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4월 육군으로 현역 만땅 제대했습니다. (어디라고는 말 안하겠습니다.)

빡신거와 비인간적인건 별개라는겁니다. 

나도 자대 가자마자 100명이 넘는 서열 외우느라 쥐어 터졌었고, 주특기 교육 거 뭐더라 영어로 뭐라고 하던데 -_- 하두 오래 되니 까먹었네요. 여하튼 주특기 교육 받는다고 쥐어 터졌었고... 식당보조라고 뽑혀가서 병장들 식판 쌓아 둔거 한 뭉탱이 들고 씻다가 동작 느리다고 식판으로도 맞아 봤습니다. 

근데... 맞을 이유가 있어서 맞는건 참을만 합니다. 군대라는데가 그런데라는거 알고 간거고, 지원은 아니었지만 어짜피 가야하는거였고, 이왕 온거니까 그런가 보다 버틸수는 있었지만 정말 이유도 없이 맞을때는 사람 환장하는겁니다. 

특히 우리 부대 전통이 진급주였는데... "주"가 들어갔다고 술을 먹이는게 아니라 온갖 오물덩어리를(짬밥이나 뭐 그딴거) 마시는거였습니다. 제가 병장되고 점호판되자마자 동기들이랑 합의해서 그것부터 없앴습니다. 위로 고참이 있었지만 별말 없었습니다. 

이유없는 얼차려나 구타도 없앴습니다. 숨어서 때리는것까지 하나하나 어찌 말리겠습니까? 그러나 악습처럼 내려오던 희안한것들도 없앴습니다. 물론 이런 악습을 없애는데 동기들과 고참들이 동의를 했던것은 부대내에서 구타사건이 있었고 아무런 잘못없는 제대 두달 남겨둔 고참 하나가 단지 견장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걸 혼자 책임진다고 뒤집어 쓰고 영창 다녀온 사건이 계기가 된거였기는 했습니다. - 말 그대로 그냥 본인이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고참답게 독박쓴거였습니다.

사설은 짜르고...

원래 그런건 없습니다. 군대라고 해서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게 당연시 되라는건 없습니다.

해병대는 분명 빡십니다. 그런 훈련과 고통을 이겨낸것은 자랑스러워할만 합니다. 분명히...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지 못했다라고 해서 비난 받거나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는것은 당연한것도 아니고 자랑스러워할만한것도 아닐것입니다.

"해병대가 원래 그런거 몰라서 들어갔나?" 라고 말하는것은 잘못된것이 아닐까요?

만약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진심이라면 지금 부조리로 얼룩진 사회와 정치등의 문제에 대해서 "세상이 원래 그런건지 몰랐냐?" 라고 말하는것과 다를것이 없습니다. 

정치가 개판이고 부패한것이 "원래 정치판이 그런거다" 라고 말하는것과 다를게 없습니다. 

분명... 지금의 저 역시 30대 중반의 나이를 건너가고 있고,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예전보다 훨씬 비겁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를 가르치거나 훈계할정도로 훌륭한 인생을 살았거나 훌륭한 인격을 갖추었다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부의 말씀을 드리는것이지요. 

잘못된것에 반기를 들수 있는것...
최소한 잘못된것에 대한 반성과 그것이 잘못된것이라 말할수 있는것도 용기이며 그런것이 모여야 잘못된것을 바꿀수 있는 계기라도 만들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 비인간적인것... 군대라는것 태생 자체가 가지는 특수성이라는것이 있다는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속에서 분명 예비역들이 몸소 체험하고 느꼈던 부조리와 잘못들은 "당연한것"이 아니라 "잘못된것"이라고 말할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고쳐져야 하는것이라 생각됩니다. 그것이 군대와 군인과는 상관없는것이라면 말이지요. 

어떤분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미 해병대를 배경으로한 법정영화 A few good man 이라는 영화를 떠오른다고 말씀하시는데요. 그 마지막 도슨 상병의 대사가 이러했지요.

"산티아고같은 약자를 보호 안한게 직무 유기야"

이번문제가 단순한 해병대만의 문제가 아닌 육해공과 의경/전경을 포함한 전체적인 문제라는것을 알고 잘못된 병영문화가 조금이라도 수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