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엄마는 매일 저를 무릎에 앉히고 제가 원하는 만큼 책을 읽어주신 다음에, </span></div> <div>이야기가 끝나면 늘 간단하게 줄거리 물어보고 등장인물이나 이야기에 대한 느낌을 주고 받았어요. </div> <div><br /></div> <div>결과보단 노력하는 과정, 최선을 다했는지를 중요시하고</div> <div>어른들만 있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오래 있어야 할 때 제가 칭얼거리면 옆에서 꼬옥 안아주거나 손을 잡은 상태로 </div> <div>"심심하고 힘들텐데 이렇게 엄마랑 있어줘서 고맙다"고 표현해 주셨어요.</div> <div><br /></div> <div>대화할 땐 꼭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친 채로 있었고</div> <div>매우 어릴 때 제가 화나서 땡깡 부리면 진정될 때까지 엄마가 앉은 상태로 뒤에서 저를 안으셨고</div> <div>좀 커서는 마주 앉은 상태로 엄마의 다리 울타리 안에 제가 갇혀서 양손을 잡고 반드시 눈을 마주친 상태로 제가 이해할 때까지 대화하셨어요.</div> <div><br /></div> <div>봉사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이 방법을 쓰면 어떤 아이든 행동이 바라지고 영특한 모습을 보였어요. '선생님이 나를 사랑하는구나'라고 속으로 좋아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div> <div><br /></div> <div>엄마가 동생을 낳고도 계속 저렇게 저를 길러주셨더라면, 우리가 이 정도로 멀어지지 않았을텐데 싶어요.</div> <div>그 놈의 아들 타령 때문에 힘들게 남동생을 가지고, 집이 어려워서 그렇다는 시댁의 결정으로 셋째를 낙태하고, </div> <div>심각한 우울증으로 엄마는 다신 저를 돌아보지 않았어요. 제가 가져오는 상장과 트로피에만 관심줄 뿐, 그 이상의 감정교류는 하지 않았어요.</div> <div><br /></div> <div>그래서 엄마를 보고 시간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여유가 없는데 아이를 낳으면 안 되겠단 생각을 했어요.</div> <div>둘째 쫓아다니느라고 아직 어린 첫째를 어른 취급하며 어른의 시간에 맞춰 행동하길 바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원래.</div> <div>아이는 아이만의 속도가 있고, 부모가 어른으로써 아이를 이해하고 최대한 맞춰야지요.</div> <div>그리고 말을 잘 듣고 성숙한 아이라고 해서 엄마가 친구처럼 의지하고 자기 어떤 얘기든 마구 털어놓으면 아이는 내색하지 않아도 사실 힘들어해요.</div> <div>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사라지고 친구만 생긴 셈이에요. 집에 엄마가 없는 거예요. 외롭죠.</div> <div>둘째가 태어나고 우울증 생긴 엄마는 저한테 엄마였던 적이 없네요.</div> <div><br /></div> <div>늘 예전의 엄마가 그리웠어요. 동생이 미웠고.</div> <div><br /></div> <div>처음 마음 그대로 사랑해주세요.</div> <div>첫째도 결국은 아이랍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