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TRONG>드래곤라자 발췌</STRONG></P> <P> </P> <P>------------------------------------------------------------------------------------------- <BR>"잠이 오지 않는다. 너무 이르군."<BR>"자둬요"<BR>"걱정마라. 난 불침번도 세우지 않을 것 아니냐. 포로가 편한 점도 있지."<BR>하긴 그렇다. 운차이를 불침번으로 세울 수야 없으니 나, 샌슨, 카알이 서로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설 것이다.<BR>이루릴은 다쳤고, 게다가 아침에 일어나 메모라이즈하려면 푹 자둬야 된다. <BR>네리아? 할 수 없지. <BR>믿지 못 한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냥 안세우는 것이 낫겠다.<BR><BR>"후치"<BR><BR>운차이가 말을 걸었다. 난 장작개비를 다시 던져넣으며 바라보았다.<BR><BR>"날 놔줘"<BR>".....그건 곤란해요."<BR>"사례하마. 기필코 하겠다. 날 놔줘"<BR>"안돼요"<BR>"기어코 바이서스 임펠에 데려가서 교수대에 걸겠다는 거냐?"<BR>기분 나쁘지만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난 시무룩하게 댓구했다.<BR><BR>"당신은 간첩이 되었을 때 이미 각오가 되어 있었을 거 아니에요?"<BR>"끝까지 살아남겠다는 각오도 있었지"<BR>".....살아남겠다고요? 당신은 전쟁포로로 취급되긴 어렵겠죠. 간첩활동을 했으니까. 그리고 당신들이 칼라일 영지에 일으킨 해악을 생각해봐요. </P> <P>그러고도 살아남겠다고요?"<BR>"그건 그 여자의 짓이다. 우린 그 여자의 호위였을 뿐이지. 우리는 그저 그 땅에 아지트를 만들어두고 그 여자를 기다렸을 뿐이다."<BR>"재판에서는 막지 않았다면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할껄요. 그걸 방조죄라고 하던가?"</P> <P><BR>운차이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P> <P><BR><U>"그건 옳은 말이지만, 옳은 말이 아니기도 하다. 자신의 손에 닿지 않는것도 많다.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책일질 수는 없다."</U></P><U> <P><BR></U>나는 비스듬한 시선으로 운차이를 바라보았다. 운차이는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 보았고, 난 모닥불을 뒤적거렸다. </P> <P><BR>"내 듣기에, 넌 전장과 멀리 떨어진 웨스트 그레이드의 주민으로 바이서스와 자이펀의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이 살았구나. </P> <P>하지만 만일 자이펀이 바이서스를 침공해서 너희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너에게 왜 우리 나라에 전쟁을 걸었느냐라고 물으며 널 죽이려 든다면, </P> <P>넌 뭐라고 하겠나?"<BR>"내가 전쟁을 걸진 않았잖아요?"<BR>"바로 그것이다. 너의 국왕이 전쟁을 걸었을 뿐이야. 그런데도 너에게 전쟁의 댓가를 치르게 하려든다면, 넌 뭐라고 하겠냐?"<BR>"장기판의 말 신세인 아랫사람만 죽어난다는 식의 이야기로군요."<BR>"억울하지 않느냐?"<BR><U>"전혀"<BR></U>"......이유를 말해봐라."</P> <P><BR>모닥불을 다시 헤집었다. 잠시 불티가 밤하늘을 향해 비산해갔다. 나는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P> <P><BR><SPAN style="COLOR: #ff5e00"><STRONG><SPAN style="COLOR: #000000">"내가 윗사람이 아니라서 억울하다는 그런 식의 논리대로 따진다면, 난 내가 독수리처럼 날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어요. </SPAN></STRONG></SPAN></P> <P><SPAN style="COLOR: #ff5e00"><STRONG><SPAN style="COLOR: #000000">내가 물고기처럼 물 속에서 숨쉴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지요."</SPAN></STRONG></SPAN></P><SPAN style="COLOR: #ff5e00"><STRONG></STRONG></SPAN> <P><BR>운차이는 어처구니 없는 얼굴이 되었다.</P> <P><BR>"넌 독수리나 물고기가 아니라 인간이다. 그리고 너의 국왕, 귀족, 장군들도 너와 같은 인간이다. </P> <P>같은 인간이면서 왜 아래에 있는 사람들만 이 댓가를 뒤접어써야 되느냐. </P> <P>나도 인간이고, 날 바이서스로 파견한 내 상관도 같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난 명령 때문에 여기로 왔고 결국 죽게 되었지만, </P> <P>내 상관은 또 다른 간첩을 육성시키며 지금도 배불리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나보다 그 놈이 더 나쁜 놈 아니냐?"<BR>"같은 인간? 하, 웃기는군요"</P> <P><BR>내 대답에 운차이는 놀란 모양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P> <P><BR>"뭐?"<BR><STRONG>"바보나 그런 말을 해요. 같은 인간이면서 어쩌니 저쩌니. 헤, 같은 인간이 세상에 어디있어. </STRONG></P> <P><STRONG>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자신과 비슷한 범주에 넣고 이해하는 것은 다시 없는 바보죠."</STRONG></P><STRONG> <P><BR></STRONG>운차이는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BR>이건 카알의 말씀이지. 난 내 눈 가득히 검은 밤하늘을 담으며 이야기했다.</P> <P><BR><STRONG>"당신처럼 생각하면 귀족이나 왕족을 욕하기에는 쉽겠죠. </STRONG></P> <P><STRONG>'제기랄, 같은 인간인데 왜 난 보리빵에 물 한 그릇으로 떼우는데 녀석들은 미녀들의 시중을 받아가며 산해진미를 먹느냐.' </STRONG></P> <P><STRONG>그게 억울하면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어버려요. 그게 귀찮아서 하지 않겠다면 입 다물고 앉아있어요."<BR></STRONG>"귀찮아서...라고?"<BR>"귀찮은 것 아니에요? 당신 말마따나 같은 인간이면, 당신도 자이펀의 왕(거기서도 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처럼 왕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BR><U>"그게 귀찮아서 하지 않는거냐? 불가능하지..."<BR></U><STRONG>"얼씨구. 이젠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무시하시는군요. 당신 같은 화법은 추해요. </STRONG></P> <P><STRONG>불평할 때는 같은 인간이고, 당신을 그런 사람들에게 비교해서 꾸짖을 때는 다른 인간인가요? </STRONG></P> <P><STRONG>누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비판하면 기분 나쁜 법이죠. 동일성을 가져요. </STRONG></P> <P><STRONG>그렇게 같은 인간이라면, 이 넓은 대지 어느 한편에 나라를 세워요. 이제 너는 왜 그러지 않겠느냐고 묻겠지요?"</STRONG></P><STRONG> <P><BR></STRONG>운차이는 매서운 어조로 질문했다.</P> <P><BR>"묻고싶군"<BR>"난 귀찮아요. 난 헬던트 영지의 초장이 후보로 남는게 훨씬 속편해요. 내가 야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P> <P>간혹 나도 귀족들이 되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난 그렇게 되지 않겠어요."</P> <P><BR>밤공기가 차갑다.</P> <P><BR>"하지만 누군가가 야심없고 능력없는 자의 자기 위안이라고 날 욕하게 하진 않겠어요. </P> <P>'쳇, 넌 야심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안되니까 비굴하게 자기를 합리화시키는 것 아니냐?' </P> <P>바보 아녜요? 그런 사람들은 야심이 사람의 본능인 것처럼 생각하죠. </P> <P>자기가 그 야심 때문에 목숨까지 걸며 허겁지겁 돌아다니니까 다른 사람도 그런 줄 알아요. </P> <P>그런 작자들은 남을 이해할 줄 몰라요. 뭐, 보통은 그런 자들이 왕이 되고, 영웅이 되고 하겠지만,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요? </P> <P>만일 그런 영웅이 무능력하고 비굴하다고 날 비판하겠다면, </P> <P><STRONG>난 그 작자에게 초를 만들어보라고 하겠어요. </STRONG></P> <P>그리고는 '초 한자루도 못만드는 주제에. 시장 한편에 집어던지면 굶어죽기 십상이겠군'이라고 말해주지요. </P> <P>그러면 그 작자는 화내겠지요? 하지만 그런 영웅들은 자기 손으로 먹고 살 재주는 없을걸요? </P> <P>다만 무한한 야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려서 왕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 뿐이죠. 그리고 난 그런 야심이 없는 대신, </P> <P>내 손재주로 내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 있고."</P> <P><BR>운차이는 날카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P> <P>내가 왜 이러지? 정말 되지도 않는 말재주로 장황하게 말하자니 머리가 아프다. </P> <P>결론을 어떻 게 내려야 되나? 에라. 좀 거칠더라도 그냥 끝내자. 머리가 아프다.<BR></P> <P>"그게 진정한 '같은 인간'이지요. 내가 남이 될 수 없고, 남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어요. </P> <P>당신은 당신을 이곳으로 파견한 상관이 될 수 없어요. 당신의 가족, 당신의 추억, 당신의 사랑, 당신의 과거의 소중한 것을 모두 팽개치고</P> <P> 그 상관의 자리에 대신 들어가라면,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럴 수 있어요? </P> <P>당신 상관의 아내를 부인이라 부르고, 당신 상관의 자식들을 내 아 들아, 혹은 딸아, 이렇게 부를 수 있어요?"<BR>"…내 상관은 독신이다."</P> <P><BR>난 웃어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운차이도 피식 웃어버렸다.</P> <P><BR>"걱정하지 말아요. 난 잘 모르겠지만, 펠레일의 말에 의하면 당신은 중요인물이래요."<BR>"중요인물?"<BR>"뭐라더라…. 당신은 우리 나라의 비둘기파, 그러니까 주화파(主和派)들을 주전파(主戰派)로 바꿀 수 있는 산 증거물이라더군요. </P> <P>그러니 당신의 증언은 중요해요. 그러니까 수도에 도착하면, 당신이 한 짓을 뉘우친 다는 식으로 말해봐요. </P> <P>그리고 당신 상관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일 이라고 말해보세요."<BR>"그런다고 내가 살겠냐?"<BR>"그럼 끝까지 조국에 대한 충성을 지켜 교수대의 이슬이 되든가."</P> <P><BR>운차이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P> <P><BR>"쉽게 말하는구나.”<BR>“당신이 결정하기 쉬우라고 쉽게 말하는 거죠. 결정을 내려요. 살고 싶다면, 전향을 해서 당신 조국을 마구 꾸짖고 선전책동의 앞잡이가 되어요. </P> <P>그럴 수 없다면, 표표히 죽어가요. 양자가 다 싫다면, 재주껏 달아 나요. 하지만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지는 말아요. 알아서 도망쳐요."</P> <P><BR>운차이는 내 말에 빙긋 웃으며 다시 드러누웠다.<BR>---------------------------------------------------------------------------------------------------------------</P> <P> </P> <P>드래곤라자를 읽으며 깊이 생각하게 만들고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 내용입니다.</P> <P>아마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좌절하거나 안심하거나 하실텐데요.</P> <P>자신과 타인이 같지 않다라는걸 인식한다면 아마 인생이 더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까합니다.</P> <P>뭐 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P> <P>사람마다 다 다른 결론을 낼수 있겠죠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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