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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4859
    작성자 : LEEDY
    추천 : 10
    조회수 : 264
    IP : 175.214.***.24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12/02 13:37:53
    http://todayhumor.com/?readers_4859 모바일
    [오유과거] 산문 - 만약 당신과 눈높이가 같았더라면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 앉아 그녀의 옆모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긴 속눈썹에 눈 결정이 두어 개 올랐다. 
     얼굴에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눈이 차갑다. 사람은 눈을 맞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는 다만 코가 시큰거릴 뿐이었다.
     그녀의 조막만한 코도 빨갛게 달아있었다. 나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녀의 다리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 작은 움직임조차 한없이 조심스러워진다, 마치 눈이 내리듯이. 혹시나 조그마한 떨림이 그녀의 마음속에 눈사태를 일으킬까.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였다.
     그녀에게 너무 차가운 밤이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 앉아 그녀의 다리에 턱을 기대고 함께 눈을 맞았다. 
     길가에 연한 가로등 빛만이 남아있고, 가끔 방황하는 택시가 옆을 지나치는, 그런 늦은 시간이었다. 나온 곳은 있지만 돌아갈 곳은 없는 그녀는, 그녀와 나는, 그저 서있는 수밖에 없었다. 
     “미안.”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떠 한 동안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사람을 아빠로
     “인정할 수 없어!” 그녀는 소리쳤다. 어머니는 눈에 날이 잔뜩 선 딸을 망연히 바라보며 천천히 내게로 손을 뻗었다. 나는 잠자코 그 오래된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도록 내버려두었다. 더 이상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만의 새하얀 대지에, 거대한 크레바스가 파였다. 감히 그 심연 같은 간격의 밑바닥을 들여 볼 엄두가 안 나서, 그저 그 자리에서 멈춘 채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둘에게 앞으로 가라며 보챘다. 모녀가 평행선을 걸을수록 둘 사이의 크레바스는 더욱 넓어지고, 더 이상 직진이 어렵도록 길을 침범해왔다. 도망칠 것인가, 맞설 것인가.
     “엄마는 행복하고 싶단다.”

     여자로서 말이다.
     결국 먼저 심연에 발을 디딘 것은 어머니였다. 
     “엄마는 열심히 살았고, 지난 일 년 동안 너때문에," 어머니는 신중하게 말을 머금었다.
     "너로 인해서."
     "네가 너무 무거웠단다. 나 혼자 버티기에는 네가 너무 무거웠어." 어머니는 많은 어려운 말을 했지만 결국 그건 전부 다 혼잣말이었다.


     왜.
     부모.
     무조건.
     아이를 위한. 
     희생. 
     “넌 이기적인 아이야.” 어머니는 독을 삼키듯 말을 뱉었다.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얼마나 많은 말을 떠올렸을까. 그녀는 떨고있는 어머니를 보며 생각했다. 어머니는 끝내 왜 그녀가 그 사람을 거부하는지 묻지 않았다.

     “아빠한테로 갈 거야.” 그녀가 입을 때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귀를 기울이는 대신 그저 그녀의 다리에 고개를 기대고 있었다. 
     “아빠랑 같이 있을래. 아빠 찾아 갈 거야.” 속눈썹에 쌓인 눈이 녹아내렸다. 그녀는 주저앉지 못하고 그대로 서서 울었다.

     '아빠는 널 어떻게 쓰다듬었어?' 
     처음 만났던 날, 그녀는 소파 손잡이에 손을 올리듯 내 머리 위에 펼친 손바닥을 턱 하고 올려놓고는 물었다. 
     꼭 그렇게.
     그 분은 꼭 당신처럼 턱 하니 큰 손을 올려놓고는 한참이나 가만히 있었죠.    



    //5년동안 글을 썼지만 이렇게 공개해보는 건 처음이네요. 즐거운 이벤트 만들어주신 책게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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