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팀 여직원이 결혼하고 두 달 뒤 퇴사를 발표했다. <div><br></div> <div>흔한 직장 상사가 없는 술자리에서</div> <div>"내가 여기 그만둔다 진짜"</div> <div>라고 외쳤던 그녀는 정말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샀고</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우리팀과 인사팀은 그녀의 빈자리를 채워줄 신입사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span></div> <div><br></div> <div>파견직을 뽑는 절차대로 인사팀은 파견업체를 통해서 20통의 이력서를 받았고</div> <div>이는 곧 뽑힐 누군가가 일하게 될 차선임자의 내 손에 쥐어졌다. 황송하게도.</div> <div><br></div> <div>나는 이 중에서 열 명을 골라야 한다.</div> <div><br></div> <div>꽃다운 이십 대 초중반의 그녀들 중 나는 열 명을 면접도 보지 못하게끔 골라내야 한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팀장님 손을 거친 스무 장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책상 가운데에 있다.</span></div> <div><br></div> <div>아직 사회생활을 겪어보지 못한, 패기가 넘쳐서 뭐든지 시키면 잘할 것 같은 지원자도 있었고</div> <div>이미 여러 회사를 걸쳐서 녹록지 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지원자도 있었다.</div> <div><br></div> <div>스무 명의 이력서를 꼼꼼히 살펴본다.</div> <div>학교에서 무슨 공부를 했는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지원을 하게 됐는지.</div> <div>무슨 자격증이 있고 무슨 회사를 다녔고 무슨 업무를 했는지.</div> <div><br></div> <div>예전에 내가 있던 장소들이 떠오른다.</div> <div>회사가 망해서 팀장님이 미안하지만 월급을 주기 힘들겠다고 말하던 복도,</div> <div>퇴사를 했지만 부모님께 말씀을 못 드려서 출근한다고 나가고 울면서 이력서를 쓰던 카페,</div> <div>면접을 망치고 집에 가면서 소리도 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 종점까지 타고 가던 버스.</div> <div>계약직으로 회사를 다니며 한 달에 백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 살던 고시원.</div> <div><br></div> <div>지금에야 난 그때를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지만 그때의 난 비참하고 비참했다.</div> <div>내가 떨어뜨린 그 사람들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 싫다 부담스럽다 미안하다.</div> <div><br></div> <div>오후 네시까지 열 명의 지원자를 골라야 하는데</div> <div>아침 열시부터 하염없이 지원자들이 소신 있게, 떨리는 마음으로, 절망적인 생각으로, 기대에 부풀어서 쓴 이력서를 보고 또 본다.</div> <div>몇 번의 인사팀의 재촉과 팀장님의 빨리 넘기라는 지시로 오후 다섯시 반이 넘어서야 열두 명을 추려서 인사팀에 제출한다.</div> <div>집이 너무 멀어서 팀장님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지원자 둘을 더 넣었다.</div> <div>경력직만 뽑으라지만 학교 때 공부도 열심히 했고 긍정적이고 뭐든 배워서 열심히 하겠다는 패기 넘치던 지원자도 넣었다.</div> <div>어릴수록 좋다고 무조건 어린애를 뽑으라지만 능력도 있고 경험도 있는 지원자도 넣었다.</div> <div><br></div> <div>그 모든 지원자들에게 건투를 빈다.</div> <div>그리고 내 손으로 떨어뜨린 몇몇 지원자들.</div> <div>생면부지의 사람들이지만 어딘가 꼭 필요한 인재로</div> <div>다른, 우리 회사보다 더 좋은 회사에서 일하길 진심으로 빈다.</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