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리공주

어릴 적의 나는 항상 아팠다.

큰 병은 아니었고, 그냥 일반적인 증상들이었다. 조금 열이 나거나, 배가 아프거나, 그런 사소한 것들. 하지만 엄마는 내가 그렇게 고생하는 걸 보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내가 아플 때마다, 엄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를 말해 주었다. 이 이야기다.

옛날 옛적에 작은 유리 공주님이 살았어요. 공주님의 손도, 발도, 코 끝도, 발가락 끝도 모두 유리로 되어 있었어요. 그녀가 춤을 출 때면 빛이 반짝였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님이었어요.

하지만 유리는 너무나도 깨지기 쉬웠어요. 쉽게 갈라지고 부서지죠. 그래서 작은 공주님은 바깥 세상에서 살 수 없었어요. 그 대신, 그녀는 스노우뵬 안에서 은빛 눈송이 사이로 빙글빙글 돌며 지냈지요.

어느 날, 공주님은 그녀의 유리로 만들어진 방 바깥의 세상이 궁금해졌어요. 신선한 공기를, 차가운 발 아래 밟히는 풀을 느끼고 싶었어요. 그래서 공주님은 그녀의 스노우볼을 빠져 나가 위대한 모험을 떠났어요.

하지만 작은 유리 공주님은 세상의 무서움을 몰랐어요. 그녀의 집을 떠나자마자, 공주님은 미끄러져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져 버렸어요. 공주님은 아래의 참나무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 버렸어요.

그리고 작은 유리 공주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어요.

왜 그렇게나 그 얘기를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의심할 바 없이, 그건 슬픈 이야기였지만, 나는 언제나 유리 공주님에 매료되어 있었다. 눈 속에서 그녀가 발 끝을 세워 돌고 있고, 빛이 그런 그녀의 유리 피부를 통과해 부서져 빛나는 광경을 상상하길 즐겼다.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을 것이다.

엄마는 지독한 여자라던가 괴물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를 상처입히지도 않았다 – 내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고, 피부 또한 깨끗했다. 엄마는 언제나 내가 정말 섬세하고 부드럽게 다뤄야 할 소중한 무언가라도 되는 듯이 나를 안았다. 그건 그녀가 날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의 말은 달랐다.

하지만 의사들이 대체 뭘 알겠는가? 여기에 온 이후로, 의사들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슬픔과 동정과 갖가지 추악한 감정들 전부가 담긴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들은 날 사랑하지 않는다. 오직 나의 엄마만이 날 사랑했다.

엄마.

지금도 엄마가 날 보러 오지 않았던 날을 기억한다. 엄마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엄마를 찾으러 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겠는가? 난 방을 떠나지 않는다. 음, 않았다, 어쨌든,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기 전에. 내 방은 내 삶이었고, 그건 좋은 삶이었다. 창문은 없었지만 방은 언제나 밝았다. 엄마는 다양한 종류의 전등과 램프들로 방을 가득 채웠다. 그녀는 빛을 좋아했다. 나도 그랬다. 물론, 엄마가 나와 함께 그 방에 있었을 때 언제나 더 밝아 보였다.

엄마가 오지 않았던 첫째 날, 나는 슬펐다. 둘째 날에는 울었다. 삼일 째 되던 날,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의사들이 날 데리러 왔다.

엄마가 보고 싶다.

의사들은 엄마와 사는 게 어땠는지 적어 보라고 했다. 엄마와 내가 함께 뭘 했는지,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 좋아하는 노래는 뭔지. 내가 잘 한다면, 엄마와 만나게 해 주겠다고 했다. 난 그게 거짓말이란 걸 알았다.

엄마와 함께한 시간은 특별했다. 어떤 날은 몇시간동안 함께 있었고, 또 다른 날에는 오직 몇 분 동안만 함께 있을 수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은 우리에게 소중했다. 엄마는 내게 노래를 불러 주는 걸 좋아했다. 유령과 사랑에 대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노래들이었다. 그건 좋은 노래였다. 엄마는 내 머릴 빗어 주는 것도 좋아했다. 난 긴 금발 머리를 갖고 있었고, 가끔씩 엄마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내 머리를 빗어 주면서 몇 시간이고 같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엄마는 먼 곳으로 떠나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곤 했다. 한 번은, 멈춰야 한단 걸 기억해내기 전까지 내 머리 절반을 빗어 내렸었다.

가끔씩, 엄마는 매우 아팠다. 얼굴은 창백해지고 지친 모습으로, 배는 크고 둥근 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 한 번은, 엄마에게 뭐가 문제냐고 물어 보았다. 엄마는 그녀의 뱃 속에 유령이 들어 있어서, 안에서 울고 쥐어 뜯으면서 밖으로 나오려고 하고 있는 거라고 했다. 난 무서워했지만, 엄마는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그건 떠날 것이고 엄마도 다시 행복해질 거라고 말했다.

물론, 엄마 말은 맞았다. 엄마는 언제나 옳았다. 어느 날, 엄마는 돌아왔고 붓기는 다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행복해하며, 유령이 도망갔다고 말했다. 축하의 의미로,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만들어 주었다. 우린 스파게티와 미트볼, 햄버거, 라자냐를 먹었다. 엄마는 최고의 요리사였다.

엄마가 천국에서도 요리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그들은 내가 듣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난 들었다.

내가 이곳에 온 그날 밤, 그들은 엄마가 며칠 후에 날 보러 올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한 뒤, 간호사들은 서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냄새” 그리고 “매달린” 그리고 “혀” 그리고 “시체.” 그런 단어들을 말했다.

엄마는 날 보러 오지 않는다.

가끔씩, 의사들이 들어올 때 자는 척을 한다. 그들은 “병” 그리고 “불안정” 그리고 “슬픔”같은 말들을 했다.

웃기지도 않지, 내가 아프단 건 벌써 알고 있었다.

엄마가 의사들이 날 데려가도록 허락하기 전, 나는 아프기 시작했다. 가끔씩, 몸이 떨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머리가 아팠고 전신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가끔씩은, 양 팔이 뻣뻣해져 구부리기도 힘들었다. 그건 엄마를 슬프고 두렵게 만들었다.

그게 엄마가 떠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의사들은 내 형제 자매들에 대해 물었다. 저 외동인데요, 라고 말했다. 그들은 엄마가 다른 아이들을 낳았지만, 그 아이들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난 그들이 틀렸다고 말했다. 난 엄마의 유일한 작은 소녀였다. 그 말에 의사들은 두려워했다. 의사들은 “임신”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지만, 그 뜻이 뭔지는 모르겠다. 엄마가 다른 아이들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질투가 났다. 엄마는 내 꺼야.

엄마가 날 위해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다. 엄마가 내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 줬으면 좋겠다. 의사들에게 유리 공주님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지만, 다들 그런 이야기는 모른다고 했다. 뭐, 어때. 어쨌거나 엄마처럼 솜씨 좋게 이야기해 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걸 써내려가는 것도 힘들어졌다, 내 손이 떨리고 있다. 의사들이 내가 깨어 있단 걸 모르게 매우 조용히 일어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들은 말했다, “살” 그리고 “먹었다” 그리고 “쿠루.” 그게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

곧 엄마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아마 엄마도 내게 그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다시 한 번, 엄마의 유리 공주님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