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line-height: 1.8">완전 오래전 처녀작 수준을 넘어 숫처녀작-_-이었던 글인데,</div> <div style="line-height: 1.8">당시 단편웹툰 준비하던 모 작가와 좀 더 길게 늘리면서 웹툰화 하기로 했었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어느순간부터 흐지부지되어서 그냥 제 블로그에 올려놓았다가</div> <div style="line-height: 1.8">공유차 오유에도 올려봅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 </div> <div style="line-height: 1.8">흥미로운 저내도 없고 잔잔하니 그냥 생활이야기 수준인데</div> <div style="line-height: 1.8">살짝 경험담도 녹아있어 애착을 갖고 있는 글입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 </div> <div style="line-height: 1.8">이후에는 시간없다는 핑계로 시놉만 잔뜩...;;</div> <div style="line-height: 1.8">반응 좋으면 다른거도 올리고 아니면 뭐;;;</div> <div style="line-height: 1.8"> </div> <div style="line-height: 1.8">(게시판 잘 찾아온거 맞는지 모르겠네요;; 번지수 틀리면 지적지적요망요망)</div> <div style="line-height: 1.8"> </div> <div style="line-height: 1.8"> </div> <div style="line-height: 1.8"> </div> <div style="line-height: 1.8">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매일매일 반복되는 생활이지만 그런대로 만족한다. <br />보고 싶은 만큼 영화도 볼 수 있고, 동네사람들과의 의사소통도 이곳에서 할 수 있고.</div> <div style="line-height: 1.8">마트가 가까워 불편한점도 없고, 골치 아픈 연체자도 우리 동네엔 없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좋은 동네에 가게를 차린 것 같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나? </div> <div style="line-height: 1.8">이 동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비디오샵, ‘우일 비디오’ 주인이다.<br />여기서 최대 규모란 비디오가게의 3가지 덕목.. <br />친절함, 신속함, 다정함의 최대 규모를 말한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청소년시절, <br />하루가 멀다않고 비디오방엘가고 극장엘 다닌 결과, <br />그 꿈인 영화감독이 아닌 비디오가게 주인이 되어버렸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대학교까지 중퇴하고 차린 비디오가게..</div> <div style="line-height: 1.8">처음엔 최초의 꿈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결과가 되어버렸지만 <br />지금은 나름대로 만족한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흑자는 ‘현실에 파묻혀버린 꿈을 다시 찾아라’라고 말들을 하지만<br />현실에 파묻혀버린 건 결코 아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현실과 타협을 한 거지.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언젠가..<br />내 이름을 건 영화가 탄생되리라..!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대신 지금은, 난 스물다섯 살이지만 사장님이라 불리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지피지기면 백전백승.<br />내 미래의 경쟁자들을 내 품안에 품었다!<br />난 스물다섯 살이지만 ‘우일 비디오’ 사장님이라 불리운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오늘은 새로운 프로들이 들어오는 날이다. <br />요즘엔 한국영화가 대박이 많이 터져서 한국사람으로써, <br />또 한국 비디오가게 주인으로서 참 대견스럽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저씨! 뭐 재미있는거 없어요?" </div> <div style="line-height: 1.8">"이쪽이 한국영화 걸작선 모아놓은 곳입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으음.. 에이, 극장에서 다 본건데요 뭐. 안녕히 계세요!"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한국영화가 대박이 많이 터져서 참 대견스럽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젠장.</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카메라 레디고!’ 대신<br />‘흐업!’ 하는 기합소리를 힘차게 내뿜으며 셔터를 올린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반납함을 열고 하룻밤동안 회수된 내 자식같은 비디오들을 조심스레 꺼낸다.<br />컴퓨터를 켜고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으며 반납체크를 한 후 <br />한쪽에 가지런히 정돈된 빈 케이스들에 이 회수된 비디오들을 넣는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하룻밤 혹은 수일 밤 동안 저 껍데기와 알맹이는 얼마나 서로를 갈구했을까<br />그네들의 그리움을 의인화하여 상상하니</div> <div style="line-height: 1.8">..참으로 눈물겹다.<br />한시라도 빨리 그네들을 상봉시킨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젠장!<br />이 테입! 찝혔잖아!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참으로 눈물겹다.</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난 오늘 또다시 셔터를 올린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비디오가게는 밤늦게까지는 영업을 해야 하지만 아침엔 좀 늦게 열어도 된다. <br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한다기 보다<br />상쾌하게 점심을 시작한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이겠지. </div> <div style="line-height: 1.8">상쾌하게 저녁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뭐.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어제 찝혀서 망가진 비디오 테입 때문에 기분이 썩 좋질 않다. <br />빌려간 손님은 아무런 문제없다며 잘만 봤다고 하니 증거도 없고... </div> <div style="line-height: 1.8">울며겨자먹기로 한장을 더 구입해 비치해뒀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반납함을 열어봤다. <br />테입들 사이에 뭔가가 끼워져 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뭔가 하고 살펴봤더니 닭 뼈다. <br />통닭 뼈..</div> <div style="line-height: 1.8">누군가가 다 먹고 몰래 버린건가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젠장.<br />좋은 동네에 가게를 차린 것 같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셔터를 올리다 손을 삐끗해서 셔터가 촤라락 내려와 머리를 심하게 강타해버렸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젠장! 젠장! 젠장!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오늘도 반납함을 열어보았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오늘도 무슨 이상이 있으면 지문채취까지 해서 <br />우리 동네 좋은 동네 물 흐리는 놈을 잡아버리리라. </div> <div style="line-height: 1.8">으음.. 오늘은 다행이 아무런 이상은 없는 것 같다. <br />비디오들도 다들 무사하고 특별히 수상한 물건들도 안 보인다. <br />난 겨드랑이에 테입들을 가득 껴안고 카운터로 가서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기 시작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br />한 테입에 뭔가가 붙어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나 또 흥분한다. <br />또 뭐냐? </div> <div style="line-height: 1.8">으응?<br />노란색.. 쪽지가 붙어있고 거기엔 간단한 메모가 적혀있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 이 영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재미있게 잘 봤다고? <br />비디오는 시간을 넘나들며 서로에 대한 연민을 싹틔우는 내용의 영화 ‘시월애’였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누구지? <br />바코드를 찍어보니 이 비디오를 빌려간 최근 대여 손님이 나왔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 김 현 주 , 0 1 X - XXXX - XXXX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김현주?<br />누구지? 단골인가? <br />기억이 안 나는데.. 뭐, 손님이 한둘이어야지.</div> <div style="line-height: 1.8">재미있게 봤다니 가게 이미지 좋아지겠네. (하하. 여.. 여자 손님이로세.)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망가진 테입 대신 하나 더 주문했던 테입이 배달 왔고, <br />닭 뼈가 처량하게 던져져있는 쓰레기통도 비우고,<br />대충대충 청소와 정리를 마친 후 카운터에 앉았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일요일인데 손님도 별로 없다. <br />대학가 주변의 비디오가게들은 손님이 미어터지던데.<br />뭔가 색다른 손님 끌기 방법이 없을까..</div> <div style="line-height: 1.8">몇 년 전까지만 해도 <br />막연하지만 ‘어떤 영화를 어떻게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보내던 일요일이었는데<br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div> <div style="line-height: 1.8">김승진, 너 많이 현실적이 되었구나..</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때 한 손님이 들어왔다. <br />이 근처에 사는지 간단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온 <br />건장한 남자 손님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단골은 아닌 것 같은데..</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음.. 뭐가 재미있을까나?”</div> <div style="line-height: 1.8">“이쪽이 신 프로 입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그러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그 손님은 내 손끝이 가리키는 쪽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서는 <br />한참을 고르고 골랐다. <br />카운터에 앉아있지만 특별히 할 일이 없기에 <br />손님이 들어오면 그 손님이 하는 행동들을 실례되지 않는 선에서 계속 주시하게 된다. <br />또 일부 비디오도둑들에게도 이래야 살아남는다. <br />결코 쓸데없는 행동이 아닌 것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저씨, 근데 뭘 그렇게 쳐다보쇼?”</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가끔 쓸데없는 행동이 되기도 한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 아닙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새로 들어온 테입들을 정리하고 신작영화 포스터도 붙이고 컴퓨터도 청소했다. <br />그 남자손님은 두 편을 골라들고 카운터 앞에 턱 내려놓았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이거 두개 주쇼.”</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div> <div style="line-height: 1.8">“봉팔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성까지 말씀해주셔야죠.”</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박가요 박가. 박봉팔.”</div> <div style="line-height: 1.8">“잠시만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박봉팔이라는 이름은 등록되지 않은 이름이었다. <br />역시 나의 단골손님, 신입손님 구별능력은 탁월하다. 천직이로세.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손님, 처음 오신건가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네. 그저께 이사 왔소.”</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럼 신분증 가지고 오셨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신분증? 츄리닝 입고 다니는데 신분증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소?" </div> <div style="line-height: 1.8">“회원등록을 하셔야 하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냥 등록하쇼. 뭘 그렇게 까다롭습니까.”</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럼 핸드폰 갖고 계시죠?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01X-XXX-XXXX 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잠시만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틱틱틱 새로이 회원입력을 하고 그 박봉팔 손님이 빌린 두개의 테입을 체크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됐습니다. 3천원입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여깄소.”</div> <div style="line-height: 1.8">“재미있게 보시구요, 하나는 일박이일이니까 빨리 갔다 주셨으면 좋겠네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알갔소. 그러지요.”</div> <div style="line-height: 1.8">“하나는 구 프로니까 맘껏! 보신 후에 갖다주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맘껏? 이 아저씨 장사 잘 하네. 수고하쇼.”</div> <div style="line-height: 1.8">“안녕히 가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오늘도 회원한명 추가다. <br />한 동네에 새로 누군가가 이사를 오면 그 동네의 경제 흐름이 바뀐다. <br />비디오가게는 더욱 더 그렇다.<br />그런 편으로는 민감한 곳이지.</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젊은 나이에 가게 차리니 갖은 못 볼 꼴도 많이 본다. <br />아르바이트생 취급하며 막 대하는 손님부터 나이 어리다고 티껍게 나오는 손님까지. <br />테입은 또 왜 그리 연체를 많이 하는지..</div> <div style="line-height: 1.8">이윤추구보다는 그냥 영화가 좋아서 연 가게이니만큼 <br />대부분은 자아성찰로 생각하고 넘기고 있다. <br />나도 화나면 무서운 사람인데 말야.. 쓰읍..</div> <div style="line-height: 1.8">아우, 망가진 테입과 닭 뼈 생각하니 또 화나려고 그러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엇, 손님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어서오세요! 밖에 추우시죠? 핫핫핫! 자, 신작은 이쪽입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화는 내면 몸에 안 좋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고맙습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손님이었다.<br />과잉친절이었나.. </div> <div style="line-height: 1.8">인사는 꾸벅 하는 것이 가정교육을 참 잘 받은 것 같다. <br />어린 손님이라도 이렇게 첫 인상이 좋으면 <br />어른 대 아이로 안보고 주인 대 손님으로 대한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서비스업의 첫 번째 덕목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저씨! 세일러문은 어디있어여?”</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세일러문이요? 이쪽에 있지요. 세명 모인거 찾아요, 다섯명 모인거 찾아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친절함만이 가게를 살린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내가 찾을게요.”</div> <div style="line-height: 1.8">“그.. 그러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가끔, 과잉친절은 좋지 않다.<br />그 꼬마손님은 고사리은 작은 손으로 테입 하나를 들고 <br />자기 키만한 카운터 위에 힘겹게 턱 올려놓았다. <br />그리고는 앞주머니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 곱게 펼쳐서 테입 위에 살포시 놓았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저씨, 여기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어? 나 아저씨 아닌데요? 오빠 해보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나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저씨, 여기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꼬마에게 더 무시당하기 싫어서 그냥 바코드로 찍어주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div> <div style="line-height: 1.8">“현주요, 김현주.”</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잠시만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응? <br />김현주? 어디서 본 이름인데..? </div> <div style="line-height: 1.8">아참! 아침에 그 메모!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이 영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럼, 이 꼬마손님이 그 메모를? <br />난 다시 한번 그 꼬마손님을 쳐다봤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무리 봐도, 생각해도 이런 메모를 적어놓을 것처럼 조숙하진 않은 것 같은데. </div> <div style="line-height: 1.8">컴퓨터 회원목록을 쳐 봤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김 현 주 , 0 1 X - XXX - XXXX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혹시.. 핸드폰 가지고 다녀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초특급 갑부집이 안 보이는 이 동네에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무슨 핸드폰인가. </div> <div style="line-height: 1.8">김현주...<br />아.. 흔한 이름이잖아. </div> <div style="line-height: 1.8">난 다시 한번 찍어봤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흔한 이름이지만 이 작은 마을에서 회원등록이 되어있는 사람들 중에는 <br />‘김현주’라는 이름은 이 꼬마 한명뿐이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혹시 이 꼬마가 발음이 안 좋거나 내가 잘못 들었을까봐 ‘김현’이라고만 쳐 봤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김 현 기 , 0 1 6 - XXX - XXXX ] </div> <div style="line-height: 1.8">[ 김 현 구 , 0 1 1 - XXX - XXXX ] </div> <div style="line-height: 1.8">[ 김 현 자 , 0 1 9 - XXX - XXXX ] </div> <div style="line-height: 1.8">[ . ] </div> <div style="line-height: 1.8">[ . ] </div> <div style="line-height: 1.8">[ 김 현 주 , 0 1 X - XXX - XXXX ]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없었다. <br />그 김현주밖에 없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꼬마아가씨 이름이 김현주 맞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뇨, 김차흰데여”</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가끔.. 손님한테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런 화는 꾹 참아야 한다. <br />서비스업의 두 번째 덕목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김차희’라는 이름으로 쳐 봤다. <br />없는 이름이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서비스업의 두번째 덕목...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깐 김현주 라면서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김차희는요?" </div> <div style="line-height: 1.8">“내 이름여.”</div> <div style="line-height: 1.8">“김현주라면서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김.차.희.는.요.?" </div> <div style="line-height: 1.8">“내 이름이에여.”</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서비스업의 덕목이고 뭐고!!!<br />세일러문을 콱..</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김현주는 우리 언니 이름인데.." </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세일러문 테입을 들다 말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김현주가 언니이름이라구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울 언니 이름인데.”</div> <div style="line-height: 1.8">“그.. 그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다시 한번 찍어봤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 김 현 주 , 0 1 X - XXX - XXXX ] </div> <div style="line-height: 1.8">[ 대여목록 : 시월애 ]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br />그랬던 거구나! <br />그저께 그 손님이었구나!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 이틀 전 -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어서오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안녕하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신프로는 이쪽입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뭐 찾으시는거 있으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음.. 그냥 재미있는거 보려구요.” </div> <div style="line-height: 1.8">“신프로가 지금 많이 나가서 어쩌죠.”</div> <div style="line-height: 1.8">“옛날것도 상관없어요. 요즘, 영화 잘 못 봤거든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그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어떤거 좋아하시는데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저요? 책이요. 소설..”</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아니.. 영화보시면 어떤걸..”</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그냥.. 사랑이야기도 좋고..”</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네..” </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이거 보셨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어떤..?” </div> <div style="line-height: 1.8">“'시월애'인데요. 그렇게 뜨진 않았어도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괜찮게 본거거든요.”</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래요..? 재미있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뭐.. 보시구 후회하시면 대여료 돌려드리죠! 하하”</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이걸로 주세요 그럼.”</div> <div style="line-height: 1.8">“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성함이..?”</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마 저희 아빠 성함으로 되어있을 거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버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김'자, '진'자, '현'자 쓰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네.. 그럼 그쪽 이름은..?”</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저요? 왜요?”</div> <div style="line-height: 1.8">“하하. 오해하지 마세요. 앞으로 자주 빌려가시라는 의미에서 그쪽 성함으로 하나 만들어 놓으려구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재미있는 영화 하나 추천해드렸는데 회원수 한분 좀 늘려주심 좋겠네요, 하하핫.”</div> <div style="line-height: 1.8">“훗.. 네 그러죠.”</div> <div style="line-height: 1.8">“이건 좀 지났으니까 빌려가신 다음에 천천히 보시고 갖다 주셔도 괜찮아요. 천원이구요.” </div> <div style="line-height: 1.8">“여기요. 수고하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안녕히 가세요!”</div> <div>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그 참한 손님이었구나. <br />왜 깜빡했지? </div> <div style="line-height: 1.8">대여료 돌려달란 말이 없었으니.. 재밌었나보다. <br />다행이야.</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그럼 언니이름으로 빌리는 거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언니가 언니이름 대면 된데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처음 보는데.. 한번도 안왔나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언니가 빌려줬는데 이젠 나 혼자 왔어요. 혼자도 빌릴 수 있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하하. 그래요? 자. 여기 테입 있구요. 천원이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여기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꼬마손님은 앙증맞게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꺼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이건 빌려가면 맘껏 본 담에 갖다줘도 되는거에요.” </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자.. 안녕히 가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안녕히 계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문을 열어주며 그 꼬마손님을 보냈다. <br />참한 언니에 귀여운 꼬마동생 손님이군..</div> <div style="line-height: 1.8">아참!<br />난 다시 그 꼬마손님을 불렀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저기요! 차희님∼! 차희손님∼! 야! 김차희!”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그 꼬마손님은 뛰어가다 휙 돌아봤다. <br />난 얼른 달려가 꼬마손님을 데리고 가게로 들어왔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잠깐만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두리번거리며 메모지를 찾았다. <br />그리고는 짧은 메모를 적어 빌려가는 테입에 붙여주었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영화 재미있었나보네요. 다행입니다. 대여료는 안돌려드려도 되겠네요. ^^ ]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이 테입은 인기최고라 빨리 갖다줘야되요∼ 내일 주셔야 되요. 꼬옥~ 알았죠?”</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자, 얼른 안녕히 가세요∼ 언니랑 같이 재미있게 봐요.”<br />“안녕히 계세여∼”</div> <div style="line-height: 1.8">“내일 꼭 돌려줘야 해요. 내일 꼭..”</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오늘도 또 셔터를 올린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밤새 누군가가 셔터에 실례를 했나보다.<br />아침부터 재수가 없었지만 그리 불쾌하진 않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오늘은 제법 큰 규모의 대청소를 했다. 카운터부터 비디오장식장까지 구석구석. <br />월요일 낮이라 손님은 거의 없다. 매주 월요일 이 시간이면 대청소를 하곤 한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아참, 대청소 때문에 반납함을 까먹었구나. <br />서랍에서 열쇠를 꺼내 얼른 반납함으로 달려갔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세일러문.. 세일러문..’</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웬일인지 세일러문부터 찾게 되었다. <br />없었다. <br />하룻만에 갔다줘야된다고 이야기 했더만..</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아직 빌려간지 만 하루는 안됐잖아.<br />왜이리 기다리는거야.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어서오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안냐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그 꼬마손님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이거 다 봤어여.”</div> <div style="line-height: 1.8">“재미있었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그 꼬마손님은 테입을 카운터위에 올려놓고는<br />만화코너로 가서 또 다른 테입을 열심히 고르기 시작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반납하는 세일러문 테입엔 쪽지가 붙어있다. <br />노란 색이다.</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가면 또 재미있는 영화 추천해 주셔야 되요. ]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br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줘 그 사람도 재미있게 봤다는 그 기분..<br />단시 그 기분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난 꼬마손님 옆으로 가서 만화코너 옆의 구프로 코너 비디오를 뒤적였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꺼내 카운터로 돌아왔다.<br />그러고는 메모지를 꺼내 간단한 메모를 적어 붙였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이거 보셨나요? 전 다섯 번 넘게 봤는데. 한번쯤은 볼만해요. 대여료는 후불입니다. ]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아저씨, 여기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슬램덩크? 이런거도 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서태웅오빠 너무 멋있어여.”</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나 또 장난끼 발동한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어? 근데 왜 서태웅오빠는 오빠고 난 아저씨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서태웅오빠는 멋진데 아저씨는 아저씨잖아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으음.. 어린이의 눈은 솔직하다. <br />너무 솔직해서 탈일 때가 많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난 그 테입을 체크하고 꼬마손님에게 쥐어주었다. <br />그리고 ‘번지점프를 하다’ 테입도 함께 쥐어주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이건 언니 갖다 주세요. 언니가 아저씨한테 특별 주문한거니까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서태웅오빠보다 더 멋진 주인아저씨가 주는거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녜여.”</div> <div style="line-height: 1.8">“맞아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녜여.”</div> <div style="line-height: 1.8">“맞다니까요∼ 얼른얼른 안녕히 가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닌데.. 아닌데..”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그 꼬마손님은 양쪽에 비디오테입을 하나씩 들고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갔다. <br />후후.. 저런 동생 한명 있었으면..</div> <div style="line-height: 1.8">아참! <br />슬램덩크 대여료는 주고 가야지!</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오늘은 셔터가 잘 올라간다. <br />평소 삐거덕거리던 곳도 막힘없이 주르륵 올라간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반납함을 열어봤다. <br />슬램덩크와 ‘번지점프를 하다’ 테입이 있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역시 ‘번지점프를 하다’ 테입에는 노란 쪽지가 붙어 있었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영화가 슬프네요. 재미있게 봤어요. 참, 슬램덩크 대여료도 안주고 왔다면서요? 저녁때 들려서 드릴게요. ]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기분이 좋았다.<br />처음 ‘시월애’를 빌리러 왔을 땐 신경쓰지도 않아서 <br />솔직히 ‘김현주’라는 인물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div> <div style="line-height: 1.8">앗! <br />오늘 저녁에 들린다고? </div> <div style="line-height: 1.8">난 어제에 이어 오늘도 대청소를 하고 있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드르륵~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어서오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안냐세여.”</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꼬마손님이다. <br />언니..는?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네. 슬램덩크 빌리러 왔나요? 세일러문 빌리러 왔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음.. 골라보구여.”</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꼬마손님은 어제처럼, 또 그제처럼 만화코너로 가서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br />난 꼬마손님의 뒷모습을 보며 한참 생각했다. <br />오늘 저녁때 들린다며..<br />왜 안온거지? </div> <div style="line-height: 1.8">어? <br />내가 왜 이렇게 그 사람을 기다리지?<br />허참..</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여기여.”</div> <div style="line-height: 1.8">“슬램덩크네요. 어제 꺼 재미있었나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이번엔 서태웅오빠가 많이 나온데여.”</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물을까 말까.. 물을까 말까..</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근데.. 언니는 같이 다니지 않나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언니요? 집에 갔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언니네 집에 갔어여.”</div> <div style="line-height: 1.8">“언니..네 집?”</div> <div style="line-height: 1.8">“큰아빠네 집이여. 울 큰아빠네 언니거든여∼”</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 친동생이 아니라 친척동생이었구나..<br />어쩐지 나이터울이 좀 많이 나는것 같더라..<br />오늘 저녁에 들린다며.. 치..</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저씨, 이걸루 주세여.”</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왠지 모르게 실망감이 가슴속으로 안겨왔고 <br />그 꼬마손님 나가는 모습을 한없이 바라봤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박봉팔이.. 비디오 안가지고 온다.. 젠장젠장젠장!!! </div> <div>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 한달 후 -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셔터 밑에는 아침부터 우체부아저씨가 다녀가셨는지 각종 우편물로 가득했다. <br />전기세, 수돗세, 자동차세.. 골치 아프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안냐세여∼”</div> <div style="line-height: 1.8">“어, 왔니? 오늘은 뭐 가져갈래?”</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꼬마손님이다. 차희. <br />한달간의 철저한 교육 덕분에 아저씨에서 오빠로 등급 업 됐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슈렉’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슈렉’?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차희 영화 매니아네∼? 하하.”</div> <div style="line-height: 1.8">“잼따고 빌려오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하하하. 그렇구나.”</div> <div style="line-height: 1.8">“언니가.”</div> <div style="line-height: 1.8">“하하하.. 하하.. 엉? 언니가?”</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언니가.”</div> <div style="line-height: 1.8">“김현주씨? 아니, 현주언니가?”</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슈렉’을 얼른 찾아 카운터로 가지고 와서 컴퓨터에 찍었다. <br />한 달 동안 ‘김현주’라는 이름으로 찍힌 대여목록에는 ‘번지점프를 하다’를 마지막으로 <br />수십 편의 만화영화들만 쌓여있어서 화면을 아래로 몇 번 씩이나 내려야 <br />‘번지점프를 하다’와 ‘시월애’를 찾을 수 있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난 얼른 메모지를 찾았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슈렉’은 동생이랑 언니랑 같이 봐도 재미있을 거에요. 대여료는 후불입니다. 와서 주세요. ]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자, 여기. 가져가서 재미있게 봐라∼”</div> <div style="line-height: 1.8">“여기요. 천원.”</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냐. 그냥 가져가.”</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오빠가 공짜루 빌려주는거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하하. 아니.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니∼ 그냥 가져가. 하하하∼”</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하하핫∼”</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안녕히 계세여∼”</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잘 가라∼ 하하하핫∼”</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그 꼬마손님이 나가는 즉시 난 대청소를 시작했다. <br />한달만의 청소라 그런지 먼지가 햄버거 빵처럼 두터웠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안냥.”</div> <div style="line-height: 1.8">“어서오.. 아, 광수냐∼?”</div> <div style="line-height: 1.8">“청소하냐? 잘 생각했다. 무지 더티한 가게 이제야 좀 올만하겠네.”</div> <div style="line-height: 1.8">“매일 와서 공짜 만화만 보고 가는 놈이! 저리 좀 비켜봐 쫌.”</div> <div style="line-height: 1.8">“친구 좋다는게 뭐냠마.”</div> <div style="line-height: 1.8">“가만있지 말구 이 쓰레기통 좀 비워다 줘라.”</div> <div style="line-height: 1.8">“미쳤냐, 니가 해 임마.”</div> <div style="line-height: 1.8">“친구 좋다는게 뭐냠마.”</div> <div style="line-height: 1.8">“...... 악랄한 넘.”</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친구 광수덕분에 청소는 일순간에 싹 끝낼 수 있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야, 너 ‘시월애’랑 ‘번지점프를 하다’ 봤냐?" </div> <div style="line-height: 1.8">“그게 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영화.”</div> <div style="line-height: 1.8">“몰라. 안 봤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영화 좀 보고 살아라. 음화화∼”</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가게가 깔끔해져서 그런지 손님들이 제법 많이 들어오는 저녁이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어서오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신작 있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예, 이쪽입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저씨∼ 이거 두개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잠시만요! 아이쿠, 이거 빨간 띠네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빠가 빌려오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십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어서오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음.. ‘쉬리’ 있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어쩌죠, 금방 나갔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정신없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오빠..! 슬램덩크여!”</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이쪽으로 오시.. 응?”</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차희.<br />그리고 차희와 손을 잡고 온..<br />현주씨였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갑자기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br />이런이런..</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저씨! ‘타이타닉’ 또 없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어떤 아줌마가 날 불렀다. <br />으와.. 다행이다. 아저씨라고 부른 거 용서해 준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차희야, 잠깐만..”</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차희에게 이야기하고 현주씨를 보고 멋쩍게 씨익 웃은 후 그 아줌마에게 갔다. <br />‘타이타닉’을 하나 골라주고 계산까지 한 후 또 다른 손님들을 다 계산을 해 주고 나니 <br />어느덧 가게엔 나와 차희, 그리고 현주씨만 남게 되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오빠, 나 또 슬램덩크.. 오늘은 백호오빠 많이 나오는걸루!”</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잠깐만..”</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무슨 말을 해야겠는데.. <br />현주씨를 앞에 세워두고 난 괜히 차희에게만 신경을 쓰는 척 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정말 온 신경은 현주씨에게 가 있는데... </div> <div style="line-height: 1.8">딱 두 번째다. <br />두 번째 본 것 뿐인데 마치 몇 번을 보고 만났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목소리도 한달 전 잠깐 들었을 뿐인데<br />지금 같이 이곳에 있어도 아직 한마디도 안 해봤는데. <br />그 목소리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하도 본지 오래 되서.. 백호오빠가 어디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네.. 하하..”</div> <div style="line-height: 1.8">“에이 참.. 내가 골르지 머.”</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카운터로 갔다. <br />카운터 앞에 서 있는 현주씨는 그냥 차희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저기.......”</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br />휴우..<br />왜 이리 말 꺼내기가 어렵지? 손님이잖아!</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이번에는.. 선불이죠?”</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훗.. 네.”</div> <div style="line-height: 1.8">“하하. 다행이네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실수다! 다행이라니! <br />그럼 지금까지 후불에 대해 무지 신경 썼단 이야기가 되잖아?<br />현주씨가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아참, 여기 ‘슈렉’이요.. 재미있네요.”</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래요? 차희랑 같이 보셨나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슬램덩크’, ‘번지<font id="altools-findtxt" style="font-size: 120%; font-weight: bold; color: #000000; background-color: #ffff00">점프</font>를 하다’, ‘슈렉’ 모두 후불인거.. 아시죠?" </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앗.. 농담이었는데 진지하게 들었나보다.. 또 한번 실수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니, 노.. 농담이었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하하.. 제 농담을 이해 못 하시나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후훗.”</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차희는 평소보다 유난히도 오래 고르고 있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차희야. 오빠가 골라줄까?”</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냐, 내가 고를 수 있어여.”</div> <div style="line-height: 1.8">“으응.. 그래.”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괜히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가게.. <br />이 비디오가게를 연 이후로 이런 분위기는 처음인 것 같다. <br />조용한 가운데 차희가 비디오테입을 꽂았다 뺐다 하는<br />딸그락거리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저기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그 후불 말이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지금 차희가 빌리는 것 까지 후불로 해 드릴게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아녜요. 다 계산하려고 왔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누가 공짜로 빌려드린다고 했나요. 후불이요. 후.불.”</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후불.. 지금 드리는 게 후불.. . 아닌가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뇨. 다음에 주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다음에요...? 다음 언제?”</div> <div style="line-height: 1.8">“다음에.. 이번주 일요일에..”</div> <div style="line-height: 1.8"><br />헛! 내가 왜 이래!</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이번 주 일요일에 영화로 지불하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차희가 지금 빌리는 것 까지 4편이랑 한편이랑 바꾸자구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무슨 말씀이신지..?”</div> <div style="line-height: 1.8">“아이참, 이번 주 일요일에 극장가자구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헉! 내가 무슨 정신으로 저런 말을..!</div> <div style="line-height: 1.8">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나도 당황했지만 현주씨도 굉장히 당황하는 것 같았다. <br />차희만이 아무 일 없이 계속 비디오만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대.. 대신.. 밥은 제가 사죠..”</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으윽.. 심장이 쿵쾅거린다. <br />심장까지 발갛게 달아오른 게 온 몸으로 느껴지는 듯 하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 좋아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이번 주 일요일에 영화로 갚을게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엇! ‘모 아니면 도’인 결과지만 막상 ‘모’ 나오니 난 어쩔 줄 몰랐다. <br />무슨 말을 해야 할지..</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재미있는 영화 보러 가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네.. 그러죠.”</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차희가 고른 비디오를 들고 카운터로 왔다. <br />‘짱구’였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차희야. 이건 본거잖아.”</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자상한 현주씨의 물음..</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근데도 보구 싶어. 딴거 볼게 없다!”</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래. 그럼 이걸로 보자.”</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그 테입을 들고 바코드를 찍은 후 차희에게 주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음.. '0 1 X - XXX - XXXX' 이곳으로 전화하면.. 되죠?"</div> <div style="line-height: 1.8">“어떻게 아셨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하하. 제가 비디오가게 사장 아닙니까? 이 동네 동민 리스트는 쫘악..”</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사장요? 아르바이트생 아니세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다들 그렇게 오해를.. 제가 주인이에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전 아르바이트생인줄 알았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젊게 보셨다는 칭찬으로 듣지요.. 하하핫.”</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약속까지 잡았겠다.. 어느 정도 말문이 트이니 현주씨가 한달전보다, 아까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그럼 영화 정하시구 전화 주세요.. 전 아무거나 상관 없으니까..”</div> <div style="line-height: 1.8">“넵..”</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나가는 차희와 현주씨. <br />아참! 난 뭔가 잊은 게 있어서 둘을 불렀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차희야!”</div> <div style="line-height: 1.8">“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잠깐만.. 일루 와봐.”</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차희는 현주씨와 함께 나가다 말고 카운터로 왔고 난 메모지를 찾아 끄적거렸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놀라기도 했고. ‘시월애’, ‘번지점프를 하다’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 봅시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메모지를 테입에 붙이고 차희의 손을 꼭 잡고 있는 현주씨에게 직접 주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그래요.”</div> <div style="line-height: 1.8"><br />현주씨는 멋적게 웃어주고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갔다. <br />난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안면에 씨익 웃음을 머금고 정신을 차렸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한참 후 광수가 들어왔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뭐야? 왜 그렇게 좋아하냐? 뭐 좋은 일이라도 있냐?”</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응.”</div> <div style="line-height: 1.8">“뭔데? 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뭐냐면.. 나 공짜영화 보게 생겼거덩.. 암..”</div> <div style="line-height: 1.8">“넌 매일 공짜영화 볼 수 있잖아.”</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렇지.. 음하핫.”</div> <div style="line-height: 1.8">“바아보..”</div> <div style="line-height: 1.8">“으음.. 근데 너 역시 매일 나 덕분에 공짜영화 볼 수 있지?”</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렇지.. 음하핫.”</div> <div style="line-height: 1.8">“그으지..”</div> <div>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일요일 -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난 오늘도 셔터를 올린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현주씨와 약속한 일요일이다. <br />하지만 약속은 오후로 잡았고, 가게는 가게니만큼 비울수가 없었다. <br />룰루루 콧노래를 부르며 청소를 하기 시작했고 반납함도 열어 정리를 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반납함.. <br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봤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거참.. 이 안에 뭐가 있길래 이런 기분 좋은 일을 만들어 준거지?’</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약속시간이 다 되어간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나 불렀냐?”</div> <div style="line-height: 1.8">“오, 광수 왔냐. 가게 좀 봐 줘.”</div> <div style="line-height: 1.8">“왜? 어디 가게?”</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약속이 좀 있어서..”</div> <div style="line-height: 1.8">“어디?”</div> <div style="line-height: 1.8">“영화 보러.”</div> <div style="line-height: 1.8">“미친.. 너 정말 영화 보러 가냐? 비디오가게 사장이 먼 영화를 보러가냐?”</div> <div style="line-height: 1.8">“야, 자기분야의 그 시장을 살피며 공략을 해야지.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많이 나갈까 사전조사하러 가는거야.”</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그냐? 그럼.. 내가 보고 오면 안될까?”</div> <div style="line-height: 1.8">“미친..”</div> <div style="line-height: 1.8"><br />광수에게 가게를 맡긴 후 난 약속장소로 향했다. <br />약속시간보다 약 20분 먼저 도착해 기다렸다. <br />내가 늦는 것 보다는 기다리는 편이 맘이 편해 항상 그래왔던 버릇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20 분 먼저 도착하면 인생의 20분이 더 행복해지지 않는가..</div> <div style="line-height: 1.8">시간이 되었다. 현주씨는 약속시간보다 약 5분 먼저 왔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오랫만이네요.”</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잘 지냈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럼요. 현주씨는?”</div> <div style="line-height: 1.8">“저도 뭐.. 그쪽.. 아, 성함이 어떻게 되죠? 제 이름만 알고 전..”</div> <div style="line-height: 1.8">“아차차.. 실례를.. 전 ‘김승진’이라고 해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div> <div style="line-height: 1.8">“자, 극장으로 가죠.”</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다음 영화상영시간이 약 한 시간이나 남겨져 우리는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br />둘 다 카푸치노를 주문한 후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br />현주씨는 나보다 두 살 어리고, 집은 서울인데 대학교가 이곳이라<br />이곳의 친척집인 작은댁에 있다고 한다. <br />차희는 작은아버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항상 함께 다닌다고 한다. <br />전에 한 달여 동안 집에 가 있던 건 방학동안 잠시 내려간 것인데<br />급하게 내려가 미쳐 후불을 못줬다는..</div> <div style="line-height: 1.8">덕분에 이렇게 같이 영화를 보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인 셈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전에 처음으로 비디오가게에서 본 후로 자주 와야지 했는데 <br />메모와 쪽지가 왔다갔다하면서 쑥스러워서 자주 못 왔다고 한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난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며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해주며 둘은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중요한건..</div> <div style="line-height: 1.8">현주씨와 비디오가게 주인아저씨가 아닌, 현주와 승진오빠가 되었다는 것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현주야, 시간 다 됐다. 영화보러 가자.”</div> <div style="line-height: 1.8">“네. 오빠.”</div> <div style="line-height: 1.8">“이런.. ‘네’라니!”</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응..”</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우린 극장으로 갔고 <br />두 시간 남짓을 같은 곳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느낌을 받았다. </div> <div style="line-height: 1.8">가운데 팔걸이가 둘 사이를 질투하고는 있었지만..</div> <div style="line-height: 1.8">이렇게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거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영화 재미있었어?”</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재미있네.”</div> <div style="line-height: 1.8">“책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영화도 보고 그래. 좋잖아~”</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래야겠어. 비디오가게 사장님. 후훗.”</div> <div style="line-height: 1.8">“하하하.”</div> <div style="line-height: 1.8">“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div> <div style="line-height: 1.8">“그래. 나도 영화 보면서 내내 배고팠어.”</div> <div style="line-height: 1.8">“정말? 나돈데∼”</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우리는..<br />두 시간 남짓을 같은 곳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br />‘배고픔’이었나보다.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아참.. 내가 아까 이야기했지?”</div> <div style="line-height: 1.8">“뭐...?”</div> <div style="line-height: 1.8">“나 영화감독이 원래는 꿈이었다는..”</div> <div style="line-height: 1.8">“아, 응.”</div> <div style="line-height: 1.8">“이걸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div> <div style="line-height: 1.8">“뭘?”</div> <div style="line-height: 1.8">“우리 이야기 말이야.”</div> <div style="line-height: 1.8">“우리 이야기..?”</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젊은 비디오가게 사장과 손님과의 이야기. 노란 쪽지와 메모지조각으로 이어진 인연이 이렇게 오빠, 동생이 되고 결국에는.. 연인이 된다는 이야기..”</div> <div style="line-height: 1.8">“...........”</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현주는 대답대신...... </div> <div>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살며시 내 팔에 팔짱을 껴 주었다. <br /># 에필로그 #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 한달 후 - </div> <div style="line-height: 1.8"><br />“현주야! 여기 있던 비디오 어디 갔지?”</div> <div style="line-height: 1.8">“거기 없어, 오빠?”</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없어~”</div> <div style="line-height: 1.8">“또 차희가 몰래 빌려 갔나보다!”</div> <div style="line-height: 1.8">“이녀석! 잡히기만 해봐!”</div> <div style="line-height: 1.8">“내가 단단히 주의 줬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br />“아참, 그리고 연체자한테 전화해봤어?”</div> <div style="line-height: 1.8">“응. 근데 몇 명은 전화 안받고, 몇 명은 빌려간 적 없다고 딱 잡아떼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뭐? 딱 잡아떼는 사람 이름이 뭔데?”</div> <div style="line-height: 1.8">“박봉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style="line-height: 1.8">..... 박봉팔아! 두 달이 넘어간다! <br />그거 없어서 울 비디오가게 망하면 너 책임이다!<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