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
[9]투자자, 적도 아니고 편도 아니다.
[10]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 어떤 것으로 창업을 하는 것이 좋을까?
[11]대표라면 불가능을 담은 가능성을 이야기 해야 한다.
드디어 퇴근 후 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쓰기로 했던 [8]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 라는 주제를 집에 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니 다시 한 번 저를 되돌아볼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실질적인 이야기는 본 글로 끝을 내고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투자자 관련글을 보너스 형식으로 쓰고 맺으려고 했는데 몇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네요.
이게 그냥 생각만 하고 있다보니 벌써 몇개의 주제를 까먹어서.. 위의 리스트 중 링크가 없는 것들은 앞으로 쓸 내용들입니다.
창업 관련해서 궁금한 것들이 많으신가 봅니다. 한 분의 요청으로 메일 주소 한 번 공개했는데 벌써 7개 왔네요..,
참고로 저는 창업전문가, 컨설턴트도 아니고 융자상담을 해주는 사람도 아니고 투자자도 아니고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사항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창업, 사업가, CEO 혹은 대표라는 이미지가 겉으로 보여지기에 너무 달콤한 녀석인지라
쉽게 도전하시는 분들이 많아 제 경험담을 들려드리는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본 글은 창업을 권장하는 것도, 그렇다고 해서 하지말라고 막는 글도 아닙니다. 하실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준비해서 창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은 것 뿐 입니다. ㅠㅠ 사설이 길었네요, 그럼 이야기 시작할께요.
저는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사업하면 좋음' 이라는 단어보다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드렸습니다.
실제로 창업관련 상담을 하는 친구들에게도, 퇴직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도 해주는 이야기 입니다.
창업? 우리가 TV로 볼 때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나옵니다. 그러니 자신의 대표라면.. 했을 때 떠오르는 모습도
그런 사람들의 모습일겁니다. 외자체를 타고, 이쁜 비서가 있고, 내가 사무실에 들어서면 수십명의 직원들이 나를 대표님이라 불러주고
여자친구 혹은 와이프에게 명품백 툭툭 사줄수 있을 것 같고 룸싸롱에서 여자끼고 밤새 놀다가 골프나 치러 가고,,
그런데 현실은요,, 그게 아닙니다. 100원 1,000원에 예민해지고 정말 24시간이라는 시간이 모자르고 그냥 가는 시간이 아쉽습니다.
(지금도 사실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시간이 아쉽지만, 휴식시간에 나를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서 더 좋아졌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 편히 만날 수 없으며 항상 머릿속으로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를 따지게 되며 협소한 인간관계를 지니게 됩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인간관계가 엄청 좋을 것 같지만, 아닙니다. 물론 아는 사람은 많겠죠. 하지만 친구와 같은 관계는 아닙니다.
모두가 계산을 하고 계산을 해서 계산대로 이루어지는 모임과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강남만 가더라도 비지니스 클럽 중 의사만, 변호사만 들어갈 수 있는 클럽들이 있습니다.
물론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들끼리 돈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협소한 인간관계를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는 곳이라 그냥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여튼, 한달에 수천벌꺼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사업인데, 이번달 직원들 급여주고 사무실 유지비 모두 계산이 끝남과 동시에 바로
다음달 급여와 사무실 유지비를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나 개발직군같은 회사의 경우 개발이 완료되어 서비스 되기 전까지는
딱히 수익이랄 것이 없기 때문에 더 힘들어 합니다.
직장생활하시는 분들은 급여가 찍히면 많든 적든, 자신을 위한 선물로 지난 한 달 고생했다는 의미로 옷 한벌, 맛있는 밥 한끼에 돈을 쓸 수 있지만
2개의 티와, 1개의 바지, 1개의 점퍼로 겨울을 나고, 4개의 티와 1개의 바지로 여름을 보냅니다.
'왜 그리 궁상떨면서 사업을 하냐? 회사 생활을 하지'
맞는 말입니다. 저 역시 지난 2번의 사업과 3번의 회사생활 중 가장 맘 편했던 시절이 회사생활 이었습니다.
돈도 적지 않게 벌었고, 야근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일에 끝이라는 것이 있고,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시는 맥주 한 캔의 즐거움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할 때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시는 맥주 한 캔이 즐거움이 아닌 내일을 위한 걱정이 되어 버립니다.
친구들은 월급받아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생신도 챙겨드리고, 선물도 드리지만
명절 때 집에도 일부러 안가게 되고, '조금만 기다려, 내가 다 챙겨줄께. 한달에 20만원이뭐야, 엄마 아들은 한달에 200만원씩 줄께'라며
멋지게 호기도 한 번씩 부려보는 것이 전부 입니다.
직장인들은 다음 달 카드값을 걱정하지만, 성공의 길에 아직 접어들지 못 한, 이제 막 일어서볼까 하는 회사의 대표들은 대부분
당장 내일 나갈 공과금을 걱정합니다. 전에 마시던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보다 지금 마시는 편의점표 커피가 더 비싸게 느껴지고
TV에서 볼 때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 시켜 먹는 주인공을 볼 때 '뭔 지지리 궁상이여' 라고 이야기 했던 내가 그 가게 그 자리에서
가장 저렴한 김밥 한 줄을 꼭꼭 씹어 삼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 급여 받았다면서 노트북, 핸드폰, 카메라, 자동차를 사고 있을 때 회사 유지비를 위해 갖고 있던 노트북을, 핸드폰을, 카메라를,
심지어 자동차를 팔아제끼고 원래 살고 있던 집에서 나와 더 저렴한 보증금에 더 저렴한 월세로 물어물어 찾아가 들어가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도 있습니다.
매일 출퇴근길에 건너게 되는 잠실대교를 버스안에서 바라보면서 '이 강물에 내 몸을 떨구지 않길 바래야지'라는 마음을 먹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누구나 처음에는 대박을 노리며 많은 돈을 바랬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그런데 막상 내 사업을 객관적으로 펼쳐놓고, 융자심사단과 투자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고
시장 밖에서 내 아이템에 대한 분석을 했을 때와 너무나도 다른 시장 안 속에 있는 내 아이템을 보면 사실 중박도 바라지 않게 됩니다.
아니면 명함에 쓰여있는 대표 혹은 CEO 라는 이 글자 때문일까요? 물론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매출, 수익을 떠나서 이 글자들이 주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물론 속 빈 강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엇인가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이 느껴집니다.
그 것이 내 회사에 대한 책임감일 수 있고, 내 회사에 터를 잡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일 수 있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걱정하게 만든 부모님에 대한 의무감일 수 있고 앞으로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의무감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왜 사업을 계속 하고 있을까요?
저는 이른 나이의 아르바이트, 그리고 사업. 그 후에는 몇 번의 회사생활, 그리고 사업. 그리고 또 지금의 사업..,
몇 개의 글을 쓰고 이 글을 주제로 꼭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계속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나는 또 자진해서 사업을 하고 있을까, 힘들었던 전의 사업 역시 궤도에 올려놓고 왜 남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걸 넘겨주고
왜 다시 또 이 힘든 길을 걷고 있을까, 게다가 내가 전혀 모르는 새로운 업종에 뭘 믿고 터를 잡았을까?
잘될것이라는 것은 내 바램이고 보장된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또 다시 사업에 모든 걸 집어넣고 있을까?
회사생활을 할 때 우리 부모님은 참 좋아하셨는데, 왜 다시 걱정만 끼쳐드리는 사업을 다시 하고 있는 것일까?
대표님이라는 소리가 듣고 싶어서도 아니고, 일확천금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저는 그런 것 같습니다. 내 머릿속에서 생각으로만 존재했던 것들이 어느샌가 글이 되어 종이위에 쓰여져 있고
어느샌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무엇인가로 완성되어져 있고, 그 것을 내가 했노라고 말할 수 있을 때의 그 쾌감을 또 맛보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다 안될꺼라고 했던 그 일을 내가 해냈을 때가 저는 좋았습니다.
뜬 구름 잡지 말라고 했을 때 그 뜬 구름을 쥐어보이고, 오르지도 못 할 나무라고 했을 때 그 나무에 올라가 있는 나를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물론 돈도 좋았습니다. 그냥 돈을 많이 벌었구나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있던 무형의 무엇인가가 나를 먹여 살리기 까지의 과정이 좋았습니다.
모두가 '그건 사업성이 없어보이는데' 라고 말한 그 아이템을 가지고 뼈를 세우고 살을 보태서 하나의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그 과정이 좋습니다.
친구들이 여자친구와 평일에 명동거리를 걸으면서 알콩달콩하는 것 보다, 정장을 입고 클라이언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습니다.
회사생활을 할 때 회사의 모든 매출을 혼자 달성했을 때 보다, 내 사업에 관심을 가져주고 호감을 보여 주머니를 열게 만든 그 순간이 더 좋습니다.
사업? 절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계속해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얻을 수 있는 것 보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더 많을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계속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오늘 당장이 빈곤하더라도, 10년 뒤 탄탄하게 만들어져 있을 사회속에서의 내 자리를 생각하며 저는 계속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흠, 너무 제 이야기가 많네요. 갑자기 급 우울해졌음 ㅜㅜ 솔직히 요즘 신경쓰고 있는 일이 많다보니,, 하하하하
자, 이제 여러분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로는 딱 하나 밖에 없습니다.
많은 돈도 아니고, 사회적 지위도 아닙니다. 바로 '넓은 시야' 혹은 '안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이해 못 하는 것 처럼, 부모가 되기 전까지 부모님을 이해 못 하는 것 처럼, 우리가 우리가 아닌 누군가를 이해 못 하는 것 처럼
사실 우리는 굉장히 좁은 시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회사랑 비교했을 때 사원이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범위보다 대리가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범위가 더 넓고,
그보다 부장이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범위가 더 넓습니다.
한 번이라도 사업을 하면서 직원을 책임져본 사람이라면 회사생활을 할 때에도 훨씬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하나의 난제를 놓고 생각을 할 때 보통의 사람은 그 난제를 생각할 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난제 그 자체와, 그 난제로 인한 난제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시야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또래 친구들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연령대의 대표님들과 만났을 때의 대화의 주제, 깊이가 다릅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말씀드리는 것은 그래도 회사생활이 편합니다. 엿같고 좆같은 회사생활인데, 내 사업을 운영하다보면
그 엿같고 좆같은 회사생활에 붙어버리는 살들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내 직원이 내가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것 처럼 혹시나
내 회사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더 고민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았어요, 이 주제에 대해서..,
잘 하고 있던 사업 다 포기하고,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지금 전혀 알지도 못 하는 분야에 와서 아둥바둥 1년째,
아니 정확히는 6개월째겠네요,, 승승장구 할 수 있는 회사였다면 이런 고민 할 필요도 없었겠지만
세상살이, 내가 하고싶은대로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 먹은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이 것 하나 만큼은 사업을 할 때의 즐거움이라 감히 보장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내가 무엇인가 큰 공을 세웠을 때는 알아주는 사람이 없지만,(물론 알아달라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 사업에서 내가 큰 공을 세우면,,, 하 그때의 기분...... 째짐 :)
이번 글은 도움이 되는 글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 녀석의 푸념이라 생각해주세요 ㅎㅎ
식사 맛있게 하세요, 벌써 시간이 8시네요..
이거 켜놓고 1시간 30분 있었네요, 저도 글 쓰면서 울컥해져서 ㅜㅜ
엉엉, 다음 글은 다시 정보전달에 힘쓰겠습니다 :)
ps. 지금하는 사업 잘 되서 이 글 다시 보면 되게 뿌듯할듯 ㅎㅎ
