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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17954
    작성자 : 라케
    추천 : 12
    조회수 : 737
    IP : 110.35.***.71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2/12/07 01:47:51
    http://todayhumor.com/?pony_17954 모바일
    [자작/팬픽/단편] 라멘토소


    브금을 틀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첼로는 조용히 바 안을 울리고 있었다.

     

     

     

    바 안의 손님들은 그저 자기의 앞에 놓인 진 토닉들을 홀짝이거나, 부여잡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입을 열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조용히, 울려퍼지는 첼로의 음율을 감상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멋들어진 콧수염은 바 안의 손님들에겐 매우 익숙한 명물이다. 이제 노년에 가까운 첸슬럿은 진 토닉을 조용히 들어올렸다.

     

    “첼리스트 아가씨, 노래 하나를 주문하고 싶은걸.”

     

    첼로를 키던 회색빛 포니는 활을 내려놓았다. 이런 갑작스러운 주문은 늘 당황스럽지만, 그 당황이 사람을 즐겁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떤 노래를 주문하실 건가요?”

     

    바 안의 손님들도 다 같이 첸슬럿의 콧수염진 입을 바라보았다. 그의 약간은 술냄새나는 입에서는, 언제나 유쾌한 말이 흘러나오기에......,

     

    “아, 제목도, 가사도 다 잊어버린 노래야. 나같은 늙은이나 기억할법한, 낭만적이지만 서글픈 노래였지. 어때, 연주해볼수 있겠나?”

     

    회색빛 포니는 미소를 지었다. 그 젊은 아가씨는 언제나 아름다운 미소를 입가에 지고 다녔고, 그 때문에 바의 손님들은 바를 떠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좋아요, 첸슬럿씨. 하지만 제가 그 노래를 연주한다면 오늘은 거하게 쏘셔야 할거에요.”

     

    “첼리스트, 그런건...”

     

    “이봐요, 첸슬럿! 먼저 내기건 것은 자넨데 빼선 되겠나! 거하게 쏘는거야, 응?”

     

    빈은 첸슬럿의 어깨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고, 덩달아 많은 포니들이 첸슬럿을 몰아붙였다. 대체로 첸슬럿의 후함을 칭송하는 소리였고, 이런 일에 죽을때까지 남자인 첸슬럿이 물러설리 없었다.

     

    “좋아, 내가 거하게 쏘지! 첼리스트 아가씨, 아가씨 대단한데.”

     

    “고마워요.”

     

    회색빛 포니는 첸슬럿을 향해 가볍게 웃어보이고는 다시 첼로의 활을 잡았다. 몇몇은 다시 진 토닉에 발굽을 가져갔고, 몇몇은 소소히 잡담하기 시작했다.

     

    첼로가 켜지기 시작했다.

     

    첸슬럿은 곧 눈가가 빛나기 시작했다. 분명 빛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거기에 대해 말을 하진 않았다.

     

    첼리스트는 바의 면면들을 둘러보았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술에 찌들어 알코올 냄새나 풀풀 풍기는 마이크와, 언제 열렸는지도 가늠이 안되는 그랜드피아노, 한번이라도 치면 금방 부서져버릴듯한 드럼.

     

    그것들 중 유일하게 소리를 울리고 있는 자신의 첼로.

     

    첸슬럿씨는 또다시 도박으로 자산을 탕진했다고 한다. 청년 때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캔틀롯으로 상경했다는 그는 이젠 그 콧수염만이 유일한 자랑거리가 되어버렸다. 모두는 ‘자네는 틀림없이 영화배우가 될 거라네.’라고 그에게 말하지만 그들도, 그도 그것이 사실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빈씨는 소설가였다. 분명 그는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었지만, 늘 자신의 결정에 불만이 있다. 어째서, 조금이라도, 왜. 하루하루 그는 번민하고 언제나 이 바를 찾는다. 그가 자신의 소설을 자랑스레 여기면서도 일부러 아무에게도 안보여 주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첼리스트는 알고 있었다.

     

    누구는 부동산 중개인이었고, 웨이트리스들은 손님들의 사이를 누비며 웃음을 뿌렸다.

     

     

    바에 묻힌 꿈들은 진 토닉 안에서 찰랑이는 첼로의 음악소리에, 잠시 위안을 가진다.

     

     

     

    바의 구석에서 눈물을 훔치던 첸슬럿은 조용히 첼리스트에게 다가왔다.

     

    “훌륭한 노래였네, 첼리스트.”

     

    “고마워요. 첸슬럿씨. 마음에 드셨나요?”

     

    “그래. 내가 주문한 노래는 아니었지만, 마음에 들었네. 내기는 졌으니 자네 말대로 ‘거하게’ 쏘지는 못하겠지만 이런건 줄수 있겠군.”

     

    그는 첼리스트의 항아리에 돈을 떨어트렸고, 첼리스트는 그지 미소를 지어주었다.

     

    “감사합니다, 첸슬럿씨. 근데, 그 노래는 어떤 노래였나요? 기회가 된다면 들려드리고 싶은데요.”

     

    첼리스트는 그것이 단순한 접대용 맨트인지, 아니면 그 늙은이를 위한 조잡한 입놀림인지 자신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말에, 첸슬럿은 그 멋들어진 콧수염으로 미소를 지어주었다.

     

    “글쎄, 첼리스트. 평생 그 노래를 다시 들을 일은 없을 것 같군. 이번에 팁은 내가 줄만큼 준 듯 하니, 저 친구들 전부에게 팁을 받은 샘 치고, 한동안 노래를 들려주게. 저들은 모두 노래를 듣고 싶어하고, 자네는 그들을 즐겁게 하잖는가.”

     

    첸슬럿은 그 말을 끝으로 바를 나갔고, 첼리스트는 그의 뒷모습에 인사를 보낸 다음, 그녀의 모든 관중에게 다시 노래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첼로의 음악은 한동안 밤의 바를 울렸고, 그날 조간신문의 6면엔 짤막하게 한 사내의 인생비관 자살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언제나와 같이 아침 일찍 일어난 바이닐은 캔틀롯 주민들의 쾌청한 아침을 위해 자신의 배이스 캐논을 키러 내려갔고, 상상 외의 모습에 자신의 자랑스런 배이스 캐논을 박살낼 뻔했다.

     

    “뭐, 뭐해?”

     

    “아, 일어났구나, 바이닐.”

     

    “왠일로 이렇게 아침일찍 일어났어?”

     

    “..... 노래를 들려줘야하는 포니가 있어서.”

     

    바이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식기가 몇 개, 가구가 몇 개, 이런저런 악보 몇 개가 늘어져 있었지만 포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옥타비아가 미치지 않았나, 하는 가설을 바이닐은 잠시 고려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누군데?”

     

    옥타비아는 싱긋 웃어보이더니 말없이 첼로를 키기 시작했고, 바이닐은 오늘 베이스 캐논은 물건너 갔구나, 하는 단순한 심회와 함께 커피를 따랐다.















    *********************************************************************************************

    포게에는 늘 좋은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만, 크고작은 사건들이 그치지 않네요...


    슬픈 일입니다. ㅠ


    피아노맨을 듣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저걸 이야기라고 하기엔..... 확실히 좀 민망하긴 합니다만.


    라멘토소는 음악용어로 '슬프게'라는 의미입니다. 원래는 진혼곡이라는 의미의 레퀴엠으로 하려 했지만 너무 중2같아서


    관뒀지요. 하하.....


    부디 즐겁게 감상하셨기를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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