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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케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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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40038
    작성자 : 라케
    추천 : 5
    조회수 : 447
    IP : 110.35.***.143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3/04/16 18:13:05
    http://todayhumor.com/?pony_40038 모바일
    [자작/일러스트/BGM/팬픽] 메모리스 下

    메모리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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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nePcl








    written by 라케


    art by 투컬러톤





    호이는 그것이 어린아이의 그저 치기어린 선언일거라고 생각했다. 혹은 그냥 화나서 한 말이거나. 적어도 그것이 심도 깊은 고뇌 다음에 이어진 생각은 아닐거라고 믿었다. 믿고 싶었다. 


    가끔 세상은 믿음을 배신한다. 그건 호이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처절하게 그 사실을 되새김질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시리토는 한 달간 호이의 오두막을 방문하지 않았다. 


    하루를 안 오면 단순한 일변이라고 생각한다. 이틀을 안 오면 그저 있을 수 있을 법한 일로 치부한다. 하지만 삼일, 사일이 지나 일주일이 되면 약간의 불안이 그 자신을 잠식하고 한 달이 되면 불안은 대양이 되어 자신을 침몰시킨다. 


    호이는 시리토가 걱정이 되었다. 걱정이 되어 미칠 것만 같았다. 오지 않는 날이 길어질수록 호이는 신경질이 됐고 도저히 한가하게 버섯들이나 캐며 기다릴 수가 없었다. 


    시리토가 없었을 때는 어땠는가. 그저 한적한 목가적 나날을 보냈을 따름이다. 하지만 시리토가 그의 삶에 들어온 이후로 그의 삶은 극변했다.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그는 하나의 이야기꾼이 되었고 돌아온, 


    “젠장.” 


    호이는 자각했다. 아니, 알고 있었던 사실을 받아들인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의 삶에 있어서 시리토는 이제 빠질 수 없는 그 무언가였다. 시리토가 없는 그의 삶은 이제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호이는 예감했다. 자신은 분명 미친 짓을 할 것이다. 


    실로 그랬다. 호이는 십년 만에 처음으로 마을로 내려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절필한 지 십년 만이었다. 호이는 오두막을 내려서 절벽 뒤의 숲속을 들어섰다.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자주 들어서던 길이었지만 마을에 내려간다는 생각이 그의 기분을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이 나무가 이리도 우거졌었나, 이 풀은 이리도 싱그러웠었나. 나뭇잎들의 장막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이리도 찬란했었나. 숲속의 모든 것이 새로웠고 그 사이를 달리고 있던 호이는 옛 추억이 자신을 감싸안 듯 부여잡는 것을 느꼈다. 잔바람이 그의 갈기 속을 빗어 넘기듯 불었고 호이는 그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분명, 혹은 어느 여름날의 밤일 것이다. 아마도 행복한 날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좋지 않았던 날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억은 이미 회색빛이 군데군데 끼어 삭아버렸고 바스라져 버렸다. 어쩌면 이미 기억들은 허상이고 자신은 환상을 회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더라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무엇이라도, 무엇을 기억하고 있더라도 상관없는 노릇이었다. 기억은 무엇이라도 지금 자신에겐 사실이며, 여름날의 자신은 더위에 취해, 혹은 자신에 취해 저지르지 말았어야 할 일을 저질렀었다. 아무리 지금의 자신이 부정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며 그의 삶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낙인을 지었다. 


    호이는 기억에게 입 좀 닥치라고 외치고 싶었다. 나무가 헤살거렸고 호이는 자신을 비웃었다. 그래봐야 그건 자신인 것이다. 자신인 것이었다. 


    호이는 끔찍하다고도 할 수 있는 기분에 정신이 멍해졌다. 그 덕에 호이는 늦게 알아채버렸다. 자신이 이미 마을에 들어섰다는 것을. 




    마을은 수많은 인파들이 만물이 있을 법한 거대한 좌판 사이로 흘러갔고 시끌벅적했고, 많이 바뀌었다. 호이는 도저히 그 생소한 모습에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그가 옛날에 기억하고 있던 마을의 모습은 한적한 농촌이었지만 지금의 마을은 소도시라고 해도 될법할 정도로 많은 물자들과 재화들이 넘나들고 있었다. 


    시대는 흐르는 법이라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그에게 마을이 보여준 모습은 배신에 가까운 환영이었고 호이는 그것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향민이란 자신은 변했으면서도 고향만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품기 마련이다. 호이는 자신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자기 또한 너무 많은 변화를 품어버렸다. 자신또한 이 마을만큼의 변화를 겪어버린 것이다. 


    십년이란 마을과의 단절은 호이의 생각보다 여파가 컸다. 마을에 들어선 순간 느낀 커다란 이질감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별건 아니었다. 익숙치 않은 이방인이기에 더욱 환영받는 이러한 마을의 분위기는 그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익숙치 않기에 다가오고 익숙치 않기에 환영받는다. 


    그가 떠날 때의 마을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이방인은 경계의 대상이었고 배척의 대상이었다. 비뚤어진 호기심으로 이루어진 시선의 비수가 날아오기는 했지만 결코 호의적인 시선은 아니었었다. 하지만 지금의 마을은 달랐다.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온 곳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 


    그는 그 느낌이 기분 나빴다. 마을은 자신이 떠났을 때보다 훨씬 더 경박해져 자신을 맞고 있었다. 이방인을 잘 받아들이기에 경박하다는 말은 자신이 들어도 웃기는 말이었지만 그는 경박 이외의 다른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어찌되었든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가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 무슨 생각을 품고 있던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호이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옛날의 친구들의 집을 차례차례로 방문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반가워했고, 쑥스러워 했으며 몇몇은 자신을 극도로 경멸했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렇게 도망쳐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물론 알 바 아닌 일이다. 


    호이는 반갑다며 인사를 해오는 그들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어 시리토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시리토라는 아이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에 이어지는 그 아인 누구냐, 너 결혼 했냐. 라는 시덥잖은 질문들이 호이에게 몰려들었고 호이는 나오는데로 지껄여데며 자리를 떴다. 


    어느 곳에 가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어느 곳에서도 그녀를 아는 아이는 없었다. 


    시리토는 마을에서 없는 아이였다. 


    광인처럼 온 동네를 휘적거리며 시리토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발광해 얻어낸 것은 자신의 친구들 중 몇몇은 이미 죽었다는 사실과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자신을 죽었다고 생각한다는 별 것 아닌 사실 뿐이었다. 지금의 호이에게는 전혀 중요치 않은 사실일 뿐이었다. 


    도착했을 때 중천에 떠있던 해는 이미 지고 그 자리는 달이 꿰 차고 있었다. 온 마을을 북적스럽게 돌아다니던 포니들도 하나 둘씩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남아있는 건 자신과 어둠과 몇몇의 달빛과 외로운 별빛들 뿐 이었다. 별들은 꽃 마냥 피어나 있었다. 


    별빛들은 아름다웠다. 마치 이 세상의 별이 아닌 것 마냥 반짝였다. 아니, 별빛은 이미 났을 때부터 이 세상과는 다른 빛을 품고 있다. 별빛은 다른 무엇과도 다르게 추락하지 않는다. 오로지 밤하늘에 붙어 자신의 광휘를 발할 뿐이었다. 


    호이는 외로움에 젖어 세상을 둘러보았다. 참으로 웃기지도 않는 짓이었다. 자신은 그로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다. 외로운 세상으로 자신을 위로 하고 싶었던 것이다. 호이의 시야는 하늘을 훑고 앞을 지나 대지를 향했다. 


    그 순간 온 세상은 별의 바다가 되었다. 


    하늘에도 나무에도 바위에도 길바닥에도 모래알에도 그 모든 곳에 별들이 붙박여 빛을 내었다. 호이는 눈을 깜빡이고 그 별들을 자세히 보았다. 그 빛들은 별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이야기였다. 




    호이는 온 곳에 박힌 빛들을 읽을 수 있었다. 저 빛나는 빛들은 하나하나의 의미들을 품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그것들은 글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익숙하기도 했다. 


    그것들은 모두 자신이 시리토에게 들려준 이야기 들이었다. 추락하는 드래곤의 이야기. 영웅의 이야기. 아가씨의 이야기. 왕자의 이야기. 괴물의 이야기. 돼지의 이야기. 슬펐던 이야기. 이야기들은 반짝이며 자신에게 말을 들려주고 있었다. 


    빛은 글자며 이야기였고 사랑이었으며 그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빛은 자신을 태우며 호이를 어딘가로 부르고 있었다. 호이는 그 부름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무엇일 지라도 그 끝엔 시리토가 있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자신을 채우기 시작했다. 굳이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호이는 빛을 걸었다. 


    시간이 흘렀고 빛이 흘렀으며 이야기가 흘렀다. 몇몇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자신의 귀에 들리는 듯 했다. 아니, 들려왔다. 미친 소리라고 치부할지는 몰라도 그 빛들은 움직이는 그림이 되어 자신의 눈앞에서 빛나고 있었다. 몇몇은 시리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신이었기도 했고 또 몇몇은 자신의 이야기의 주인공들 이기도 했다. 


    추락사한 드래곤의 이야기가 자신의 눈에 띄었다. 공주의 계속되는 부탁에 못이겨 자신의 등에 공주를 태워준 드래곤은 허나 공주를 떨어뜨리고야 만다. 포니의 몸은 그 높이에서의 태양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드래곤은 그 사실을 알아채고 순식간에 활강하여 공주를 잡으려 하지만 닿을 듯 말듯한 거리에 공주는 바람에 휘날려 드래곤의 발톱을 피한다. 


    미칠 듯한 바람에 공주는 온몸을 떨기 시작했고 드래곤도 곧 낙사해 박살이 날 공주를 생각하며 미칠 것만 같았다. 드래곤은 공주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낙하는 계속되었고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분명 공주의 목숨은 끊겨버리고야 말 것이다. 드래곤은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했다. 


    드래곤은, 


    “늦었어요, 아저씨.” 


    “시리토.” 


    시리토는 하얀 미소를 띄어주었다. 




    시리토는 수많은 나무들 사이에 앉아 오랫동안 기다려 삐졌다는 듯이, 하지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이는 시리토를 보자마자 자신의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였다. 


    넌 누구냐, 너의 부모는 누구냐. 저 이야기들은 무어냐. 저 빛들은 무어냐. 너는 포니냐. 너의 정체는 무어냐. 너는 어디서 살았었느냐. 나에겐 왜 왔었느냐. 너는 살아있는 것이냐. 너의 존재는 무엇이냐. 


    수많은 질문들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호이는 그 중 하나를 꺼내 던질 수 없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호이는 알지 못했고 알 수 없었다. 그저 가쁜 숨을 내뱉었다. 시리토는 머리를 긁적였다. 


    “뭘 그리 빤히 바라보세요, 부끄럽게.” 


    “너, 넌...” 


    “아저씨!” 


    “왜 부르냐.” 


    호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는 시리토를 바라봤고 시리토는 그런 호이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왜 보세요?” 


    “응?” 


    “왜 보세요? 제가 아저씨 불렀어요?” 


    “바, 방금전에...” 


    “언제요? 그런적 없는데?” 


    “너, 너, 방금 전에...” 


    호이는 얼빠진 얼굴로 항변하기 시작했고 시리토의 무표정한 얼굴은 조각조각 나더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후, 하하하핫! 아저씨, 지금 표정 엄청 얼빠져보이는거 아세요? 푸하하하핫, 저 얼굴을 아저씨한테 보여줘야 하는건데, 히히히히. 하하하하하!” 


    시리토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 거리며 발굽을 흔들었고 뒤로 벌러덩 넘어져 땅을 굴렀으며 계속해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의 신이 있다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거리며 ‘바로 저거지.’ 라고 할 법한 정말 시원한 웃음이었고, 


    그걸 보고 있던 호이도 웃음이 흘렀다. 


    “아, 웃었다. 웃었죠?” 


    “어......” 


    “웃었어, 웃었어! 봐요, 웃으니까 행복해보이잖아요.” 


    “그, 그래.” 


    “전 이 세상 포니가 아니에요. 그게 궁금하셨죠?” 


    “응?” 


    멍청한 대답이었다. 뭣이었든 시리토는 계속해 자신의 말을 읊어갔다. 


    “세상은요, 거대한 책이에요. 그 책은 정말 세상 전부를 담을 수 있을 만큼 엄청나게 거대한 책이라서 수만 개의 펜이 한 페이지에 동시에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어요. 네, 맞아요. 그 책의 한 페이지에 수억 개의 펜들이 그 종이 위를 달려가고 있어요.” 


    “무, 무슨...” 


    “각 펜은 대체로 현제를 달려요. 어찌됐든 그 펜들은 결코 멈춤을 모르죠. 낮이든 밤이든 쉬지 않고 달리죠. 가끔 서로의 펜들이 같은 선을 그릴 때도 있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근데 꼭 펜이 현제만을 달리는 건 아니에요. 아저씨는 소설가니까 아실거에요, 그쵸?” 


    호이는 멍하니 그녀의 말을 듣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소설가였단 말을 했던 적이 있던가?


    “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펜은 한 페이지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녹슬어 부서져 버려요. 근데 가끔 특별한 일이 일어날 때가 있어요. 펜이 페이지 밖으로 튕겨나가는 거죠. 그럴 땐 대게 처참하게 부서져버리는데 정말 가끔, 정말 가끔 말이죠? 튕겨나 버린 펜이 스스로 페이지를 옮겨다니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런 펜은 녹슬지도 않고 평생을 책 이곳저곳을 긁고 다녀요. 멋대로 말이죠. 하지만 펜은 펜일 뿐이라서 책이 펼쳐주지 않으면 그 페이지를 들어갈 수 없고 책이 덮어버리면 그 페이지에서 빠져나와야만 해요. 아저씨.” 


    “응?” 


    “이 페이지는 곧 덮여요. 물론 아저씬 못 느낄거에요. 느낀다 하더라도 큰 느낌은 못받을 거에요. 그냥 약간의 기시감이 느껴질 뿐이겠지요. 하지만 말이죠, 저는 떨어져나간 펜이라 여기에 있지 못해요. 그래서, 가야만 해요.” 







    시리토의 눈이 달빛에 빛났다. 호이도 슬퍼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머리가 멍해져만 갔다. 


    “아저씨는 잘못한게 없어요. 만일 다른 포니가 욕하더라도 그건 아저씨가 잘못한게 아니에요. 아저씨는 몰랐을 뿐이었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절 기억 못할거에요.” 


    “이 페이지는 곧 덮여요. 물론 아저씬 못 느낄거에요.” 


    “떨어져나간 팬이라 말이죠.” 


    “아저씨 이야기들 정말 재미있었어요. 몇 개는 슬펐고 몇 개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히히. 그래도 좋았어요. 아저씨가 말한 것처럼 그런 게 이야기의 묘미 아니겠어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주세요.” 


    “아저씨. 그것들은 아저씨의 잘못이 아니었어요.” 


    웅웅거리는 시리토의 말들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호이는 많이 슬퍼졌다. 왜일까. 눈물에 번져 시리토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흐릿해져만 갔다. 그런 시리토의 모습에 호이는 더욱 슬퍼졌다. 


    호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서글픈 울음은 아니었다. 



    시리토는 미소지었다. 



    빛이 흘렀다. 



    “안녕.” 








    여담 



    이제는 에버프리 숲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숲속에는 아주 작은 나무가 한 그루 심어져 있다. 흰색의 몸통에 검은 잎이 줄줄이 달린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그 나무에는 전설이 하나 있다. 


    에버프리 숲에 잘 어울리는 으스스한 전설이다. 


    흰 몸에 검은 갈기를 가진 귀여운 어린 포니가 있었다. 그 뭣도 모르는 어린 포니가 놀기 위해 에버프리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에버프리 숲속의 괴물들에게는 감정이랄 것이 없었고 그렇기에 아주 손쉽게 그 어린 포니의 육체를 잡아먹어버렸다.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찾으러 에버프리 숲으로 들어왔을 때, 거기에는 그 아이를 쏙 빼닮은 흰 몸통에 검은 잎을 가진 작은 나무 한 그루 밖에 없었다는 전설이다. 



    전설이 다 그렇듯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미 지어진지 수천년이 되어 이제는 그 터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 오두막이 에버프리 숲의 깊은 절벽에 지어져 있다. 오두막에는 예의 에버프리 숲속의 나무를 쏙 빼닮은 나무가 한 그루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나무는 숲속의 나무와는 다르게 엄청 크다는 것이다. 


    그 나무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마을의 군 장교였던 포니는 그 정신이 높고 지극하여 어떤 불공정한 일도 참고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리하여 그 포니는 마을에서 명망높은 인사였고 또한 훌륭한 주민이었는데,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상급자가 벌이는 비리를 알게되고 그 사실을 밝히려 하다 도리어 누명을 쓰고 장교직을 박탈당해 폐인이 되었다. 


    그렇게 억울한 일을 당한 그는 억울함과 분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얼마 안 가 정신을 다잡고 그가 옛날부터 하고싶은 일이었던 소설을 썼다. 그의 소설은 나름 인기를 구가했고 그는 어느 정도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제 세월이 흘렀고 그는 옛날에 있었던 자신의 누명을 풀고 싶어졌다. 그는 그 때 있었던 일을 토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상관은 그를 아예 마을 밖으로 추방시켰고 그 일을 도와주었던 그의 친구들에게도 처벌을 내렸다. 


    이후 그는 숲속의 절벽에 오두막을 짓고 모든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았다. 그는 그것이 자신에게 찾아온 비극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몇 년 뒤 마을에는 커다란 전염병이 돌았고 모든 문명과 사회들이 그래왔듯 포니들은 희생양을 찾기 위해 바등거렸다. 그리고 계속해 자신의 비리가 탄로날까 걱정하던 상관은 그 틈을 타 포니를 그 일의 원인으로 몰기 시작했다. 


    포니들은 끔찍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공포는 그들의 정신을 장악했다. 가벼운 선동에도 그들은 손쉽게 움직였고, 그와 그의 오두막은 불에 타올랐다. 


    그리고 불이 꺼지고 다음날, 그곳에는 거짓말처럼 나무가 한 그루 자라났다. 그 나무처럼 희고 검은 나무가. 


    전자의 전설에 비해 후자의 전설은 보다 현실적이다. 아마도 이는 당대에 흔히 있었던 일들이 전설화된 경우로 볼 수 있거나 그 때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한 전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다음에 나올 전설들에서 예측하건데 두 나무의 관계성은 확실하며...... 





    -존경받는 포니빌의 시장 메이어의 부탁에 의해 지엄. 지존. 지순. 지고. 지극하신 셀레스티아 공주전하의 제자 트와일라잇이 쓴 포니빌의 놀랍고도 신비로운 전설 모음집. 에버프리 숲 편. 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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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복귀작이라고 주제에 신경쓴 글이었습니다.

    이제사 밝히지만 제목 메모리스는 memories가 아니라 memoryless입니다. 허나 전 표지를 그려주신 투컬러톤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았고 이런 참사가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상당히 재미있는 해프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죄송합니다 투컬러톤님....

    오랜만에 올리는 팬픽이다 보니 후기에 보통 뭘 적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대충 헛소리 비슷한거 적어놨던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만일 제대로 기억하는 거면 중간고사 기간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지금이 중간고사고요.

    이글을 보신 당신. 당신만 평소실력보다 훨씬 잘 치시길!

    여튼 이 질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 bgm. 아즈망가 대왕 ost.

    하 bgm. 작은 눈의 요정 슈가 ost.



    이 부족한 글에 이리도 멋진 그림을 그려주신 투컬러톤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라케의 꼬릿말입니다
    <style>textarea{color:#000000; background:url("http://24.media.tumblr.com/8fa7f31df9f2cdf4d2bf793d3d7fcd13/tumblr_mfj1xbvPC51rlczh7o3_1280.png"); border-width:0; border-color:#FFFFFF; border-style:solid;}</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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