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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tarcy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10-13
    방문 : 27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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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12593
    작성자 : tarcy
    추천 : 1
    조회수 : 442
    IP : 211.50.***.221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4/08 15:31:23
    http://todayhumor.com/?readers_12593 모바일
    [자작글] '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스ap)
    완전 오래전 처녀작 수준을 넘어 숫처녀작-_-이었던 글인데,
    당시 단편웹툰 준비하던 모 작가와 좀 더 길게 늘리면서 웹툰화 하기로 했었는데
    어느순간부터 흐지부지되어서 그냥 제 블로그에 올려놓았다가
    공유차 오유에도 올려봅니다.
     
    흥미로운 저내도 없고 잔잔하니 그냥 생활이야기 수준인데
    살짝 경험담도 녹아있어 애착을 갖고 있는 글입니다.
     
    이후에는 시간없다는 핑계로 시놉만 잔뜩...;;
    반응 좋으면 다른거도 올리고 아니면 뭐;;;
     
    (게시판 잘 찾아온거 맞는지 모르겠네요;; 번지수 틀리면 지적지적요망요망)
     
     
     
    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생활이지만 그런대로 만족한다.
    보고 싶은 만큼 영화도 볼 수 있고, 동네사람들과의 의사소통도 이곳에서 할 수 있고.
    마트가 가까워 불편한점도 없고, 골치 아픈 연체자도 우리 동네엔 없다.
    좋은 동네에 가게를 차린 것 같다.

    나?
    이 동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비디오샵, ‘우일 비디오’ 주인이다.
    여기서 최대 규모란 비디오가게의 3가지 덕목..
    친절함, 신속함, 다정함의 최대 규모를 말한다.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청소년시절,
    하루가 멀다않고 비디오방엘가고 극장엘 다닌 결과,
    그 꿈인 영화감독이 아닌 비디오가게 주인이 되어버렸다.
    대학교까지 중퇴하고 차린 비디오가게..
    처음엔 최초의 꿈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결과가 되어버렸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만족한다.
    흑자는 ‘현실에 파묻혀버린 꿈을 다시 찾아라’라고 말들을 하지만
    현실에 파묻혀버린 건 결코 아니다
    현실과 타협을 한 거지.

    언젠가..
    내 이름을 건 영화가 탄생되리라..!

    대신 지금은, 난 스물다섯 살이지만 사장님이라 불리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내 미래의 경쟁자들을 내 품안에 품었다!
    난 스물다섯 살이지만 ‘우일 비디오’ 사장님이라 불리운다!
     
    오늘은 새로운 프로들이 들어오는 날이다.
    요즘엔 한국영화가 대박이 많이 터져서 한국사람으로써,
    또 한국 비디오가게 주인으로서 참 대견스럽다.

    "아저씨! 뭐 재미있는거 없어요?"
    "이쪽이 한국영화 걸작선 모아놓은 곳입니다."
    "으음.. 에이, 극장에서 다 본건데요 뭐. 안녕히 계세요!"

    한국영화가 대박이 많이 터져서 참 대견스럽다.
    젠장.
     
    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카메라 레디고!’ 대신
    ‘흐업!’ 하는 기합소리를 힘차게 내뿜으며 셔터를 올린다.
    반납함을 열고 하룻밤동안 회수된 내 자식같은 비디오들을 조심스레 꺼낸다.
    컴퓨터를 켜고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으며 반납체크를 한 후
    한쪽에 가지런히 정돈된 빈 케이스들에 이 회수된 비디오들을 넣는다.
    하룻밤 혹은 수일 밤 동안 저 껍데기와 알맹이는 얼마나 서로를 갈구했을까
    그네들의 그리움을 의인화하여 상상하니
    ..참으로 눈물겹다.
    한시라도 빨리 그네들을 상봉시킨다.

    ......젠장!
    이 테입! 찝혔잖아!

    ..참으로 눈물겹다.
     
    난 오늘 또다시 셔터를 올린다.
    비디오가게는 밤늦게까지는 영업을 해야 하지만 아침엔 좀 늦게 열어도 된다.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한다기 보다
    상쾌하게 점심을 시작한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이겠지.
    상쾌하게 저녁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뭐.

    어제 찝혀서 망가진 비디오 테입 때문에 기분이 썩 좋질 않다.
    빌려간 손님은 아무런 문제없다며 잘만 봤다고 하니 증거도 없고...
    울며겨자먹기로 한장을 더 구입해 비치해뒀다.
    반납함을 열어봤다.
    테입들 사이에 뭔가가 끼워져 있다.
    뭔가 하고 살펴봤더니 닭 뼈다.
    통닭 뼈..
    누군가가 다 먹고 몰래 버린건가보다.

    젠장.
    좋은 동네에 가게를 차린 것 같다.
     
    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셔터를 올리다 손을 삐끗해서 셔터가 촤라락 내려와 머리를 심하게 강타해버렸다.
    젠장! 젠장! 젠장!

    오늘도 반납함을 열어보았다.
    오늘도 무슨 이상이 있으면 지문채취까지 해서
    우리 동네 좋은 동네 물 흐리는 놈을 잡아버리리라.
    으음.. 오늘은 다행이 아무런 이상은 없는 것 같다.
    비디오들도 다들 무사하고 특별히 수상한 물건들도 안 보인다.
    난 겨드랑이에 테입들을 가득 껴안고 카운터로 가서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기 시작했다.
    응?
    한 테입에 뭔가가 붙어있다.
    나 또 흥분한다.
    또 뭐냐?
    으응?
    노란색.. 쪽지가 붙어있고 거기엔 간단한 메모가 적혀있었다.

    [ 이 영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재미있게 잘 봤다고?
    비디오는 시간을 넘나들며 서로에 대한 연민을 싹틔우는 내용의 영화 ‘시월애’였다.
    누구지?
    바코드를 찍어보니 이 비디오를 빌려간 최근 대여 손님이 나왔다.

    [ 김 현 주 , 0 1 X - XXXX - XXXX ]

    김현주?
    누구지? 단골인가?
    기억이 안 나는데.. 뭐, 손님이 한둘이어야지.
    재미있게 봤다니 가게 이미지 좋아지겠네. (하하. 여.. 여자 손님이로세.)

    망가진 테입 대신 하나 더 주문했던 테입이 배달 왔고,
    닭 뼈가 처량하게 던져져있는 쓰레기통도 비우고,
    대충대충 청소와 정리를 마친 후 카운터에 앉았다.
    일요일인데 손님도 별로 없다.
    대학가 주변의 비디오가게들은 손님이 미어터지던데.
    뭔가 색다른 손님 끌기 방법이 없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막연하지만 ‘어떤 영화를 어떻게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보내던 일요일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김승진, 너 많이 현실적이 되었구나..
    그때 한 손님이 들어왔다.
    이 근처에 사는지 간단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온
    건장한 남자 손님이다.
    단골은 아닌 것 같은데..

    “음.. 뭐가 재미있을까나?”
    “이쪽이 신 프로 입니다.”
    “아, 그러요?”

    그 손님은 내 손끝이 가리키는 쪽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서는
    한참을 고르고 골랐다.
    카운터에 앉아있지만 특별히 할 일이 없기에
    손님이 들어오면 그 손님이 하는 행동들을 실례되지 않는 선에서 계속 주시하게 된다.
    또 일부 비디오도둑들에게도 이래야 살아남는다.
    결코 쓸데없는 행동이 아닌 것이다!

    “아저씨, 근데 뭘 그렇게 쳐다보쇼?”

    가끔 쓸데없는 행동이 되기도 한다.

    “아, 아닙니다.”

    새로 들어온 테입들을 정리하고 신작영화 포스터도 붙이고 컴퓨터도 청소했다.
    그 남자손님은 두 편을 골라들고 카운터 앞에 턱 내려놓았다.

    “이거 두개 주쇼.”
    “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봉팔이요”
    “성까지 말씀해주셔야죠.”
    “아, 박가요 박가. 박봉팔.”
    “잠시만요..”

    박봉팔이라는 이름은 등록되지 않은 이름이었다.
    역시 나의 단골손님, 신입손님 구별능력은 탁월하다. 천직이로세.

    “손님, 처음 오신건가봐요?”
    “아, 네. 그저께 이사 왔소.”
    “그럼 신분증 가지고 오셨나요?”
    “신분증? 츄리닝 입고 다니는데 신분증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소?"
    “회원등록을 하셔야 하는데..”
    “그냥 등록하쇼. 뭘 그렇게 까다롭습니까.”
    “그럼 핸드폰 갖고 계시죠?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01X-XXX-XXXX 요."
    "잠시만요."

    틱틱틱 새로이 회원입력을 하고 그 박봉팔 손님이 빌린 두개의 테입을 체크했다.

    "됐습니다. 3천원입니다.“
    “여깄소.”
    “재미있게 보시구요, 하나는 일박이일이니까 빨리 갔다 주셨으면 좋겠네요.”
    “알갔소. 그러지요.”
    “하나는 구 프로니까 맘껏! 보신 후에 갖다주세요”
    “맘껏? 이 아저씨 장사 잘 하네. 수고하쇼.”
    “안녕히 가세요!”

    오늘도 회원한명 추가다.
    한 동네에 새로 누군가가 이사를 오면 그 동네의 경제 흐름이 바뀐다.
    비디오가게는 더욱 더 그렇다.
    그런 편으로는 민감한 곳이지.

    젊은 나이에 가게 차리니 갖은 못 볼 꼴도 많이 본다.
    아르바이트생 취급하며 막 대하는 손님부터 나이 어리다고 티껍게 나오는 손님까지.
    테입은 또 왜 그리 연체를 많이 하는지..
    이윤추구보다는 그냥 영화가 좋아서 연 가게이니만큼
    대부분은 자아성찰로 생각하고 넘기고 있다.
    나도 화나면 무서운 사람인데 말야.. 쓰읍..
    아우, 망가진 테입과 닭 뼈 생각하니 또 화나려고 그러네..
    엇, 손님이다!

    “어서오세요! 밖에 추우시죠? 핫핫핫! 자, 신작은 이쪽입니다!”

    화는 내면 몸에 안 좋다.

    “고맙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손님이었다.
    과잉친절이었나..
    인사는 꾸벅 하는 것이 가정교육을 참 잘 받은 것 같다.
    어린 손님이라도 이렇게 첫 인상이 좋으면
    어른 대 아이로 안보고 주인 대 손님으로 대한다.
    서비스업의 첫 번째 덕목이다!

    “아저씨! 세일러문은 어디있어여?”
    “아.. 세일러문이요? 이쪽에 있지요. 세명 모인거 찾아요, 다섯명 모인거 찾아요?”

    친절함만이 가게를 살린다..

    “내가 찾을게요.”
    “그.. 그러세요.”

    가끔, 과잉친절은 좋지 않다.
    그 꼬마손님은 고사리은 작은 손으로 테입 하나를 들고
    자기 키만한 카운터 위에 힘겹게 턱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앞주머니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 곱게 펼쳐서 테입 위에 살포시 놓았다.

    “아저씨, 여기요.”
    “어? 나 아저씨 아닌데요? 오빠 해보세요.”

    나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저씨, 여기요.”

    꼬마에게 더 무시당하기 싫어서 그냥 바코드로 찍어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현주요, 김현주.”
    “네. 잠시만요.”

    응?
    김현주? 어디서 본 이름인데..?
    아참! 아침에 그 메모!
     
    [ 이 영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그럼, 이 꼬마손님이 그 메모를?
    난 다시 한번 그 꼬마손님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생각해도 이런 메모를 적어놓을 것처럼 조숙하진 않은 것 같은데.
    컴퓨터 회원목록을 쳐 봤다.
     
    [ 김 현 주 , 0 1 X - XXX - XXXX ]
     
    “혹시.. 핸드폰 가지고 다녀요?”
    “네???”

    초특급 갑부집이 안 보이는 이 동네에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무슨 핸드폰인가.
    김현주...
    아.. 흔한 이름이잖아.
    난 다시 한번 찍어봤다.
    흔한 이름이지만 이 작은 마을에서 회원등록이 되어있는 사람들 중에는
    ‘김현주’라는 이름은 이 꼬마 한명뿐이었다.
    혹시 이 꼬마가 발음이 안 좋거나 내가 잘못 들었을까봐 ‘김현’이라고만 쳐 봤다.
     
    [ 김 현 기 , 0 1 6 - XXX - XXXX ]
    [ 김 현 구 , 0 1 1 - XXX - XXXX ]
    [ 김 현 자 , 0 1 9 - XXX - XXXX ]
    [ . ]
    [ . ]
    [ 김 현 주 , 0 1 X - XXX - XXXX ]
     
    없었다.
    그 김현주밖에 없었다.

    “꼬마아가씨 이름이 김현주 맞나요?”
    “아뇨, 김차흰데여”

    가끔.. 손님한테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런 화는 꾹 참아야 한다.
    서비스업의 두 번째 덕목이다!
    ‘김차희’라는 이름으로 쳐 봤다.
    없는 이름이었다.
    서비스업의 두번째 덕목...

    “아깐 김현주 라면서요?”
    “네.”
    “김차희는요?"
    “내 이름여.”
    “김현주라면서요??”
    “네.”
    “김.차.희.는.요.?"
    “내 이름이에여.”

    서비스업의 덕목이고 뭐고!!!
    세일러문을 콱..

    “김현주는 우리 언니 이름인데.."
    “..응? 네?”

    난 세일러문 테입을 들다 말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김현주가 언니이름이라구요?”
    “네. 울 언니 이름인데.”
    “그.. 그래요?”

    난 다시 한번 찍어봤다.

    [ 김 현 주 , 0 1 X - XXX - XXXX ]
    [ 대여목록 : 시월애 ]
     
    아!
    그랬던 거구나!
    그저께 그 손님이었구나!
     

    - 이틀 전 -
     
    “어서오세요.”
    “아.. 안녕하세요.”
    “신프로는 이쪽입니다.”
    “네..”
    “뭐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음.. 그냥 재미있는거 보려구요.”
    “신프로가 지금 많이 나가서 어쩌죠.”
    “옛날것도 상관없어요. 요즘, 영화 잘 못 봤거든요.”
    “아.. 그래요?”
    “네.”
    “어떤거 좋아하시는데요?”
    “저요? 책이요. 소설..”
    “아, 아니.. 영화보시면 어떤걸..”
    “아.. 그냥.. 사랑이야기도 좋고..”
    “아.. 네..”
    “..........”

    “이거 보셨어요?”
    “어떤..?”
    “'시월애'인데요. 그렇게 뜨진 않았어도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괜찮게 본거거든요.”
    “그래요..? 재미있어요?”
    “뭐.. 보시구 후회하시면 대여료 돌려드리죠! 하하”
    “네.. 이걸로 주세요 그럼.”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성함이..?”
    “아마 저희 아빠 성함으로 되어있을 거에요.”
    “아버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자, '진'자, '현'자 쓰세요.”
    “아 네.. 그럼 그쪽 이름은..?”
    “네? 저요? 왜요?”
    “하하. 오해하지 마세요. 앞으로 자주 빌려가시라는 의미에서 그쪽 성함으로 하나 만들어 놓으려구요.”
    “네?”
    “재미있는 영화 하나 추천해드렸는데 회원수 한분 좀 늘려주심 좋겠네요, 하하핫.”
    “훗.. 네 그러죠.”
    “이건 좀 지났으니까 빌려가신 다음에 천천히 보시고 갖다 주셔도 괜찮아요. 천원이구요.”
    “여기요. 수고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그 참한 손님이었구나.
    왜 깜빡했지?
    대여료 돌려달란 말이 없었으니.. 재밌었나보다.
    다행이야.

    “그럼 언니이름으로 빌리는 거에요?”
    “네. 언니가 언니이름 대면 된데요.”
    “처음 보는데.. 한번도 안왔나봐요?”
    “언니가 빌려줬는데 이젠 나 혼자 왔어요. 혼자도 빌릴 수 있어요.”
    “하하. 그래요? 자. 여기 테입 있구요. 천원이에요.”
    “여기요.”

    꼬마손님은 앙증맞게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꺼냈다.

    “이건 빌려가면 맘껏 본 담에 갖다줘도 되는거에요.”
    “네∼”
    “자..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난 문을 열어주며 그 꼬마손님을 보냈다.
    참한 언니에 귀여운 꼬마동생 손님이군..
    아참!
    난 다시 그 꼬마손님을 불렀다.

    “저기요! 차희님∼! 차희손님∼! 야! 김차희!”

    그 꼬마손님은 뛰어가다 휙 돌아봤다.
    난 얼른 달려가 꼬마손님을 데리고 가게로 들어왔다.

    “잠깐만요..”

    난 두리번거리며 메모지를 찾았다.
    그리고는 짧은 메모를 적어 빌려가는 테입에 붙여주었다.
     
    [ 영화 재미있었나보네요. 다행입니다. 대여료는 안돌려드려도 되겠네요. ^^ ]
     
    “이 테입은 인기최고라 빨리 갖다줘야되요∼ 내일 주셔야 되요. 꼬옥~ 알았죠?”
    “네∼”
    “자, 얼른 안녕히 가세요∼ 언니랑 같이 재미있게 봐요.”
    “안녕히 계세여∼”
    “내일 꼭 돌려줘야 해요. 내일 꼭..”
     

    난 오늘도 또 셔터를 올린다.
    밤새 누군가가 셔터에 실례를 했나보다.
    아침부터 재수가 없었지만 그리 불쾌하진 않다.
    오늘은 제법 큰 규모의 대청소를 했다. 카운터부터 비디오장식장까지 구석구석.
    월요일 낮이라 손님은 거의 없다. 매주 월요일 이 시간이면 대청소를 하곤 한다.
    아참, 대청소 때문에 반납함을 까먹었구나.
    서랍에서 열쇠를 꺼내 얼른 반납함으로 달려갔다.

    ‘세일러문.. 세일러문..’

    웬일인지 세일러문부터 찾게 되었다.
    없었다.
    하룻만에 갔다줘야된다고 이야기 했더만..
    아, 아직 빌려간지 만 하루는 안됐잖아.
    왜이리 기다리는거야.

    “어서오세요.”
    “안냐세요∼”

    그 꼬마손님이다.

    “이거 다 봤어여.”
    “재미있었어요?”
    “네∼!”

    그 꼬마손님은 테입을 카운터위에 올려놓고는
    만화코너로 가서 또 다른 테입을 열심히 고르기 시작했다.
    응? 반납하는 세일러문 테입엔 쪽지가 붙어있다.
    노란 색이다.
     
    [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가면 또 재미있는 영화 추천해 주셔야 되요. ]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줘 그 사람도 재미있게 봤다는 그 기분..
    단시 그 기분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난 꼬마손님 옆으로 가서 만화코너 옆의 구프로 코너 비디오를 뒤적였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꺼내 카운터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메모지를 꺼내 간단한 메모를 적어 붙였다.
     
    [ 이거 보셨나요? 전 다섯 번 넘게 봤는데. 한번쯤은 볼만해요. 대여료는 후불입니다. ]
     
    “아저씨, 여기요.”
    “슬램덩크? 이런거도 봐요?”
    “서태웅오빠 너무 멋있어여.”
    “아 네.”

    나 또 장난끼 발동한다

    “어? 근데 왜 서태웅오빠는 오빠고 난 아저씨에요?”
    “서태웅오빠는 멋진데 아저씨는 아저씨잖아요.”

    으음.. 어린이의 눈은 솔직하다.
    너무 솔직해서 탈일 때가 많다.
    난 그 테입을 체크하고 꼬마손님에게 쥐어주었다.
    그리고 ‘번지점프를 하다’ 테입도 함께 쥐어주었다.

    “이건 언니 갖다 주세요. 언니가 아저씨한테 특별 주문한거니까요.”
    “네∼”
    “서태웅오빠보다 더 멋진 주인아저씨가 주는거에요.”
    “아녜여.”
    “맞아요.”
    “아녜여.”
    “맞다니까요∼ 얼른얼른 안녕히 가세요∼”
    “아닌데.. 아닌데..”

    그 꼬마손님은 양쪽에 비디오테입을 하나씩 들고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갔다.
    후후.. 저런 동생 한명 있었으면..
    아참!
    슬램덩크 대여료는 주고 가야지!
     
    오늘은 셔터가 잘 올라간다.
    평소 삐거덕거리던 곳도 막힘없이 주르륵 올라간다.
    반납함을 열어봤다.
    슬램덩크와 ‘번지점프를 하다’ 테입이 있었다.
    역시 ‘번지점프를 하다’ 테입에는 노란 쪽지가 붙어 있었다.
     
    [ 영화가 슬프네요. 재미있게 봤어요. 참, 슬램덩크 대여료도 안주고 왔다면서요? 저녁때 들려서 드릴게요. ]
     
    기분이 좋았다.
    처음 ‘시월애’를 빌리러 왔을 땐 신경쓰지도 않아서
    솔직히 ‘김현주’라는 인물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
    앗!
    오늘 저녁에 들린다고?
    난 어제에 이어 오늘도 대청소를 하고 있다.
     
    드르륵~

    “어서오세요”
    “안냐세여.”

    꼬마손님이다.
    언니..는?

    “네. 슬램덩크 빌리러 왔나요? 세일러문 빌리러 왔나요?”
    “음.. 골라보구여.”

    꼬마손님은 어제처럼, 또 그제처럼 만화코너로 가서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난 꼬마손님의 뒷모습을 보며 한참 생각했다.
    오늘 저녁때 들린다며..
    왜 안온거지?
    어?
    내가 왜 이렇게 그 사람을 기다리지?
    허참..

    “여기여.”
    “슬램덩크네요. 어제 꺼 재미있었나봐요?”
    “네∼ 이번엔 서태웅오빠가 많이 나온데여.”
    “그래요..”

    물을까 말까.. 물을까 말까..

    “근데.. 언니는 같이 다니지 않나봐요?”
    “언니요? 집에 갔는데?”
    “네?”
    “언니네 집에 갔어여.”
    “언니..네 집?”
    “큰아빠네 집이여. 울 큰아빠네 언니거든여∼”

    아.. 친동생이 아니라 친척동생이었구나..
    어쩐지 나이터울이 좀 많이 나는것 같더라..
    오늘 저녁에 들린다며.. 치..

    “아저씨, 이걸루 주세여.”
    “네..”

    왠지 모르게 실망감이 가슴속으로 안겨왔고
    그 꼬마손님 나가는 모습을 한없이 바라봤다.
     
    ....... 박봉팔이.. 비디오 안가지고 온다.. 젠장젠장젠장!!!
     
     

    - 한달 후 -

    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셔터 밑에는 아침부터 우체부아저씨가 다녀가셨는지 각종 우편물로 가득했다.
    전기세, 수돗세, 자동차세.. 골치 아프다.

    “안냐세여∼”
    “어, 왔니? 오늘은 뭐 가져갈래?”

    꼬마손님이다. 차희.
    한달간의 철저한 교육 덕분에 아저씨에서 오빠로 등급 업 됐다.

    “‘슈렉’이요!”
    “‘슈렉’?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차희 영화 매니아네∼? 하하.”
    “잼따고 빌려오래요.”
    “하하하. 그렇구나.”
    “언니가.”
    “하하하.. 하하.. 엉? 언니가?”
    “네. 언니가.”
    “김현주씨? 아니, 현주언니가?”
    “네.”

    난 ‘슈렉’을 얼른 찾아 카운터로 가지고 와서 컴퓨터에 찍었다.
    한 달 동안 ‘김현주’라는 이름으로 찍힌 대여목록에는 ‘번지점프를 하다’를 마지막으로
    수십 편의 만화영화들만 쌓여있어서 화면을 아래로 몇 번 씩이나 내려야
    ‘번지점프를 하다’와 ‘시월애’를 찾을 수 있었다.
    난 얼른 메모지를 찾았다.
     
    [ ‘슈렉’은 동생이랑 언니랑 같이 봐도 재미있을 거에요. 대여료는 후불입니다. 와서 주세요. ]
     
    “자, 여기. 가져가서 재미있게 봐라∼”
    “여기요. 천원.”
    “아냐. 그냥 가져가.”
    “응? 오빠가 공짜루 빌려주는거에요?”
    “하하. 아니.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니∼ 그냥 가져가. 하하하∼”
    “???”
    “하하핫∼”
    “아.. 안녕히 계세여∼”
    “응. 잘 가라∼ 하하하핫∼”

    그 꼬마손님이 나가는 즉시 난 대청소를 시작했다.
    한달만의 청소라 그런지 먼지가 햄버거 빵처럼 두터웠다.

    “안냥.”
    “어서오.. 아, 광수냐∼?”
    “청소하냐? 잘 생각했다. 무지 더티한 가게 이제야 좀 올만하겠네.”
    “매일 와서 공짜 만화만 보고 가는 놈이! 저리 좀 비켜봐 쫌.”
    “친구 좋다는게 뭐냠마.”
    “가만있지 말구 이 쓰레기통 좀 비워다 줘라.”
    “미쳤냐, 니가 해 임마.”
    “친구 좋다는게 뭐냠마.”
    “...... 악랄한 넘.”

    친구 광수덕분에 청소는 일순간에 싹 끝낼 수 있었다.

    “야, 너 ‘시월애’랑 ‘번지점프를 하다’ 봤냐?"
    “그게 뭔데?”
    “영화.”
    “몰라. 안 봤는데.”
    “영화 좀 보고 살아라. 음화화∼”
    “.......?”

    가게가 깔끔해져서 그런지 손님들이 제법 많이 들어오는 저녁이었다.

    “어서오세요!”
    “신작 있나요?”
    “예, 이쪽입니다.”

    “아저씨∼ 이거 두개요.”
    “네 잠시만요! 아이쿠, 이거 빨간 띠네요∼”
    “아빠가 빌려오래요.”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십셔!”

    “어서오세요.”
    “음.. ‘쉬리’ 있나요?”
    “어쩌죠, 금방 나갔는데!”

    정신없다..

    “오빠..! 슬램덩크여!”
    “네∼ 이쪽으로 오시.. 응?”
    “.......”

    차희.
    그리고 차희와 손을 잡고 온..
    현주씨였다.

    “.........”
    “................”

    갑자기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이런..

    “아저씨! ‘타이타닉’ 또 없어요?”

    어떤 아줌마가 날 불렀다.
    으와.. 다행이다. 아저씨라고 부른 거 용서해 준다.

    “차희야, 잠깐만..”

    난 차희에게 이야기하고 현주씨를 보고 멋쩍게 씨익 웃은 후 그 아줌마에게 갔다.
    ‘타이타닉’을 하나 골라주고 계산까지 한 후 또 다른 손님들을 다 계산을 해 주고 나니
    어느덧 가게엔 나와 차희, 그리고 현주씨만 남게 되었다.

    “오빠, 나 또 슬램덩크.. 오늘은 백호오빠 많이 나오는걸루!”
    “응. 잠깐만..”

    무슨 말을 해야겠는데..
    현주씨를 앞에 세워두고 난 괜히 차희에게만 신경을 쓰는 척 했다.
    정말 온 신경은 현주씨에게 가 있는데...
    딱 두 번째다.
    두 번째 본 것 뿐인데 마치 몇 번을 보고 만났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목소리도 한달 전 잠깐 들었을 뿐인데
    지금 같이 이곳에 있어도 아직 한마디도 안 해봤는데.
    그 목소리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도 본지 오래 되서.. 백호오빠가 어디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네.. 하하..”
    “에이 참.. 내가 골르지 머.”
    “........”

    난 카운터로 갔다.
    카운터 앞에 서 있는 현주씨는 그냥 차희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
    “...............”
    “저기.......”
    “.............?”

    휴우..
    왜 이리 말 꺼내기가 어렵지? 손님이잖아!

    “이번에는.. 선불이죠?”
    “아, 훗.. 네.”
    “하하. 다행이네요..”

    실수다! 다행이라니!
    그럼 지금까지 후불에 대해 무지 신경 썼단 이야기가 되잖아?
    현주씨가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
    “..............”
    “..............”
    “아참, 여기 ‘슈렉’이요.. 재미있네요.”
    “그래요? 차희랑 같이 보셨나봐요?”
    “네.”
    “‘슬램덩크’, ‘번지점프를 하다’, ‘슈렉’ 모두 후불인거.. 아시죠?"
    “네..”

    앗.. 농담이었는데 진지하게 들었나보다.. 또 한번 실수다!

    “아니, 노.. 농담이었어요.”
    “..........?”
    “하하.. 제 농담을 이해 못 하시나봐요.”
    “아.. 후훗.”

    차희는 평소보다 유난히도 오래 고르고 있었다.

    “차희야. 오빠가 골라줄까?”
    “아냐, 내가 고를 수 있어여.”
    “으응.. 그래.”

    괜히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가게..
    이 비디오가게를 연 이후로 이런 분위기는 처음인 것 같다.
    조용한 가운데 차희가 비디오테입을 꽂았다 뺐다 하는
    딸그락거리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저기요..”
    “네?”
    “그 후불 말이에요..”
    “아 네..”
    “지금 차희가 빌리는 것 까지 후불로 해 드릴게요.”
    “네? 아녜요. 다 계산하려고 왔는데..”
    “누가 공짜로 빌려드린다고 했나요. 후불이요. 후.불.”
    “네......? 후불.. 지금 드리는 게 후불.. . 아닌가요?”
    “아뇨. 다음에 주세요.”
    “다음에요...? 다음 언제?”
    “다음에.. 이번주 일요일에..”

    헛! 내가 왜 이래!

    “네.......?”
    “이번 주 일요일에 영화로 지불하세요.”
    “???”
    “차희가 지금 빌리는 것 까지 4편이랑 한편이랑 바꾸자구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이참, 이번 주 일요일에 극장가자구요∼!”

    헉! 내가 무슨 정신으로 저런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나도 당황했지만 현주씨도 굉장히 당황하는 것 같았다.
    차희만이 아무 일 없이 계속 비디오만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대.. 대신.. 밥은 제가 사죠..”
    “............”

    으윽.. 심장이 쿵쾅거린다.
    심장까지 발갛게 달아오른 게 온 몸으로 느껴지는 듯 하다.

    “...... 좋아요.”
    “네?”
    “이번 주 일요일에 영화로 갚을게요.”

    엇! ‘모 아니면 도’인 결과지만 막상 ‘모’ 나오니 난 어쩔 줄 몰랐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재미있는 영화 보러 가요.”
    “네.. 네.. 그러죠.”

    차희가 고른 비디오를 들고 카운터로 왔다.
    ‘짱구’였다.

    “차희야. 이건 본거잖아.”

    자상한 현주씨의 물음..

    “근데도 보구 싶어. 딴거 볼게 없다!”
    “그래. 그럼 이걸로 보자.”

    난 그 테입을 들고 바코드를 찍은 후 차희에게 주었다

    “음.. '0 1 X - XXX - XXXX' 이곳으로 전화하면.. 되죠?"
    “어떻게 아셨어요”
    “하하. 제가 비디오가게 사장 아닙니까? 이 동네 동민 리스트는 쫘악..”
    “네? 사장요? 아르바이트생 아니세요?”
    “아, 다들 그렇게 오해를.. 제가 주인이에요.”
    “아.. 전 아르바이트생인줄 알았어요.”
    “젊게 보셨다는 칭찬으로 듣지요.. 하하핫.”

    약속까지 잡았겠다.. 어느 정도 말문이 트이니 현주씨가 한달전보다, 아까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그럼 영화 정하시구 전화 주세요.. 전 아무거나 상관 없으니까..”
    “넵..”

    나가는 차희와 현주씨.
    아참! 난 뭔가 잊은 게 있어서 둘을 불렀다.

    “차희야!”
    “네∼?”
    “잠깐만.. 일루 와봐.”

    차희는 현주씨와 함께 나가다 말고 카운터로 왔고 난 메모지를 찾아 끄적거렸다.
     
    [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놀라기도 했고. ‘시월애’, ‘번지점프를 하다’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 봅시다. ]
     
    메모지를 테입에 붙이고 차희의 손을 꼭 잡고 있는 현주씨에게 직접 주었다.

    “그래요.”

    현주씨는 멋적게 웃어주고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갔다.
    난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안면에 씨익 웃음을 머금고 정신을 차렸다.
    한참 후 광수가 들어왔다.

    “뭐야? 왜 그렇게 좋아하냐? 뭐 좋은 일이라도 있냐?”
    “응? 응.”
    “뭔데? 뭔데?”
    “뭐냐면.. 나 공짜영화 보게 생겼거덩.. 암..”
    “넌 매일 공짜영화 볼 수 있잖아.”
    “그렇지.. 음하핫.”
    “바아보..”
    “으음.. 근데 너 역시 매일 나 덕분에 공짜영화 볼 수 있지?”
    “그렇지.. 음하핫.”
    “그으지..”
     
     
    - 일요일 -

    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현주씨와 약속한 일요일이다.
    하지만 약속은 오후로 잡았고, 가게는 가게니만큼 비울수가 없었다.
    룰루루 콧노래를 부르며 청소를 하기 시작했고 반납함도 열어 정리를 했다.
    반납함..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봤다.

    ‘거참.. 이 안에 뭐가 있길래 이런 기분 좋은 일을 만들어 준거지?’

    약속시간이 다 되어간다.

    “나 불렀냐?”
    “오, 광수 왔냐. 가게 좀 봐 줘.”
    “왜? 어디 가게?”
    “응. 약속이 좀 있어서..”
    “어디?”
    “영화 보러.”
    “미친.. 너 정말 영화 보러 가냐? 비디오가게 사장이 먼 영화를 보러가냐?”
    “야, 자기분야의 그 시장을 살피며 공략을 해야지.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많이 나갈까 사전조사하러 가는거야.”
    “아.. 그냐? 그럼.. 내가 보고 오면 안될까?”
    “미친..”

    광수에게 가게를 맡긴 후 난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약 20분 먼저 도착해 기다렸다.
    내가 늦는 것 보다는 기다리는 편이 맘이 편해 항상 그래왔던 버릇이다.
    20 분 먼저 도착하면 인생의 20분이 더 행복해지지 않는가..
    시간이 되었다. 현주씨는 약속시간보다 약 5분 먼저 왔다.

    “오랫만이네요.”
    “네. 잘 지냈어요?”
    “그럼요. 현주씨는?”
    “저도 뭐.. 그쪽.. 아, 성함이 어떻게 되죠? 제 이름만 알고 전..”
    “아차차.. 실례를.. 전 ‘김승진’이라고 해요.”
    “아..”
    “자, 극장으로 가죠.”
    “네..”

    다음 영화상영시간이 약 한 시간이나 남겨져 우리는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둘 다 카푸치노를 주문한 후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현주씨는 나보다 두 살 어리고, 집은 서울인데 대학교가 이곳이라
    이곳의 친척집인 작은댁에 있다고 한다.
    차희는 작은아버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항상 함께 다닌다고 한다.
    전에 한 달여 동안 집에 가 있던 건 방학동안 잠시 내려간 것인데
    급하게 내려가 미쳐 후불을 못줬다는..
    덕분에 이렇게 같이 영화를 보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인 셈이다.
    전에 처음으로 비디오가게에서 본 후로 자주 와야지 했는데
    메모와 쪽지가 왔다갔다하면서 쑥스러워서 자주 못 왔다고 한다.
    난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며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해주며 둘은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중요한건..
    현주씨와 비디오가게 주인아저씨가 아닌, 현주와 승진오빠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주야, 시간 다 됐다. 영화보러 가자.”
    “네. 오빠.”
    “이런.. ‘네’라니!”
    “아, 응..”

    우린 극장으로 갔고
    두 시간 남짓을 같은 곳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운데 팔걸이가 둘 사이를 질투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거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영화 재미있었어?”
    “응. 재미있네.”
    “책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영화도 보고 그래. 좋잖아~”
    “그래야겠어. 비디오가게 사장님. 후훗.”
    “하하하.”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그래. 나도 영화 보면서 내내 배고팠어.”
    “정말? 나돈데∼”

    우리는..
    두 시간 남짓을 같은 곳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배고픔’이었나보다.
     
    “아참.. 내가 아까 이야기했지?”
    “뭐...?”
    “나 영화감독이 원래는 꿈이었다는..”
    “아, 응.”
    “이걸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뭘?”
    “우리 이야기 말이야.”
    “우리 이야기..?”
    “응. 젊은 비디오가게 사장과 손님과의 이야기. 노란 쪽지와 메모지조각으로 이어진 인연이 이렇게 오빠, 동생이 되고 결국에는.. 연인이 된다는 이야기..”
    “...........”
     
     
     
    현주는 대답대신......
     
     
    살며시 내 팔에 팔짱을 껴 주었다.
    # 에필로그 #

    - 한달 후 -

    “현주야! 여기 있던 비디오 어디 갔지?”
    “거기 없어, 오빠?”
    “응. 없어~”
    “또 차희가 몰래 빌려 갔나보다!”
    “이녀석! 잡히기만 해봐!”
    “내가 단단히 주의 줬는데..”

    “아참, 그리고 연체자한테 전화해봤어?”
    “응. 근데 몇 명은 전화 안받고, 몇 명은 빌려간 적 없다고 딱 잡아떼는데?”
    “뭐? 딱 잡아떼는 사람 이름이 뭔데?”
    “박봉팔!”
     
     
     
     
    ..... 박봉팔아! 두 달이 넘어간다!
    그거 없어서 울 비디오가게 망하면 너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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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08 20:20:53  211.230.***.120  또깔라미띠  172872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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