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안녕하세요. 공게에는 처음 글 써보네요~!</div> <div>야심한 새벽에 잠도 안오고... 공게 눈팅하다가 몇년전 나름 소름돋기도 하고,</div> <div>슬프기도 했던 얘기가 생각나서 적어봅니다.</div> <div> </div> <div>2008년, 황당한 사고로 아버지가 세상을 등지시고,</div> <div>(게임에 빠져 새벽까지 깨어있던 못난 아들이였던 덕분에</div> <div>아버지 마지막을 지켜드릴 수 있었습니다. 작별인사는 못했지만요...)</div> <div>당시 부모님은 별거중이셨고 누나와 저는 어머니와 같이 살아서</div> <div>아버지와 가끔 하는 식사 이외에는 교류가 거의 없었기에</div> <div>전화해서 안부라도 물어볼껄... 목욕탕에서 때라도 한번 밀어드릴껄...</div> <div>같이 낚시 가자할때 한번이라도 따라가볼껄...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div> <div>자신에 대한 원망들로, 그리움으로, 막막함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div> <div> </div> <div>신기하게도 시간은 흘러 49제가 다가왔고 유품을 정리하면서</div> <div>창고에서 생전 낚시광이던 아버지의 낚시대를 발견하고,</div> <div>어릴때 따라가서 아버지가 잡은 생선회만 먹어보던 제가</div> <div>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큰 이유는 아니고 낚시대라도 드리우다보면 </div> <div>아버지가 했던 생각들 조금이나마 이해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던 것 같습니다.)</div> <div>낚시대와 도구들을 챙겨 집 주변 바닷가로 동네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div> <div>주로 배를 타고 갯바위 등에서 낚시를 즐기셨기 때문에 대부분 장비가 고가였고</div> <div>동네 방파제에서 사용하기엔 사치였지만... 손바닥만한 생선 잡는 재미가 나쁘지 않아</div> <div>밤만 되면 동네 한량들과 낚시대와 버너를 챙겨 야광찌를 드리우고 라면에 소주한잔 하는 재미로</div> <div>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잔잔한 파도소리에 마음의 안정도 많이 찾게 되었죠.</div> <div>그러다가 멀지 않은곳에 배를타고 들어가서 작은 섬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곳이 있다는</div> <div>친한 후배의 권유로 계획을 잡게 되었습니다. 배삯도 굉장히 저렴했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div> <div>어머니께는 전날 미리 말씀드렸고 새벽 5시 배를 타기 위해 4시에 집으로 후배를 불러</div> <div>채비를 확인하고 짐을 챙겼습니다.</div> <div> </div> <div>처음으로 갯바위낚시를 간다는 설렘에 현관문을 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려던 순간,</div> <div>안방에서 어머니가 들릴듯 말듯 한 목소리로, </div> <div>"OO야 낚시 가지마!" 라고 소리지르셨습니다.</div> <div>분명 전날 계획을 미리 말씀드렸고 (걱정하실까봐 늘 가던곳에 간다고 거짓말 하긴 했지만...)</div> <div>용돈까지 두둑하게 주셨던 어머니가 난데없이 가지말라고 하시니, 당황한 저는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div> <div>안방문을 열었고, 어머니는 무언가 중얼거리며 주무시고 계셨습니다.</div> <div>황당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여 어머니를 흔들어깨웠고, 눈물을 글썽이며 잠에서 깬 어머니께서는</div> <div>"OO야 낚시 가지마...가지마..." 라는 말만 반복하셨습니다.</div> <div>평소에 예지몽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시던 어머니였기에, 그런 이상행동에</div> <div>불안감이 엄습해온 저는, 일정을 취소하고 아침에 어머니께 이유를 물어보리라 다짐하고 잠을 청했습니다.</div> <div> </div> <div>다음날 어머니께선 저에게 "오늘만큼은 어디 나가지말고 집에 꼭 붙어있어라" 라며 신신당부 하셨고</div> <div>궁금증이 목끝까지 차오른 제가 추궁하여 들은 내용은 이러했습니다.</div> <div> </div> <div>"너희아빠가 낚싯대 엄청 아꼈잖아, 꿈에서 니랑 아빠랑 서로 낚싯대 안뺏길라고 엄청 싸우는데</div> <div>나중에는 너희아빠가 열받아서 낚싯대를 부러트려서 그걸로 니를 막 찌르더라.</div> <div>니는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낚시대 안뺏길려고 발악을 하길래 'OO야 그냥 낚시 하지마'라고</div> <div>소리질렀는데 그게 잠꼬대로 나왔나보다. 너희아빠가 진짜 낚싯대 뺏어갈려고 그런건지</div> <div>니 지켜줄려고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어쨋든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어라"</div> <div> </div> <div>이 얘기를 듣고 저는 어머니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교적 위험한 갯바위낚시를 간다는건</div> <div>저와 후배만 아는 일이였고,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절묘한 순간에 어머니가 소리 지르셨거든요.</div> <div>정말 5초만 늦게 들었어도 예정대로 낚시를 갔을테고, 어떤 사고가 생겼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div> <div>또 아버지 생전에도 섬낚시 가셨다가 너울파도에 휩쓸려 정말 죽다 살아나신 적이 있었거든요..</div> <div> </div> <div>그 뒤로도 가끔 낚시를 즐기긴 하지만 항상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div> <div>지금 생각해도 제 인생에서 가장 기묘하고, 또한 사무치게 슬픈 이야기로 술안주삼아 이야기를 풀곤 합니다.</div> <div>초등학생 시절 가게 운영하시느라 바쁜 와중에 피자 재료로 뚝딱 만들어주시던 불고기 볶음밥이 가슴시리도록 그립습니다.</div> <div> </div> <div>나름 무섭기도 하고 신기했던 경험이라 공게에 올렸는데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div> <div>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