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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청바지의 사인은 자연사였다.
낡은 청바지의 사인은 자연사였다.
단정했던 바지 끝은 다 헤졌고
만지면 묻어날 듯했던 염색도 다 새었다.
삼 년이면 짧지 않은 생이었다고
잔병 없이 편히 갔으니 호상이라고
지난 겨울 못에 찔려 사고사한 스웨터와
늘어난 허리 사이즈에 유기된 팬티와
날카로운 발톱에 터져버린 양말보다는
그래도 괜찮은 생이었다고
장례도 없이 보내는 것이 미안하지만
오랜 시간 네 덕에 따뜻했다고
고마웠다고
미련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 죽음 역시 또 다른 생의 시작이라고
잘 가라고
그렇게 낡은 청바지의 벨트를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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