 것입니다.
나는 살면서 이것에 대해서 많이 놓치고 산다고 생각해봅니다.
얼마전에 길을 걷다가 짐을 옮기는 사람을 봤습니다.
제 성향이니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십시오.
저는 저 사람이 얼마나 벌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저렇게 짐을 옮기는 사람,
즉 물질에 짐을 옮긴다라고 하는 정보체계가 등록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어떤 사람이며, 얼마정도의 보수를 주게 되는 사람일까?
(물론 그의 인격과 인성과 인간적 가치와는 무관합니다. 저는 지금 정보와 숫자로만 보는 겁니다.)
이를 잠깐 고민하다가
저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갑자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나는 어릴 때부터 후광효과에 대해서 의심해왔습니다.
중고딩때 제가 어렸을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좀 잘 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와 제가 어울리니, 그 친구의 친구로, 제 자신의 포지셔닝 된다는 걸 알았었죠.
그렇게 제 자신에 특정한 정보체계가 입력된다는 걸 보았다는 겁니다
결정적 계기는 어떤 여자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입니다.
제가 만나본 적도 없는 앤데, 저를 알더라구요.
그런데 놀랍게도 저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제가 어떤 서클에 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높게'보기 시작하는 겁니다.
전 한 게 없습니다
그냥 친구 친구고, 친구의 친구로서 어울려왔을 뿐,
이들이 언급해대는 스토리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것이죠
학교도 그렇고 직업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명문대를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들어간 것 밖에 한 게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나라는 물질에는 정보체계가 등록되기 시작합니다.
즉 어떠어떠한 학생, 어떠어떠한 특징이 있을거라고 예상되는 학생,
직업도 마찬가지죠
어떤 직업을 가졌을 때, 사람들이 으레 기대하는 바,
이런것들이 나라는 물질에 등록되었다는 걸 느낍니다.
왜 나는 저 짐을 옮기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었느냐?
나는 이것이 상당히 허구적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 사람이 저 짐을 옮긴다는 것은, 그냥 옮기는 것이죠.
그러나 나는 저 사람에게서 어떤 정보체계를 보게 됩니다.
그는 알고 있을까요?
자기가 왜 보수가 그만한지?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 변화의 계기가 그 정보체계의 변환에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나는 살면서 이런 생각을 실현하는 사람을 많이 본 적은 없습니다.
왜?
그들은 대개 '나'라는 집착에 갇혀버리기 때문입니다.
언급하긴 조금 미안한데,
****라는 분이 예전에 상담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분의 문제가 자아집착과 참조점의 문제라고 봤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가 어떤 참조점을 주로 들여다보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아집착에 의해서 참조점과의 괴리를 느끼는지,
그래서 자아를 깨는 방법에 대해서 몇 가지 썼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이후로
****님이 몇 가지 글을 올리고 지우고 하는 걸 봤습니다.
본인이 변하고 싶다가도 어느순간 '나'에 집착하는 순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걸 본 것이죠.
제가 굳이 언급했던 이유는 저 짐을 옮기는 사람도
이 자아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란 얘깁니다.
이 자아집착에서 벗어나서, 자기 정보체계를 자기 의도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사람이 변하고 못 변하고는 정보체계의 등록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이것입니다.
이거 쉽지 않습니다.
의외로 저는 쉬울줄 알았는데,
대개 사람들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만약 당신이 이 글을 보고, '당연한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소수라고 봐도 됩니다.
저는 이렇게 글을 끝맺으려 합니다.
(나)라는 물질에 정보체계를 등록하는 건, 내 몫입니다.
그러니 변화의 계기도 이 정보체계를 바꾸는 겁니다. 물론 쉽지많은 않습니다.
이건 외모도 바꾸는 것이고, 태도도 바꾸는 것이고, 생활패턴도 바꾸는 것이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도 바꾸는 것이고,
다니는 학교도 바꾸는 것이고, 다니는 직장도 바꾸는 것이고, 사는 곳도 바꾸는 겁니다.
빗대어 말하면 '파일정보'에 있는 항목들의 구체적인 부분들을 바꿔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다르게 취급이 되겠죠? 스타크래프트2 폴더가 있는데 압축을 해버리면 바뀌는 겁니다.
'야동' 폴더를 '소비자 실태조사' 라는 폴더로 바꾸면 일단 외양은 바뀌는 겁니다. 접하는 바도 달라집니다.
문제는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 역시, '나'라는 물질에 대해서 저마다의 정보체계를 등록할 것이고 (후광효과, 학교, 직업처럼)
그들이 스스로 나에게 등록시켜놓은 정보체계에 맞게 나를 대할 겁니다.
그러다 보면 종종 타인을 보면서 타인에 의해서 나를 알게 된다는 헛소리를 짓껄이게 됩니다
저는 이 말을 한 사람만큼 무식한 사람도 없다고 보는데, 타인이 나에 대해서 알려주는 바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타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것 이상 이하도 없습니다. 타인의 규정이 나의 정체성이 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타인이 눈이 삐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는 음흉한 속셈을 갖고 있을 수도 있구요.
그러나 이렇게 보지 못하고
타인이 내게 정보체계를 등록하여, 바로 그렇게 등록한 것을 토대로, 나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할 때,
그리고 그 자신이 말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반발하면, 그도 반발하기 시작할 때
이 문제는 산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외톨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겁니다.
다시 처음에 언급했던 얘기를 해보죠
제가 빅뱅CD를 보면, 제 나름대로 빅뱅에 대한 인상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어떤 팬들처럼 "빅뱅 음악 변했어 ..... 돌아와." 이런 얘기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빅뱅이 저 얘길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겠죠.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나)라는 물질에, 스스로 의식적으로 정보체계를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빅뱅이 공CD에 저들만의 고민과 색을 정보체계로 집어넣듯이, 자기 자신을 등록시킬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타인이 갑자기 찾아와서, '너 안 같애 ...'라고 하면,
이거 얼마나 웃기는 짬뽕이겠습니까.
걔가 나를 봤다면 얼마나 봤다고 저 지랄인가요?
게다가 정보체계를 등록하는 문제일 뿐인데, 그도 나에 대해서 '등록'했을 뿐이잖습니까.
저는 바꾸었으니, 이제 바꿔야되는 건 그일 뿐인 겁니다.
왜?
제가 그가 요구하는대로 '정보체계'를 등록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이 글이 좀 길고 요상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빗대어 생각하십시오. 원래 생각은 구체적으로 하는 겁니다.
공CD와 빅뱅CD
그리고 '나(공CD상태) '나(정보체계가 등록된 상태) '나(정보체계를 바꿔서 등록한 상태) 타인(나에 대해서 정보체계를 등록해놓은 상태) or 내가 타인에 대해서 정보체계를 내 안에 등록시켜놓은 것
이렇게 생각해보십시오
가끔 절망이 느껴지기도 할 겁니다.
이거 잔인한 겁니다.
당신을 파일화 시키는 거거든요.
즉 당신을 클릭하면 당신에게 등록된 정보체계가 열리는 겁니다.
그 때 그걸 가지고 당신을 평가하는 것이죠.
내가 지드래곤을 클릭하면, 지드래곤은 등록된 정보체계인, 크레용이나 원 오브 카인드나, 삐딱하게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드래곤은 그런 존재인 것이죠. 또 지드래곤과 엮여있는 정보체계들에는 숫자가 많죠. 빠순이들의 숫자라던가, 음반 스코어라던가, 등등,
그러면 나는 어떠한지를 살피는 겁니다
나를 클릭하면 뭐가 나오는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나오는 것이죠.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아로 바로 들어가는 건 아픈 겁니다. 이런 건 쉽게 못 합니다.
씨디를 빗대어서 자기 고찰을 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