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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는 이맘때쯤이면
나는 잿빛 코트에 목도리를 두르고 가본 적 없던 이태원의 한 거리에 서 있다.
무엇을 그리 애타게 기다리는지 미련 맞게도 4시간 동안 우두커니 서서
길을 지나던 수십의 여자들을 하나씩 쳐다보고, 네가 아니라 아쉬워하고 한편 안도한다.
어느덧 시계가 10시 30분여를 가리킬 때 이제 춥고 지치어 공중전화 부스 안에 기대 땅만 보다
내 팔 툭툭 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마침내 너를 만난다.
그러면 몇 시간 동안 생각한, 헤어지지 말자는 말들이 네 눈물 몇 방울에 씻겨 사라지고
서로 잠시 말이 없다가 내일 답을 주겠다는 네 말에 나는 고개 끄덕이며
잘 가라는 말해주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다시 코트를 꺼내어 입기 시작할 이때가 되면
그때의 네가 다음 날 무슨 말을 할지 이젠 알고 있지만
나는 또다시 이태원의 한 거리에서 널 기다리며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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