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보면 자기의 능력에 맞지 않는 권력을 탐하다 망한 사례는 참 많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은 그래서 참 중요한 모양입니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 망한 지도자나 정치가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문제는 그런 이들이 자기 혼자 죽는 게 아니라 자기를 따르는 이들까지도 죽인다는 거지요. 그런 지도자를 따르는 사람 중 조금 현명하거나, 약삭빠른 사람들은 그런 지도자들로부터 멀어지거나 튀어버리곤 하지요.
우직함과 아집의 차이가 있다면 뭘까요? 자기의 뜻을 공명정대한 곳에 두고 사심에 휘둘리지 않고 뚜벅뚜벅 공동선에 기초한 목표를 향해 걸어나간다면 그것은 우직함이겠지요. 그렇지만 자기가 원하는 권력을 갖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쟁취의 길로만 나아간다면 그건 아집이겠지요. 우리는 그런 면에서 지금 그 우직함의 상징과 아집의 상징을 이 시대에 한꺼번에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마 우리의 '기대치'에서 안철수만큼 무너진 인물이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가 오세훈의 사퇴로 인해 생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과의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냈을 때 참 많은 기대를 걸었었습니다. 그런 기대를 한 몸에 안았던 안철수는 지금 자기 당 당원 일부로부터도 타도의 대상, 퇴진 요구의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시대를 읽는 눈이 있을 줄 알았던 그가 실은 그냥 자기의 욕구에 충실했음을 한 꺼풀 한 꺼풀씩 더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이 그에게 실망했고, 안철수라는 이름은 이제 새정치의 희망 같은 그가 내세웠던 슬로건과는 전혀 맞지 않는, 그저 되지도 못할 자리에 연연해 땡깡피우는 사람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명사가 됐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엘리트교육의 폐해를 한 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의 전형으로 딱 박아 놓아도 되겠지만, 그래도 저는 그를 미워하지는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분탕질치던 쓰레기들을 모두 쓸고 나가 격리시켜 당을 만들고, 그 스스로 분열의 숙주가 됨으로서 이제 조금 있으면 자멸의 길까지 가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안철수가 조금 건재해서 계속 분열 바이러스들을 그 당에 담아놓고 관리 잘 하길 바랬는데, 그의 대권 욕심 때문에도 그게 잘 안 됐던 모양입니다. 그 당이 원래 공공의 목적보다는 컷오프의 위기에 몰린 자기들의 생존욕구에서 출발한 당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고.
이제 통합 전당대회에서 각목 날아다니는 꼴만 보면 그가 그리 말하던 구태정치의 완성판을 보는 거겠군요. 무척 기대됩니다. 그들 스스로, 그리고 안철수 스스로 어떻게 '새정치'를 부정하게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